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쿠로스 쾌락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7
에피쿠로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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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 쾌락

단순하고 소박한 삶, 작지만 확실한 행복



에피쿠로스는 14세에 처음 철학을 접했고, 32살에 자신의 이름을 딴 학교를 세우고 자신의 철학을 전파했다. 에피쿠로스학파는 600년 정도 지속되며 나름 큰 영향력을 가졌다. 하지만 스토아학파와 기독교에 의해 에피쿠로스학파는 점차 쇠퇴했다. 에피쿠로스는 700권이 넘는 책을 썼다고 하나 지금까지 온전한 것이 거의 없고 이 책에 담긴 서신들이 전부다. 에피쿠로스의 재산이 많았나보다. 어려웠던 시절도 있었나본데 자신의 재산을 분배하는 방법을 글로 적을 정도면 그 부가 상당했음을 짐작한다.

그리스 철학의 한 획을 긋는 에피쿠로스의 철학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가 말하는 쾌락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해 책을 읽는다. 에피쿠로스는 서양의 '노자'로 불린다. 참고로 '노자'는 '무위자연'을 주장하는 도가 사상 창시자로 대표 저서는 '도덕경'이다.

쾌락을 행복한 삶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쾌락은 가장 으뜸가는 선이자 선천적으로 주어진 선으로 인식하고, 모든 선택과 회피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p112

쾌락의 의미를 오롯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내용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한 번 읽고 두 번 읽어도 좀처럼 내 것으로 확 스며들지 않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박문재님의 해제를 읽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또 한 번 읽어보면서 조금씩 에피쿠로스의 쾌락에 대해 이해를 넓혀갔다.

쾌락이 우리의 목표이자 목적이라고 말할 때, (중략) 방탕한 자들이 추구하는 쾌락이나 어떤 것을 즐길 때 생기는 쾌락을 의미하지 않고, 몸에 고통이 없고 마음에 괴로움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 쾌락의 삶을 만드는 것을 끊임없이 술 마시고 흥청거리는 것도 아니고, 동성애나 이성애를 통해 애욕을 즐기는 것도 아니며, 사치스러운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생선 요리 같은 것을 즐기는 것도 아니고, 오직 맑은 정신으로 이성적으로 추론하여 모든 선택과 회피를 위한 근거들을 찾아내고, 마음에 가장 큰 소동과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잘못된 생각들을 몰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p114

책의 제목이 <에피쿠로스의 쾌락>이니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쾌락'에 대한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쾌락'의 정의를 알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쾌락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때문에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그 당시 시대에도 같은 이유로 오해와 비방이 있었다. "에피쿠로스는 인생의 유일한 목적은 '쾌락'이라고 천명하고, 모든 고통과 괴로움의 부재를 최대치의 쾌락으로 보았으므로(p194)" 라고 옮긴이 박문재님의 해제에서도 쾌락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고 있다.

내가 이해한 바로 '쾌락'은 '마음이 평온한 상태'가 아닐까 생각한다. 몸이 건강하고 평온한 상태인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어지럽다면 쾌락의 상태라 하기 힘들다.

사려 깊고 아름다우며 정의로운 삶 없이는 쾌락의 삶도 없고, 쾌락의 삶 없이는 사려 깊고 아름다우며 정의로운 삶도 없다. 예컨대 아름답고 정의로운 삶이지만 사려 깊지 않다면, 세 가지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없는 삶은 쾌락의 삶이 아니다.

p124

아름다움은 모든 미덕을 갖춘 삶, 정의로움은 본성과 일치하는 삶이다. 쾌락의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한 후에 어렵지 않은 철학이라 여겼으나, 내용이 조금씩 추가되면서 역시나 쾌락의 삶을 위해서는 결코 쉽지 않음을 느끼는 대목이다. 모든 미덕을 갖춘 아름다움과 본성과 일치하는 정의로움이 필수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한 본성의 선을 강조하고 있는데 '성선설'에 가까운게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최고선은 세계의 작동 원리와 욕망, 쾌락, 고통의 한계에 대한 참된 지식을 통한 '아타락시아'(마음이 두려움에서 해방되어 평정한 상태)와 '아포니아'(몸 고통의 부재)라는 소박하고 지속 가능한 쾌락을 누리기 위해 야심과 경쟁으로 마음의 평정을 해칠 수 있는 공적인 삶을 멀리하고, 모든 고통과 두려움에서 벗어났을 때 얻어지는 최고의 쾌락을 인생의 유일한 본성적인 목적으로 삼아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살았으므로 우리가 보통 말하는 '쾌락'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

p194

'단순하고 소박한 삶'이란 단어가 우리를 이끈다. 미니멀리즘, 마음챙김이란 말이 유행처럼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것처럼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우리에게 '아락타시아'와 '아포니아'가 쾌락이라 말한다. 욕망으로 들끓는 우리의 삶에 다시 무소유의 마음을 강조하는 에피쿠로스의 철학에 마음이 간다. 새해에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새해가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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