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과 <역>, 두 개의 챕터로 구분되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나의 단어만으로는 그 뜻을 예측하기가 힘들다. <영>은 숫자 0 일수도 있고, 영혼의 영을 의미할 수도 있다. <역>이란 단어 역시 거꾸로 혹은 스테이션 등의 다양한 뜻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그래서 뭔가 챕터의 제목만으로는 예측이 힘들었다.
하지만 <역>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인 '영역'이라는 유튜버의 등장으로 그 연결고리를 짐작한다. 인터넷 용어로 익숙한 <도메인>은 영역이라는 단어와 일맥상통한다.
이런 연결고리를 하나씩 찾는 재미가 있는 게임같은 단편소설이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그 연결고리를 모두 연결할 수 없다. 작가의 의도다. 각 이야기는 미완의 상태다. 그 미완의 이야기들은 어느 한 매개로 조금씩 연결이 되어 있다. 매우 강한 연결이라 볼 수는 없고 약한 연결이기에 소설을 읽는 매순간 뭔가 불안감이 엄습한다.
영화나 소설에서 만나는 다양한 클리셰를 적절하게 사용해 긴장감이 유지된다. 묘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만으로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지고 그 궁금함에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모든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연결짓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 영역은 뭔가 불편한 수도 있다. 사라 윈체스터의 성, 크리에이티브 캐슬에서 종적을 감추는 느낌처럼 이 소설의 막도 종적을 감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