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B. A. 패리스 지음, 김은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5월
평점 :
품절


딜레마

진실을 숨기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결정이었을까

어떤 '사실A'를 알고 있는 남편 애덤이 있다. 그리고 그 '사실A'를 모르는 아내 리비아가 있다. '사실B'를 알고 있는 아내 리비아가 있고, '사실B'를 모르는 남편 애덤이 있다. 서로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고통스러워 한다.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는 사실도 있지만 지체없이 숨김없이 말해야 하는 사실도 있다.

하지만 이 사실이 너무나도 엄청나서 말을 하는 순간 그토록 준비해왔던 일이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다면? 오랜 시간 준비했던 일이 무너지는 것이 불보듯 뻔한 일이다. 그래서 이 사실을 하루만 늦게 알리기로 결심했다. 이 결정은 과연 올바른 결정이었을까.

'B.A.패리스'의 네번째 소설 <딜레마> 심리 스릴러 소설이다. 나오는 책들마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책마다 100만 부 판매기록을 올렸다. 그녀의 소설은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속속들이 파헤쳐 직접 확인한 것만 같다. 등장인물의 감정이 책을 뚫고 나온다. 그 감정의 소용돌이에 함께 정신없이 끌려다녔다.

남편은 이번 파티 준비에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그래서인지 지난 6주 동안 그에게 말하지 않은 비밀 때문에 마음이 더 착잡했다. 죄책감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왔다. 몸을 돌려 죄책감을 억누르려 애쓰면서 남편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하지만 죄책감이란 녀석은 사라지지 않았다.

p26

남편 애덤과 아내 리비아는 각자 다른 고민에 휩싸여 있다. 남편과 리비아는 19살에 아이를 가져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첫째 아이 조시를 낳아 키워왔다. 비록 결혼식을 못했지만 둘째인 딸 마니도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리비아가 40살 생일은 파티를 열 계획이다. 20년 전 못했던 결혼식에 버금가는 파티를 준비 중이다.

리비아는 파티 준비에 여념이 없다. 주변 사람들과 연락을 하고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바쁘다. 그런데 자신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고민이 있다. 바로 딸 마니에 대한 일이다. 마니는 유산의 경험이 있다. 홍콩에 쫓기듯 떠난 마니가 언제나 걱정스럽다. 그런데 어느 날 마니와 영상 통화를 하던 도중 우연히 마니의 남자친구를 보게 되는데 그 사람은 남편의 친구다. 자신의 딸 마니가 아빠뻘의 나이의 남자와 부적절한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리비아는 일단 모른 척 넘어갔느다 마니의 상대 남자는 알아챘을 것이다. 이 사실을 남편에게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할 수가 없다.

애덤은 딸 마니의 행방이 궁금하다. 홍콩에 있는 딸 마니는 엄마의 생일 파티에 엄마 몰래 서프라이즈로 등장하려고 아빠 애덤에게만 연락하고 몰래 비행기를 타고 영국으로 오는 중이다. 직항이 비싸 두 번의 환승을 해야하는 비행기를 타고 온다는 알뜰한 딸이다.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철저하게 엄마에겐 비밀로 하고 애덤 역시 아내 리비아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카이로 국제 공항에 비행기 사고가 발생했다. 홍콩에서 탄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마니가 타지 못할 것 같다던 비행기다. 정말 마니가 그 비행기를 탔는지 못탔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고, 마니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 파티를 눈 앞에 둔 아내에게 이 사실을 말할 수도 말하지 않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마음을 진정시키며 심호흡을 했다. 만약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면 지금 아내에게 그 얘길 하든 말든 마니에게 달라지는 점은 없겠지. 만일 아내가 행복한 기분을 몇 시간 더 느낀다면 분명 그건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중략) 아내는 행복할 자격이 충분하다.

p181

애덤과 리비아의 시각에서 각자의 심리를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책의 제목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스스로 고통스럽다. 그 고민과 번뇌가 나에게 전해진다. 작가 B.A.패리스는 이런 깊숙한 심리적 묘사와 적절한 상황을 조합해 재미난 소설을 써낸다. 궁금함이 가득한 이 상황과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끌고 간다. 예상치 못했던 사실들이 조금씩 더해지고 마지막 장을 향해 가는 그 길에 긴장감이 증폭된다.

마니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다. 애덤도 리비아도 책을 읽고 있는 나 역시도 그랬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면서도 '설마 정말로 마니가 그 비행기를 탔을까'하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갑자기 마니가 나타나 다들 왜 그러냐고 물어올 것만 같다. 비행기 사고라는 극악의 확률이 가족에게 벌어질 수 있다고 누가 생각할 수 있겠는가. 소설이 어떻게 마무리 되는지 직접 확인하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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