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의 힘 - 대담하고 자유로운 스토리의 원형을 찾아서
신동흔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옛이야기의 힘

"삶의 진실을 꿰뚫는 옛날 이야기"





어린 시절부터 친숙하게 접한 설화, 전래동화, 디즈니 동화, 독일의 그림형제 민담 등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했으며 우리의 삶 안에 녹아 있다. 이야기 안의 다양한 교훈과 재미난 스토리라인은 또 다른 방식의 다양한 이야기로 우리에게 전해진다.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철학이 응축되어 의미있는 이야기들이 지속적으로 살아남아 우리에게 온 것들이다.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이자 우리나라 최고의 구비설화 전문가인 신동흔 저자는 옛이야기를 전하는 일의 평생의 업으로 삼고 있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질문있습니다> "옛날이야기의 힘-이야기를 이야기하다"의 강연을 통해 옛이야기의 가치를 설명하면서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강연에 미처 다루지 못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옛이야기의 힘>에 정리해 담았다.



옛이야기들을 해석하는 방식에 정답은 없다. 저자 신동흔 교수의 시각에서의 옛이야기 해석들은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으며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 저자의 생각과는 다른 우리만의 해석으로 이야기들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래서 옛이야기가 더욱 재미있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어도 가치가 사라지지 않는 귀한 보물이 옛이야기입니다. 그림형제가 옛날이야기를 두고 "인류의 삶을 촉촉히 적시는 영원한 샘"이라고 했는데, 그 말대로입니다. 옛날이야기는 늘 기대 이상을 보여줍니다. 잘 안다고 여겼던 이야기가 어느 날 뜻밖의 모습으로 다가오지요. 겉과 속이 아주 다릅니다.

프롤로그 (p5)

다양한 소설, 드라마 혹은 영화 등에서 우리는 무수한 이야기들을 만난다. 이런 이야기들의 근간은 사실 옛이야기들에 있다. 시간이 흘러 변형되어온 다양한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우리의 삶 안에 녹아있다. 익히 알고있는 선녀와 나무꾼, 백설공주, 빨간 모자, 라푼젤, 미녀와 야수, 콩쥐 팥쥐, 개구리 왕자 등의 이야기들은 하나씩 파헤쳐 보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을 깡그리 뒤집어 놓는다. 이 책을 통해 옛이야기들을 다른 시각으로 접하고 새로운 재미를 느낀다.


이야기는 늑대가 나타나서 소녀를 유혹했다고 합니다. 늑대는 대체 어디 숨어 있다가 불쑥 나타나서 달콤한 말을 건넸을까요? 그것은 숲으로 상징되는 세상 곳곳에 도사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소녀 안에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녀는 내면에서 올라오는 유혹의 목소리를 따라서, 천사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늑대였던 목소리를 따라서 숲으로 들어갔다는 뜻입니다. 제가 SNS에 빠져든 과정이 꼭 그랬지요. 결국은 자기 자신의 문제였어요.

빨간 모자가 알려주는 진정한 자존감 (p39)

<빨간 모자>는 그저 나쁜 늑대와 착한 빨간 모자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이야기를 찬찬히 들여다보니 참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늑대의 유혹으로 숲의 꽃을 구경한 모습은 SNS에 빠져 '좋아요'를 누르느라 정신을 못차리는 현대인에 비유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사냥꾼이 총을 쏘는 대신 가위로 늑대 배를 가르는 모습은 '냉철한 이성', '단호한 결단'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부분 역시 매우 흥미롭다. 그저 재미난 옛이야기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 현실의 크나큰 교훈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야기에서 엄마와 두 딸은 둘째 딸에게 "다른 천한 사람과 다를 게 없다"고 타박합니다. 그녀는 특별함이 없는 '평범한 존재'라서 미움을 받고 있습니다. 엄마는 자식들에게 남과 다른 특별한 무엇을 원하고 있지요. 자신의 평범함을 보상해줄 수 있는 무엇을요. 남다른 모습을 지닌 외눈박이와 세눈박이는 그런 기대를 만족시켜주는 존재였습니다. 말하자면 그들은 '특출난 자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가 (p340)

<외눈박이 두눈박이 세눈박이> 이야기는 우리의 현재 잘못된 인식을 꼬집는 옛이야기다. 평범함이 비정상으로 여겨져 배척되며 뛰어나야만 살아남는 정상으로 여기는 이야기의 모습은 매우 소름돋는다. 현대인의 잘못된 시각을 꼬집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결론은 권선징악의 설정으로 성실하고 평범한 둘째가 온전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허나 엄마의 편애하는 모습과 정상이 비정상으로 몰리는 비유적 표현이 매우 흥미롭다. 우리의 주변에서도 이런 이야기와 같은 모습을 쉽사리 만날 수 있기에 현대인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자가 망한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중략) 작대기의 힘에 해당하는 '서사'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가 하는 일은 흉내 이상이 될 수 없지요. 멋지게 활약해서 칭찬을 받고 성공하겠다는 욕심만 있을 뿐입니다. (중략) 다른 사람이 성공한 결과만 보고 맥락도 모른 채 무작정 따라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정말 많지요. (중략) 남들이 힘들게 이룬 성과를 쉽게 가지려고 한다면 놀부 심보 아니겠어요?

모든 실패자들의 한 가지 공통점 (p440)

<여우 잡은 막대기>와 <홀레 할머니> 이야기를 통해 나의 모습을 돌아 본다. 모든 실패자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바로 남들이 이룬 성과를 쉽게 취하여 했다는 점에 있다. 그간 쌓아온 노하우와 노력을 바라보지 않고 그 마지막의 활약을 성급하게 따라하려는 요행은 결국 큰 실패를 맛보게 한다는 내용이다. <흥부와 놀부>, <도깨비 방망이>, <혹부리 영감>, <금도끼 은도끼>와 같은 이야기들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남의 성공을 쉽사리 얻으려 제비 다리를 부러뜨리는 놀부는 결국 패가망신의 길을 걷게 된다. 착하고 성실하게 열심히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은 언젠가 성공의 길을 걷는다는 옛이야기의 교훈은 우리의 욕심어린 마음을 환기시킨다.


*****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 뿐만 아니라 처음 접하는 옛이야기들이 책 안에 상당히 많이 담겨 있다. 이야기와 인간, 성장과 독립, 사랑과 인간, 현실의 이야기, 성공과 행복의 주제들로 구분되어 옛이야기 안에 숨어 있는 진리와 진실, 교훈들을 만날 수 있다. 나는 특히 성공과 행복 챕터를 읽으면서 내 자신을 반성했다. 뭔가 요행을 바라고 이 챕터를 읽을 나에게 착하고 열심히 나아가라는 교훈을 얻었다.



덧붙이자면 이 책의 상당한 내용이 <그림형제 민담집>에서 가져왔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던 옛이야기들의 상당량이 그림형제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에 그림형제에 대해 궁금해지며 책이 읽고 싶어진다.



옛이야기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이 책은 성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옛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더 알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도 이 책은 큰 선물이 될 것 같다. 또한 인생의 지혜를 구하는 이들에게도 이 책은 뜻밖의 인생 길잡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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