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가는 현실 사회 안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다룬 7편의 단편 소설이 책에 담겨 있다. 짜임새 있는 단편들은 하나 하나 흥미롭고 흡입력이 강했다. 실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일이라 이야기가 약간은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특히 아래 세 단편들이 기억에 남았고 여운이 길게 갔다.
<죽으면 일도 못 해>는 늦은 시간 공장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경위가 어이없으면서도 참 애잔했다. 꼼꼼하게 파고 들며 일을 열심히 한 이유로 죽게 되는 그 과정이 매우 안타까웠다. 실제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가는 그 과정이 재미나다. 단편이기에 범인의 윤곽이 쉽게 드러날 것이라 생각한 나를 완벽하게 속였다.
<달콤해야 하는데>는 의외의 스토리에 놀라웠다. 아빠 혼자 애지중지하며 키워온 아이의 의문스럽게 죽는다. 모든 의심의 화살은 이제 막 결혼한 여자에게로 향한다. 아이와 여자의 관계가 썩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자는 여자가 아이를 죽인 범인이라 생각하고 달콤해야 하는 신혼 여행이 악몽으로 변한다.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덮어주고 감싸 줄 수 있는 사랑의 힘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등대에서>를 읽고는 정말 소름 돋았다. 오랜 기간 이어진 친구라고 하기엔 뭔가 껄끄러운 두 사람의 관계가 그려진다. 거드름을 피우며 나를 업신여기는 그런 상대를 교묘하게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과정이 매우 정교하고 매운 맛에 얼얼했다. 처음부터 그럴 목적은 아니었으나 절묘한 스토리의 연결이 타당성을 부여한다. 참 영리한 스토리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