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간 머리 앤은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소설의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을 통해 알았으나 그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에게는 그저 빨간 머리의 소녀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참 궁금했다. 어떤 내용이길래 1908년에 탄생한 이 소설이 지금까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올 수 있었을까.
빨간 머리에 주근깨가 많은 소녀, 언제나 밝고 활기찬 소녀 앤을 떠올리면 입가에 웃음이 절로 지어진다.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내 딸이 빨간 머리 앤처럼 당당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내 딸 뿐 아니라 내 자신도 배워야 할 부분이 많다. 자신의 빨간 머리에 컴플렉스를 가진 소녀지만 부당함에 맞설 줄 알고 자신의 의사를 당당히 표현할 줄 알며 삶의 아름다움을 충만하게 느끼며 살아간다.
책을 읽고 나니 이 소녀에게 애정이 샘솟는다. 누구나 앤을 만나면 좋아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앤이 매슈와 마릴라의 집으로 입양오는 날은 앤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소설의 도입부에 나온다. 벚꽃이 흩날리는 거리를 앤과 매슈가 마차를 타고 지나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새로운 집으로 가는 앤은 조잘조잘 재잘재잘 말이 많은 소녀다. 말이 많긴 하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며 예쁜 말들을 한다. 그렇기에 참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