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데바 - 삶 죽음 그리고 꿈에 관한 열 가지 기담
이스안 지음 / 토이필북스 / 202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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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데바

한국 단편 공포 기담집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은 책

'이스안'이라는 저자의 이름과 기담집이기에 으레 일본 공포 기담집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 작가이며 한국 공포 기담집이었다. 한국 정서가 담긴 기담집이라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 그리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는 산뜻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돋보이는 이야기들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다. <카데바>는 다섯번째 이야기로 수록되었고 "연구 및 교육 목적으로 기증된 시체"를 일컫는 말로 의미를 모르면 무슨 단어인가 궁금하지만 단어를 이해한다면 그 단어만으로도 오싹한 느낌이 감돈다.

이야기를 하나씩 읽다보면 친구들과 함께 여행지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듯한 느낌이랄까. 밤새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다 밤을 꼴딱 새버릴 이야기들이다. 책에 수록된 여섯 번째 이야기 '별장괴담회'가 딱 그렇다. 저자의 실제 경험을 이야기로 옮겨 놓은 이야기로 오싹한 경험이 담겨 있다. 10편이 짧아 아쉽게 느껴질 정도였다. 저자의 다른 책 <기요틴>에 관심이 생긴다.

우리는 간혹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힘든 순간을 경험한다. '꿈'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기반으로 10개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갖추고 있다. 저자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예측 불가한 이야기의 반전들은 오싹함을 배가시켰다. 10개 이야기 모두 재미있었는데 그 중 특히 아래 3가지 이야기는 기립 박수를 보내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그래, 그래. 알았다. 아무튼 누굴 닮아서 방구석에 뭘 자꾸 처박아 두는지 참..."

"아, 몰라! 치우면 도잖아. 빨리 가."

물러가는 아빠의 뒷모습에 대고 한껏 짜증 섞인 말을 던졌다.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서랍에 무언가를 쌓아두지 않기로, 이런 찝찝하고 더러운 버릇을 얼른 고쳐버리기로 마음먹었다.

1. 버릇 (p28)

구석에 숨겨두는 버릇, 뭔가 찝찝하고 기분 나쁜 냄새가 흘러 나오는 분위기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이 분위기와 구석에 숨겨두는 버릇은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엄마는 바람이 나 가정을 떠나버렸고, 어느 덧 커버린 중학생 딸은 엄마의 부재를 여실히 느끼며 살아간다. 어느 날 딸은 꿈에서 엄마를 만난다. 연락 한 번 없던 엄마에게 원망을 퍼 부었고, 엄마는 자신이 구석에 숨겨둔 무언가를 언질한다. 이 버릇은 과연 누구에게 온 것인지를 생각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마지막 결말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으나 그럼에도 등줄기로 흐르는 오싹함은 나도 어쩔 수 없었다.

내가 후배와 함께 캠퍼스 풍경을 내려다보며 담배를 피우던 것도 꿈이었을까.

"이제는 어디부터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꿈인지 분간할 수 없게 됐어요. 여기까지가 엊그제 있었던, 아니 엊그제 꿨던 꿈이고요."

3. 악몽 그리고 악몽 (p91)

세번째 이야기 '악몽 그리고 악몽' 역시 반전을 담고 있는 이야기였다. 매일 계속되는 악몽을 꾸는 남자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을 꾸준히 복용하지만 진전이 없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일 고통스러운 악몽으로 일상 생활이 힘들 지경인데 약을 먹지 않자 악몽을 꾸지 않게 되었다. 이상한 상황에 정신과 의사를 추궁하지만 무언가 숨기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게 약을 먹지 않았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뭔가 정말 있을 법한 이야기가 섬뜩했고 꿈보다 그 현실이 더욱 가혹했음이 공포로 다가왔다.

"우리 집에서 나와 맞막 밤을 함께 보내주면, 그러면 나는 너에게 질척거리지 않고 깨끗이 보내줄 수 있다"고 이번에도 그렇게 말했죠...그랬더니 남친이 알겠다고 하더라구요... 당분간은 회사 일 때문에 바쁠 예정이라 다음주 일요일에 저희 집에 오기로 약속했어요... 그리고 일주일동안 자기도 다시 생각해 보겠다네요..."

9. 연애상담 (p306)

아홉번째 이야기 '연애상담'을 읽고 "와, 대박"을 연발했다. 미니엔젤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여자가 자신의 연애상담 글을 게시판에 올린다. 그 글들만 나오는 형태의 독특한 전개의 이야기다. 그냥 평범한 연애상담을 다루고 있는 듯했으나 마지막의 반전은 상상을 초월했다. 일본 작가 야도노 카호루의 <기묘한 러브레터>와 약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연애상담'과 같은 이야기는 장편으로 만들어도 좋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아이디어가 참신했고 절묘하게 숨겨진 복선들에 감탄했다. 한 마디로 참 재미있고 오싹한 반전에 감탄했다.


이스안 작가의 작품들을 찾아보니 1인 출판사 토이필북스를 운영하며 92년생의 어린 나이임에도 상당히 많은 책들을 발간했다. <카데바>를 읽으면서 일본 특유의 감성도 살짝 묻어난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는 일본학을 전공했고, 작가의 책들을 보니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하다. 한국적인 정서와 일본의 느낌이 어우러져 이스안 작가만의 독특한 이야기들이 인상깊었다. 기담집 특유는 음산함과 미스테리한 분위기가 책 저변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만으로 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 감탄스럽다. 이 책도 훌륭하지만 앞으로의 이스안 작가 책들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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