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마음 - 심리학, 미술관에 가다
윤현희 지음 / 지와인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미술의 마음 : 심리학, 미술관에 가다

A급 도슨트와 함께 하는 미술관 여행

나만 그러한지 모르겠으나 미술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미술에 대해 지식 탐구를 하지 않는다. 미술관에 찾아간다거나 미술 작품에 대해 정보를 습득한다거나 하는 작은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미술에 대해 궁금하고 알고 싶은 마음은 항상 마음 한 켠에 있다. 이 책을 읽는 것도 어쩌면 그 작은 노력 중 하나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 보는 미술 작품도 많았고, 익히 보아 알고는 있지만 그 자세한 내막은 모르는 그림도 많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지현님의 추천사 내용에 매우 공감한다. 이 책은 세 번 읽어야 한다고 하는 부분에 특히 공감했다. 책에 수록된 대가들의 그림을 먼저 감상한 후, A급 도슨트와 함께 미술관을 돌아다니듯 책을 읽고, 그 다음 다시 그림들을 보는 방법이다. 책을 읽고 난 뒤, 그림을 바라보는 눈이 달려졌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저자 윤현희는 임상심리학자로 종합병원 신경정신과에서 근무하며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쳤다. 심리학 전문가가 바라보는 미술 작품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그림을 통해 그림을 그린 작가의 생애를 심리학의 관점으로 어루만지기 때문이다. 미술과 심리학의 만남은 뭔가 선뜻 어울리지 않는 듯했지만 의외로 미술을 더욱 깊숙하게 들여다 보는 하나의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

카라바조 자신도 이상한 방식으로 옷을 입으며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용모를 하고 다녔다는 점은 조현병을 진단하는 한 가지 준거인 위생 관리의 곤란을 의미한다. 예측 불가하고 이유 없이 흥분하는 점을 보면 차분하고 냉정한 상태에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이코패스보다는, 지각 혼란과 피해망상으로 인해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1부 : 바로크의 황금빛과 자존감 / 미켄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p47)

카라바조의 작품들이 매우 인상깊다. 어두운 배경과 두드러지는 인물 묘사가 일품이다. 마치 살아 숨쉬는 듯한 인물의 표정이 나에게 전해진다. 엄청난 작품들의 주인공인 카라바조의 일대기는 매우 충격적이다. 열다섯번의 폭력 전과 및 두 차례나 살인을 저질러 투옥되었고, 교수형을 언도 받고 탈옥을 하는 등 구제 불능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성화 제작자로 인정받은 그는 카톨릭 지도자들의 보호 아래 기사 작위를 받음으로써 사면을 받았다.

저자는 이러한 카라바조의 모습이 사이코패스보다는 조현병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카리바조는 충동 조절 실패로 인한 인지행동 장애에 가까우며, 전두엽의 통제 능력과 관련된 인지적은 결함에서 비롯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조현병은 100명 중 한 명이 겪는다고 한다. 알려지지 않은 사람까지 더한다면 그 수는 더욱 높을 것이다.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한 조현병에 주변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햇살이 비친 구름과 파르스름한 빛에 감싸인 여인, 그녀의 드레스를 휘감은 바람이 들꽃 위로 흩어지는 <양산을 쓴 여인>과 <양귀비 들판>은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작품들로 모네의 스타일을 대표한다. 두 그림 모두 사랑하던 아내와 아들 장이 함께 있는 산책길이다. (중략) 원래 몸이 약했던 아내는 둘째 아기를 낳은 후 얻은 합병증 때문에 3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카미유 임종의 순간,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마지막 순간마저도 모네는 그림으로 영원히 기록했다. 인상적이게도 아내가 떠난 후 모네는 더 이상 초상화를 그리지 않았다.

2부 : 낭만시대의 색채와 감성 / 클로드 모네 (p149)

그저 하늘거리는 모습의 아름답게만 보이는 <양산을 쓴 여인>은 모네를 대표하는 그림인데 이런 슬픈 사연이 담겨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부모의 반대에도 사랑하는 아내 카미유와 결혼해 아이를 키웠다. 어려운 시절 아내는 언제나 모네를 지지하고 사랑이 많았다. 그러나 카미유는 둘째를 출산 후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아내가 떠난 후 모네가 더 이상 초상화를 그리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자연을 그림으로 옮기며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 모네는 역동적이며 생동감 있는 그림을 다양한 색채로 그려냈다. 모네는 젊은 시절 경제적으로 힘들었고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냈으나, 평생 좋아하는 일에 매진했고 주변 동료들은 그를 지지하고 후원을 멈추지 않았다. 세계인에게 사랑 받는 화가 모네이다. 저자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모네가 심리적인 부자, 행복의 달인이라 칭하고 있다.

1922년 작품 <그리니치빌리지에서 본 도시>는 밤의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불빛들로 가득 찬 뉴욕의 전경을 담았다. 도시 전체가 마치 불이 켜진 하나의 전구처럼 환하다. (중략) 플랫아이언 빌딩 옆을 지나는 도시철도와 고가 다리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맨해튼이 산업도시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4부 : 우울과 불안을 달래는 도시의 빛 / 존 슬로안 (p298)

페이지를 넘기며 처음 <그리니치빌리지에서 본 도시>를 봤을 때 단순히 도시의 풍경을 담아냈다고만 생각했고 감흥은 없었다. 일찍부터 빈곤에 익숙했고 도시 변두리의 삶을 그림으로 그린 존 슬로안이 살아온 배경을 알게되었다. 지상을 수놓은 불빛을 관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건물의 옥상이 가진 낭만적이 공간의 이미지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읽었다. 존 슬로안에게 옥상은 생활의 민낯을 웃으며 관조할 수 있는 장소였다. 또한 세상의 꼭대기에서 관망하는 시가지를 통해 우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리고 다시 존 슬로안의 작품을 보니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다른 그림들도 좋지만 유독 <그리니치빌리지에서 본 도시> 작품이 계속 눈이 갔다. 어두움과 반짝이는 불빛이 공존하는 뉴욕의 도시를 옥상 위에서 바라보고 있다. 그 풍경을 담은 이 그림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거짓말을 살짝 더하자면 이 장소에 마치 서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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