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라틴어 원전 완역본) - 최상의 공화국 형태와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섬에 관하여 현대지성 클래식 33
토머스 모어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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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




<유토피아>는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 이상향'을 뜻한다. 이 단어를 익히 들어 뜻은 잘 알고 있지만 이 책을 읽지 못해 그 이상향인 유토피아에 대해 매우 궁금했다.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정책들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되면서 유토피아가 왜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힘든지에 대해 알고 싶었고 이 책이 읽고 싶었다.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라는 표현에 매우 공감한다.



유토피아는 허구의 섬나라다. 저자가 유토피아를 설명하기 위해 택한 방식은 <걸리버 여행기>와 같이 허구의 사실을 경험담처럼 풀어 소개하는 방식이다. 내가 방문하게 된 나라가 있는데 이곳이 유토피아이다. 이 유토피아를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이 살아가고 운영된다. 그렇기에 뭔가 거부감이 덜하다. 만약 현재를 비판하고 유토피아만이 최선의 방식이라는 직접적 제시를 했더라면 수많은 비판과 마주해야 했을 것이다. 이런 저자의 접근은 유토피아가 채택한 방식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가 이 유토피아에 살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지, 이 정책들이 정말 좋은 것인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된다.

해마다 한 농장에서 20명의 도시민이 2년 동안의 농촌 복무를 마치고 도시로 다시 이주합니다. (중략) 농촌으로 이주해 농사일을 하는 기간은 법에 2년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원하지 않더라도 그보다 오래 살도록 강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천성적으로 농촌에서의 삶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그런 사름은 원하는 만큼 더 오래 머물 수 있습니다.

p103

나는 두 가지 주안점을 갖고 <유토피아> 책을 읽었다. 첫째는 '유토피아의 제도들이 현재 우리 사회에 적용이 가능할까' 라는 측면이고, 둘째는 '정말 유토피아의 사람들은 시행되는 제도에 모두 만족스럽고 행복할까'였다. 책을 읽은 후 이 두 주안점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해보자면 속시원하게 '그렇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는 다양한 이념과 사유재산 허용과 더불어 복잡한 법률과 사회의 구조로 형성되어 있다. 이 사회에 유토피아의 제도들 및 이념을 가져오기는 상당히 어렵다. 가져온다는 시도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미 체계 자체가 다르며 서로는 어우러지기 힘든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기 때문이다. 유토피아는 모든 시민이 주기적으로 농업에 종사해야 하며, 추첨을 통해 받은 동일한 집에서 사는 모습, 전 영토의 국유화, 사유 재산 제도가 폐지된 모습 등 상당한 부분이 통제에 의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



굳이 비슷한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대한민국 건장한 남자들이 가지는 국방의 의무를 수행과 유토피아의 농업 의무 종사 제도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모두가 꺼리는 농사일을 의무 농촌 복부 제도의 법으로 통제하고 있다. 우리의 임대 주택 제도 역시 나라에서 제공하는 주거 혜택인데 유토피아도 역시 나라에서 제공받는 집에서 산다는 부분이 약간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완전히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비슷한 맥락의 것들이 우리의 사회에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유토피아에 사는 모든 사람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논의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간의 행복에 관한 것입니다.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를 논의하고, 행복이 어느 것 하나로 이루어져 있는 것인지, 아니면 여러 가지로 이루어져 있는 것인지를 논의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그들은 쾌락설로 상당히 기울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인간의 행복은 전적으로 쾌락으로 이루어져 있거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쾌락이라고 봅니다.

p144

'오직 선하고 바른 쾌락 속에만 행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대체로 미덕만이 우리 본성을 그런 종류의 쾌락인 최고 선으로 이끈다고 봅니다.' (p146) 행복과 쾌락의 관계에 대한 부분, 미덕에 관한 정의들이 스토아학파와 일치한다는데, 나에게는 조금 어렵게 다가온다. 행복에 대한 정의를 쉽사리 내기 어렵지만 모두의 관심사임에는 확실한 듯 하다. 그 오랜 옛날부터 행복에 대한 수많은 철학들이 나온 것만봐도 참 어려운 부분임을 알 수 있다.



정신적 쾌락으로는 진리를 아는 지식, 진리를 깊이 생각할 때 얻는 즐거움, 보람 있는 일을 하며 살아온 인생을 뒤돌아보았을 때의 기쁨, 내세에 행복을 상으로 받게 되리라는 확실한 희망 같은 것이 있습니다. (p154) 정신적 쾌락의 범주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넓어서 흥미로운 부분이다. 쾌락의 범주가 육체적 쾌락이라고만 생각했던 나의 편협한 시각이었다.



책에서 표현되는 육체적 쾌락은 한마디로 건강한 삶이라 할 수 있다. 고요하고 조화로운 상태, 충분한 식음료와 음악이 더하면 충분하다. 모든 쾌락의 토대가 육체적 건강이라는 사실에 매우 동의한다. 건강한 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것임을 다시금 느낀다.


내 생각에 그 나라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나라일 뿐만아니라, 공화국이라고 부르는 것이 합당한 유일한 나라입니다. (중략) 유토피아에는 개인의 이익을 위한 일이 없으므로 모든 사람이 공공의 이익을 열심히 추구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나 거기서나 사람들은 각자가 속한 나라의 체제에 따라 자신이 처한 형편과 처지에 맞추어 행동할 뿐입니다.

p219

'공화국'은 라틴어로 '공공의 것'이라는 뜻이다. '공화국'이란 단어가 뭔가 매력적이다. 참고로 우리 대한민국은 투표로 국가 원수를 선출하는 대통령제로 '공화국'이다. 유토피아는 모든 것이 넉넉하게 분배되며 가난한 자도 없고 거지도 없는 나라. 사유재산이 없지만 모두가 부자인 나라. 모든 걱정과 염려에서 벗어나 즐겁고 편안한 마음의 나라. 이런 나라가 정말 존재할 수 있을까란 의구심 든다. 우리는 돈이 중요한 자본주의 체제에서 평생을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자유주의 및 자본주의 사회다.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와 전혀 다르다. 유토피아는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의 사상이 적용된 사회라고 볼 수 있다. 사유재산이 허용되지 않는 공산주의가 무언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만 공산주의가 실패한 수많은 사례들을 접할 수 있다.



박문재 해제에서 '지금 우리는 사유재산을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 체제의 극심한 모순을 경험하고 있다.' (p277) 이 구절이 나의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유토피아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고 유토피아에 한번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현 자본주의 체제의 한계와 모순을 강하게 느끼는 현대인들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지 않을까 싶다. 끝없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달리지만 열심히 일하는 것과 관계없이 극렬하게 대비되는 사유재산의 괴리는 우리 모두가 느끼고 있다.


"어디에도 없는 나라"(Utopia),

전에 나는 그렇게 불렀고, 실제로도 그랬다.

하지만 이제는 플라톤의 국가에 비견되는 곳이 되었고,

이제 아마도 그 나라를 능가하는 곳이 되었다.

그는 단지 공허한 말로 그 나라를 그렸을 뿐이지만,

나는 사람들과 부 그리고 놀라운 법률 속에서

그 나라가 실제로 살아 움직이게 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행복한 나라"(Eutopia)가 내 이름이 되었다.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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