산책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김이은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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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김이은의 2편의 소설 <산책>과 <경유지에서>가 담겨있다. 짧은 소설이지만 매우 짜임새있고 공감되는 내용으로 여운이 남았다. 소설이라고 하기엔 뭔가 실제 인물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생생하게 인물을 잘 표현했다는 의미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내용이다. <산책>에서는 도심지의 삶과 도시 외곽 신도시의 삶, 비슷하지만 다른 두 삶의 모습을 대비시킨다. 그 고민의 방식과 생각이 매우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경유지에서>는 한 곳에 오래 머물렀다고 얘기하는 이화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살아온 에릭의 모습을 통해 사람 간의 관계와 삶의 모습을 들여다 본다.


산책

첫번째 소설

윤경과 여경은 자매다.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무언가 부정적 언행을 입에 달고 사는 서울 사람인 윤경과 경기도 외곽의 신도시에 살며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여경이다.

윤경은 서울 하늘 아래 오래된 아파트에 리모델링해 들어가 살고 있다. 작은 평수지만 자가라는 사실에 나름 자부심이 있다. 하지만 이자를 값아야 하는 처지이며 아이의 엄마로 뭔가 여유가 없는 날이 선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여경은 경기도 외곽의 신도시의 여유를 느끼며 살아간다. 쾌적한 새 아파트의 환경에서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강아지를 산책시킨다. 자연의 맛이 한껏 느껴지는 환경에서 쾌적하며 나름 삶에 만족하는 모습이다.

여경도 처음에 놀랐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그랬다. 처음엔 어색해서 어쩔 줄 몰랐다. 지음은 여경도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인사를 건넨다. 서울에 살 때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 중 하나였다.

p29

이 둘은 서로 살아가는 모습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다. 윤경은 신도시의 너른 공원이 공간 낭비로 여겨지고 여경은 팍팍하고 좁은 아파트에서 사는 서울 살이가 당장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미룬 모습처럼 여겨진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 쉽사리 대답하기는 힘들다.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갈 뿐이다. 어느 삶이 더 낫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저 우리는 그 때의 상황에 맞게 하나의 삶을 선택해 살아갈 뿐이다. 나의 삶은 어떠한 모습인지 되돌아 보게 된다.

경유지에서

두번째 소설

이화와 에릭에 이야기다. 영어 학원에 간 이화는 영어 초급반 수업을 듣게 된다. 그곳에서 에릭을 만났다. 무슨 용기에서인지 에릭에게 연락처를 건네고 둘은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이런 저런 에릭이 살아온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에릭은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에릭은 이화의 집에서 지내게 되면서 둘의 관계는 점차 깊어지는 듯 오묘해진다. 에릭은 집에 머물면서 이화의 보살핌을 받게 되고, 이화는 에릭을 돌보는 형태가 되어 갔다. 에릭이 뭔가 이상함을 느낀 것인지 그저 떠날 때가 온 것인지 훌쩍 작별을 고한다.

이화는 애초에 뜨내기 갔았던 에릭의 첫인상을 새삼 상기했다. 언젠가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옮겨갈 사람. 이화는 역시나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스스로 흡족해했다.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이제 집에서 더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63

이화는 에릭은 선택했다는 표현에서 이 모든 것이 의도적이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에릭이 떠날 사람인 줄 알고 선택했다는 말이다. 그 정확한 이유와 감정에 대해서 백프로 공감하기는 어려웠으나 뭔가 이화가 지내온 삶이 궁금해졌다. 엄마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들이 소설에서는 나오지 않아 더욱 궁금했다.

이화의 집이 에릭의 경유지인지 에릭이 이화의 경유지인지 중의적 느낌으로 다가왔다. 추측컨테 자신의 엄마의 삶을 잠시나마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엄마는 이화 자신을 돌보다 훌쩍 떠나버렸고 뭐든 괜찮다 말하시는 엄마의 삶을 잠시나마 살아보고 싶지 않았을까.

엄마는 이 삶을 잠시 경유해 가시면서 이화를 보살폈다. 이화도 엄마처럼 잠시 경유해 갈 사람이 필요해 에릭은 선택했을 것이다. 사실 뭐가 그리 중요할까 싶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삶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서 잠시 경유하는 경유지에 불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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