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은 채, 버찌관에서
레이죠 히로코 지음, 현승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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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잡은 채, 버찌관에서

이별의 슬픔과 마주한 소년

이 소설은 사전 정보 없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온전히 소설 내용에 집중하고 작가가 준비해 둔 모든 코스 요리를 맛있게 음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내용이 나올지 이미 알고 있다면 소설이 시시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소설에 대한 정보 전혀 없이 소설을 읽었다. 그래서 소설이 매우 흥미로웠고 책을 단숨에 읽었다. 그래서 다시금 당부하고 싶다. 뭔가 가슴 뭉클해지는 가벼운 소설 하나를 읽고 싶다면 이 서평을 읽을 것이 아니라 부담없이 이 소설을 펼쳐보기를 바란다.

청소년 문학 장르로 잔잔한 일상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연히 작가의 삶을 살게 된 대학생 소년 모도리노가 버찌관에 잠시 머물게 된다. 그러다 생각치 못하게 어린 소녀 리리나를 만나게 된다. 집을 관리하면서 글을 쓰고자 했던 모도리노는 예상치 못하게 천방지축의 당돌한 리리나를 돌보게 된다. 졸지에 보모 역할을 하며 하루 세 깨 밥을 해 먹이느라 주객이 전도된 상황에서 둘을 조금씩 친해지게 된다.

"그렇구나, 저건 양벚나무였구나!"

스마트폰 화면에 뜬, 만개한 양벚나무는 가지 가득 새하얗게 꽃이 피어나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화면을 내리자 빨갛게 익은 귀여운 버찌 사진이 나타났다.

'버찌 열매는 5,6월에 익습니다. 오오오! 좋은데? 그래서 버찌관이었구나!'

그 나무의 정체 (p77)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한 소년 모도리노가 있다. 약 100페이지까지는 뭔가 일이 벌어질듯 하면서도 잔잔한 흐름이 지속되었다. 독자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잔잔함도 잠시 세상은 송두리째 뒤흔들리고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새로운 세상으로의 이동은 매우 자연스러워 책을 읽는 나 역시도 혼란스러웠다. 분명 작가도 그 부분을 노렸을 것이다.

모도리노가 느끼는 감정을 오롯이 느끼는 동시에 혼란스런 상황이 조금씩 정리되어 가는 그 과정에서 놀라움과 다양한 의문과 슬픔이 몰려왔다. 지금이 꿈인 것인지 현실인지 조차 분간하기 힘든 상황에서 차츰 숨겨진 내막이 겉으로 드러나는 순간은 짧지만 매우 강렬했다.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는 그 과정에서 이런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며 뒤늦게 마음 한 켠에 쓰나미가 밀려왔다. 슬프다고 하기에는 뭔가 아련하고 가슴 미어지는 탄식이 나왔다.

아니야,분명 나아리랑 손을 잡고 언덕을 올랐는데.

아니야, 잠깐만. 아니야, 잠깐만.

기억이 폭포처럼 내 머릿속에 흘러들어와 요란하게 소용돌이쳤다. 혼란에 빠진 나를 소용돌이가 삼켜버렸다.

기억의 소용돌이 (p173)

먼저 형과의 기억을 찾는다. 내가 알던 것들을 어머니는 모르고 있다. 아버지의 눈빛이 싫다. 또 잊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나아리다. 후반부에 나아리의 정체가 나온다. 나아리 어머니도 만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 난다. 그렇게 소용돌이 속에 빠져 허우적 거리다 기억을 되찾고 안정을 얻는다. 그리고 슬픔이 밀려온다.

"너희는 사이가 좋았으니까. 고등학교에서도, 대학에서도 항상 붙어 다녔고. '우리는 버찌 같아. 열매 두 개가 이어져 있는 느낌이야!'라는 나아리의 말에 다들 몸서리쳤던 거 기억해?"

"그랬었지. 버찌라고." (중략)

나아리는 나와 정반대라고 생각했다. 나아리는 어떤 일에도 긍정적이고, 기본적으로 의욕이 가득한 아이였다.

잊어서는 안 되는 (p177)

꿈과 현실, 그리도 동화의 연결고리가 드러나는 순간은 감탄이 나왔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등장 인물은 결코 이유없이 등장해서는 안 된다는 소설의 기본을 잘 지키고 있다. 모든 등장 인물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고, 그 연결 고리를 알게 되고 난 후 모든 것이 평온해진다. 이제 그녀와의 이별을 받아 들일 때가 되었다.

슬픈 이야기지만 미래의 희망이 담겨 있다. 현실은 가혹하지만 꿈과 동화는 활기차고 빛난다. 현실의 슬픔을 꿈을 통해 이겨내는 형상이다. 주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이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다. 허나 이별에 대한 내용이기에 자칫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이별에 대한 내용이지만 책 내용이 좋아 가볍게 읽기 좋은 것 같아 추천한다는 말을 꼭 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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