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메인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유재영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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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인

영과 역이 만나 미지의 영역을 이루었다

"서로 연결고리가 없는 미완의 영역의 집합체가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야기다."

유재영 작가의 소설 <도메인>을 읽고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봤다. 이런 식의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겠다. 내가 느낀 감정에 정답이 있지는 않을 터이니 마냥 틀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양한 이야기들의 집합의 미묘한 연결성은 마치 우연히 친한 친구를 만나는 듯한 묘한 반가움이 있었다.

주차된 차량도, 텐트도 없었다. 설기와 임자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었다. 지혜는 컨테이너 맞은편 억새 군락지를 향해 걸었다. 물비린내가 났고 이편에서 보이는 건 억새뿐이었다.

영 (P50)

<영>과 <역>, 두 개의 챕터로 구분되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나의 단어만으로는 그 뜻을 예측하기가 힘들다. <영>은 숫자 0 일수도 있고, 영혼의 영을 의미할 수도 있다. <역>이란 단어 역시 거꾸로 혹은 스테이션 등의 다양한 뜻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그래서 뭔가 챕터의 제목만으로는 예측이 힘들었다.

하지만 <역>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인 '영역'이라는 유튜버의 등장으로 그 연결고리를 짐작한다. 인터넷 용어로 익숙한 <도메인>은 영역이라는 단어와 일맥상통한다.

이런 연결고리를 하나씩 찾는 재미가 있는 게임같은 단편소설이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그 연결고리를 모두 연결할 수 없다. 작가의 의도다. 각 이야기는 미완의 상태다. 그 미완의 이야기들은 어느 한 매개로 조금씩 연결이 되어 있다. 매우 강한 연결이라 볼 수는 없고 약한 연결이기에 소설을 읽는 매순간 뭔가 불안감이 엄습한다.

영화나 소설에서 만나는 다양한 클리셰를 적절하게 사용해 긴장감이 유지된다. 묘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만으로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지고 그 궁금함에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모든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연결짓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 영역은 뭔가 불편한 수도 있다. 사라 윈체스터의 성, 크리에이티브 캐슬에서 종적을 감추는 느낌처럼 이 소설의 막도 종적을 감춘다.

"지구상의 모든 존재는 서로가 서로의 변형된 사본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생명체는 서로 모방하고 모사하면서 끊임없이 진화해온 셈이죠. 창작의 영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역 (P55)

<영>은 두 커플의 캠핑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체의 잔해, 뭔가 께림칙한 캠핑장 관리인, 어둑한 곳에서 나누는 무서운 이야기, 그리고 차량 안 자살의 현장, 야영장에서 주운 다이아 몬드들... 자살의 현장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는데 캠핑장 주인은 자신에게 먼저 말하지 않았다면 화를 낸다. 기묘한 분위기를 끌고 가면서 소설은 우리에게 정답을 쉽사리 알려주지 않는다. 뭔가 연결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쉽사리 확신할 수 없다.

<역>은 주인공은 소설 창작 온라인 강의를 수강한다. 선배의 유튜버 채널의 말을 받아 적는 숙제를 하는 과정에서 '크리에이티브 캐슬: 사라 윈체스터 성 아티스트 레지던시'의 이야기를 접한다. 그 바로 전에 '반딧불이 캠핑장과 저수지의 시체들' 이란 언급을 통해 <영>과 작은 연결고리를 넣었다. 선배 '영역'은 주인공이 말했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인양 말한다.

뭔가 후속편이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명확하게 마무리 지어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나를 더 궁금하게 했다. 유재영 작가의 후속 작품들에 <도메인>의 연결고리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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