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 여성작가 편 -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소설 10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이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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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 여성작가편

"한국현대소설의 세계에 놀러가다"

어쩜 이렇게나 한국현대소설 중에 내가 읽은 책이 하나도 없나 싶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많기에 기쁜 마음도 있지만 한국 소설에 관심이 없었던 내 자신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된다.

196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총 10편의 여성작가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강신재<젊은 느티나무>, 박경리<김약국의 딸들>, 전혜린<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완서<나목>, 오정희<유년의 뜰>, 강석격<숲속의 방>, 공지영<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은희경<새의 선물>, 신경숙<엄마를 부탁해>, 황정은<계속해보겠습니다>까지 담겨 있다.

세계문학에서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이 매우 날카롭다. 세계문학에 비해 장편이 턱없이 부재한 한국문학을 꼬집고 아쉬운 점들을 말하고 있다. 날카롭고 비판적 시각으로 한국문학이 더욱 성장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 작가의 일대기를 통한 작가의 배경 이해를 동반하며, 동시대의 타작가와 비교하기도 하고 작가들만의 문체에 대한 세심한 설명 또한 인상적이다.

근대적 서사란 다른 것이 아니라 장사꾼들이 승승장구하는 이야기다. (중략) 조선의 유교적 문화에는 상인과 상업에 대한 절대적인 거부감이 있다. 박경리도 이런 계층들을 긍정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중략) 전근대적 정서에는 이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중략) 근대, 자본주의, 그리고 이들의 이기주의와 폭력성을 모두 동일시하면서 통째로 거부하는 태도가 나오게 된다.

박경리 <김약국의 딸들> (p52)

<토지> 익히 잘 알고 있는 작가 박경리의 또 하나의 대표작 <김약국의 딸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토지>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과도 같은 소설인 <김약국의 딸들>은 영화와 드라마로 나올 정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저자는 <김약국의 딸들>은 전근대적 정서를 가진 박경리의 소설이기에 근대적 요소가 담겨 있지 않은 점을 꼬집고 있다. 근대의 문제를 다루면서도 초점을 특이하게 맞추고 있으며 주인공이 없는 이상한 소설이라 말한다. 운명론에 빠져 자기 분열과 같은 근대적 갈등과 고뇌가 결여되어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저자는 박경리 작가에 대해 여러 비판들을 제기하고 있지만 박경리는 한국현대소설의 대표 작가임에는 부정할 수 없다. 우리가 대작인 <토지>에 도전하기에 앞서 <김약국의 딸들>을 읽어 박경리 소설의 세계에 먼저 발을 담가 보는 것도 좋아 보인다.

삶의 물질적인 면이나 생물적인 면에 관한 감각은 남성이 둔하기 때문에 여성에게 유리한 면이 있다. 여성작가들이 그런 면에 더 밀착되어 있고, 그것이 박완서 문학의 자산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육체적인 측면, 욕망의 문제, 중산층의 감각 같은 것을 아주 잘 다루고 있다. 또 상당한 필력에다 자기 문체를 가지고 있다.

박완서 <나목> (p106)

40세의 문단에 데뷔한 작가 박완서가 가장 애정을 가지는 작품 <나목>이라 한다. 여성잡지 장편 공모전에 당선된 박완서의 첫 작품이지만 오랜 세월 갈고 닦은 실력 및 독서력이 녹아 있어 완성형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전쟁시기를 배경으로 하여 분단문학, 전쟁소설로 분류된다. 무엇보다 박완서는 중산층의 일상에 대한 가장 면밀한 관찰이 생생하게 소설에 담았으며 속물적인 중산층 의식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소설은 파격적인 성적 모험담을 담고 있어 대담함을 보인다.

작가 박경리와 박완서가 대비되는 부분을 다룬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박경리의 경우 옳고 그름을 사전 판단으로 재단하여 전개하는 반면, 박완서는 중산층을 부도덕하고 속물적인 단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면서 잘 표용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박경리에게는 낯선 자본주의 세계가 박완서는 감각적으로 자본주의 세계를 담고 있다. 박완서 작가의 작품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나는 고작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한 권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작품 개수만 100개가 넘는다. 박완서 작가가 엄청난 작가라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설정 자체에 정치적, 경제적 현실에 대한 관심이 다 빠져 있다. 인간의 사회적인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사회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핵심을 빼먹은 채 변죽만 건드리는 것이 된다. 이 문제를 정면으로 보기를 꺼려하는 것은,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책임을 떠안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중략) 그런 심리를 잘 다독거려 주는 작품이다. 다 큰 성인들도 이 작품을 읽으면서 모두 아들, 딸로 소환된다.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p257)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는 상당히 유명한 작품이다. 2008년 베스트셀러로 많은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계속 읽어야 겠다고 벼루다 책을 마련해 두었으나 아직 읽지 못했다. 금융위기라는 사회적 여파와 <아버지>에 이은 엄마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엄마를 부탁해>가 시대적으로 빛을 봤다고 저자는 바라보고 있다. 소설의 내용은 문맹에 치매가 있는 엄마를 잃어버리게 되고 맏딸, 장남, 남편, 엄마의 시선으로 구분되어 소설이 진행된다.

저자는 이 소설에 혹평을 하고 있다. 소설은 '정치적, 경제적 현실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다', '예상가능한 판에 박힌 에피소드이며 언니 취향의 멜로드라마 신파다', '이런 소설이 한국에서 계속 통한다는 것이 유감스럽다', '아직 한국문학이 미성숙한 단계다' 라는 표현들로 설명하고 있어 약간 난감했다. 날카로운 혹평을 하고 있어 약간은 당황스러우나 그러한 점에 오히려 더 궁금해졌다. 직접 읽어 확인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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