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박초이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

박초이 작가 두 편의 소설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와 <사소한 사실들>이 한 권에 담겨 있다. 가독성이 좋아 읽기에 수월했고 주인공의 상황에 푹 빠져 순식간에 두 소설을 읽었다.

두 작품을 별도의 소설로 보는 것이 더 좋을 듯 하지만, 한 작가의 소설이기에 굳이 공통점을 찾아 보고 싶었다. 두 소설 모두 주인공이 힘든 현실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여성이라는 점이 닮았다. 어떠한 일련의 사건을 통해 미래의 삶을 살아가고자 힘을 얻는다. 그 사건은 뭔가 특별한 사건이라기 보다는 마음가짐의 변화라 볼 수 있다. 그 변화의 방향은 매우 긍정적이다.


스물여섯 개의 돌로 담은 미래

첫 번째 소설

첫 소설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는 짧지만 여운이 길게 남았다. 미래는 고양이 이름이다. 현재 키우는 고양이도 아닌 전 남자친구의 고양이다. <나의 해방일지>의 '구씨'를 모티브로 한 것인지 단순히 부르는 호칭만 같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주인공 '나'와 '구'가 등장한다. 전 남자친구 '구'는 '미래'의 장례식에 나를 초대했다. '구'의 현 여친 '지안'도 함께였다. 상황이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다. 이런 관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흥미로웠다.

미래와 함께 있을 때의 너는 행복해 보였어. 본 적 없는 표정이었지. 자신을 저렇듯 솔직하게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이구나, 느꼈어. 지안이도 마찬가지였지만. 무방비 상태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안심하기 때문일까. 그래서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걸까.

p36

'구'는 열차 기관사라는 직업 특성상 고양이 '미래'를 보살피기 힘들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미래'를 봐줄 것을 부탁하다가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인공이 전 여친, '지안'이 현 여친 둘 다 비슷한 경위로 '구'와 연인이 됐다. 화장을 한 '미래'는 스물여섯 개의 돌이 되었다. '구'는 '미래'를 보고 싶어 CCTV를 설치했고 여친에게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미래'의 장례식에서 '구'와 대화를 통해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듣게 된다. 행복한 보였다고 한다. 자신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기란 사실 어렵다. 누군가가 힌트를 준다면 참 좋을텐데.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에게 '미래'의 장례식은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자신이 정말 행복할 수 있는 새로운 '미래'를 만나기로 결심했다.

짧은 소설이지만 나에게 전하는 메세지는 결코 작지 않았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 내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을 안다는 것. 그게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우리에게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소한 사실들

두 번째 소설

사회 초년생의 모습이 여실히 담겨있다.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이런 현실이 추억이 되는 순간이 분명 오겠지만 그 과정이 녹록치 않다. 정말 벗어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참담한 현실에 악취나는 식당 창고에서의 탈출은 내 속이 다 후련했다. 청소를 하지 않아 곰팡이가 가득한 화장실이며 좁디 좁은 옥탑방이지만 따스히 몸을 뉘일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라는 사실에 그저 행복하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저 나는 좋았다. 청소만 하면 해결될 일이니까. 정말 무서운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p51

옥탑방 쉐어하우스에서의 삶은 나쁘지 않았다. 3명이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 부딪히지 않고 '불 끄면 사라지는 바퀴벌레처럼' 서로 피해 주지 않고 살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아 발생했다. 보증금 천만원을 올려달라는 주인의 요구 때문이었다. 결혼 준비로 몇 달간 월세를 낼 수 없었던 언니의 처지, 당장 돈을 더 낼 수 없는 주인공의 처지, 다른 한 명도 별반 다르지 않다.

주인공은 싱가포르로 여행을 제안한다. 현실적으로 정말 가능한 것인지는 둘째문제다. 그저 현실에서 잠시나마 도피해 떠나는 여행을 다녀온 후라면 뭔가 현실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당장 천만원이 없는데 정말 여행을 갈 수나 있을까. 여행에서 돌아오면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에 더 삶이 힘들지는 않을까. 오히려 이야기 밖에서 바라보는 내가 걱정이 된다.

내가 주인공의 처지라면 어떠했을까.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열심히 일해도 쉽사리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좌절감을 맛보며 살아갈 것이다. 나 역시 사회 초년생 시절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고 힘든 시절이 있었기에 이야기가 공감되었다. 그리고 주인공을 응원하게 된다. 훌쩍 떠나 좀 쉬고 오라고 작은 돈이라도 쥐어주고 싶다. 여행길에서 맛있는 음식 먹으라면서.

힘든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회 초년생들이 사실 이 책을 읽을수 있을까란 의구심이 든다. 그들은 삶이 힘들어 책 읽는 여유조차 사치일테니. 나처럼 그저 과거의 힘들었던 시절을 회상하는 이들이나 이 책을 읽으며 '그래 그땐 그랬지'라며 반쪽짜리 공감을 할 수 밖에 없을 듯 싶다.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임을 어찌할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