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 쉐어하우스에서의 삶은 나쁘지 않았다. 3명이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 부딪히지 않고 '불 끄면 사라지는 바퀴벌레처럼' 서로 피해 주지 않고 살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아 발생했다. 보증금 천만원을 올려달라는 주인의 요구 때문이었다. 결혼 준비로 몇 달간 월세를 낼 수 없었던 언니의 처지, 당장 돈을 더 낼 수 없는 주인공의 처지, 다른 한 명도 별반 다르지 않다.
주인공은 싱가포르로 여행을 제안한다. 현실적으로 정말 가능한 것인지는 둘째문제다. 그저 현실에서 잠시나마 도피해 떠나는 여행을 다녀온 후라면 뭔가 현실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당장 천만원이 없는데 정말 여행을 갈 수나 있을까. 여행에서 돌아오면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에 더 삶이 힘들지는 않을까. 오히려 이야기 밖에서 바라보는 내가 걱정이 된다.
내가 주인공의 처지라면 어떠했을까.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열심히 일해도 쉽사리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좌절감을 맛보며 살아갈 것이다. 나 역시 사회 초년생 시절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고 힘든 시절이 있었기에 이야기가 공감되었다. 그리고 주인공을 응원하게 된다. 훌쩍 떠나 좀 쉬고 오라고 작은 돈이라도 쥐어주고 싶다. 여행길에서 맛있는 음식 먹으라면서.
힘든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회 초년생들이 사실 이 책을 읽을수 있을까란 의구심이 든다. 그들은 삶이 힘들어 책 읽는 여유조차 사치일테니. 나처럼 그저 과거의 힘들었던 시절을 회상하는 이들이나 이 책을 읽으며 '그래 그땐 그랬지'라며 반쪽짜리 공감을 할 수 밖에 없을 듯 싶다.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임을 어찌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