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제작자들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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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제작자들

웰메이드 판타지, 스릴러가 담긴 아름다운 로맨스 소설




정말 오랜만에 책 내용에 푹 빠져 읽은 소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만났던 수많은 드라마나 영화들이 겹쳐졌다. 그렇지만 기존의 내용들과는 정말 다른 느낌의 신선함이 있다. 사후 세계, 인간을 돕는 수호신, 인간 세상을 계획하며 돕는 요정들의 이야기랄까. 이 소설을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표현들을 떠올려보지만 기존에 존재하는 듯 하면서도 선뜻 설명하기 힘들다. <우연제작자들> 소설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웰메이드 소설을 만났다.



이스라엘 소설 <우연제작자들>은 작가 요아브 블룸이 쓴 소설이다. 이 소설은 13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며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다. 흔한 로맨스 소설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 이상의 재미와 반전을 선사하고 있다. 왜 이 소설이 사랑받는지 끝까지 읽은 독자만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나 인간들과 함께 인간처럼 살아가는 그들, '가이'와 '에밀리' 그리고 '에릭'이다. 그들은 우연제작자다. 우연을 만들어 인연을 맺어주거나 영감을 불러 일으켜 위대한 발견 및 발견을 하도록 돕는 우연제작자도 있다. 복잡한 다이어그램을 그려가며 은밀하게 우연을 제작하며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우연제작자들>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다. 처음 시작은 그러했다. 하지만 우연제작자들의 임무 수행은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 중반부를 지나면서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햄스터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와 5급 우연제작자 검은 모자인 '피에르' 그리고 '알베르토 브라운'과 마피아 두목인 '돈 리카르도', 그리고 '마이클'. 이 인물들의 연결고리는 강물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지만 이 소설을 읽는 독자의 마음은 레프팅을 즐기듯 요동친다.

여러분이 과거에 무슨일을 했을지는 모르나, 여러분은 방금 승진한 것이다. 세상에는 현실 이면의 직업이 다수 존재한다. 상상 속 친구, 꿈 방직공, 행운 유통사... 그러나 이 과정을 마친 뒤에 여러분이 맡을 역할은 핵심 그 자체를 건드리는 일이다. 이 세상은 우연으로 가득하다. 그중 압도적 다수는 그야말로 우연이다. (중략) 이런 세 유형의 사건을 일으키는 것이 우리 임무다. 우리는 운명을 결정하지 않는다.

p92

주인공 가이는 인연을 맺어주는 우연제작자로 사랑을 믿지 않는다. 에릭이 가이를 바라보았을 때 가이는 세상에 사랑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진짜 낭만주의자로 여긴다. 그런 가이를 마음에 둔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우연제작자 에밀리가 있다. 가이를 짝사랑하고 있는 에밀리는 우연 제작을 해서라도 가이의 마음을 얻고 싶다. 사실 가이의 마음 한켠에는 커샌드라가 있다. 그렇기에 가이는 더욱 에밀리를 밀어낸다.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우연 제작으로 스스로의 인연을 만드는 패기있는 에릭이 있다. 에릭은 가이에 대한 에밀리의 마음을 알고 있다.

가이는 이미 자기 몫의 사랑을 받았다. 이제 그 사랑은 사라지고 없었다. 인생이라는 책의 그 장은 이미 다 읽고 덮어버린 뒤였다. 실망스럽지만, 그는 이 점을 오래전에 받아들였다. 이제는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 차례였다. 그래서 가이에게는 인연 맺기 임무가 중요했다. 어쩌면, 자신은 더 이상 경험할 수 없는 행복을 다른 사람이 누리도록 도움을 줄때마다 가이 역시 그 행복의 작은 조각을 받는 것일지 몰랐다. 그 행복이 가이의 이름 아래 기록되는 것이다.

p131

사랑을 믿지 않는 가이의 모습이 약간은 답답하게 느껴진다. 에밀리를 밀어내는 가이의 모습에서 안타깝기도 하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진정한 사랑을 알지 못한 채 과거의 사랑에 얽메어 있는 모습은 이 세상의 많은 이들이 저지르는 실수가 아닐까 싶다. 우연제작자로 다른 이들의 우연 제작을 위해 힘쓰면서도 자신에게는 냉정한 가이의 모습에서 재난 구조를 위해 헬리콥터를 보냈으나 이를 거절한 어리석인 남자의 일화가 떠오른다. 신의 한탄 섞인 애환이 느껴진다.

영혼을 잃고 세상을 당신처럼 보게 되느니, '작고 무의미한' 존재로 남는 게 낫겠습니다. 우연을 만들 방법은 선택하는 거예요. 선택하는 거라고요. 알아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에요. 그리고 지금 나는 내가 우연을 만들 방법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 방법에는 사람을 죽이는 일이 포함되지 않을 겁니다.

p341

첫 도입부는 약 10년 전에 봤던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이 생각난다. 주변 상황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연을 만들어주는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우연제작자 가이가 하는 일과 비슷하다. 우연을 조작해 두 사람의 인연을 이어 준다는 점에서 참 비슷하다. 책을 읽다보니 드라마 <도깨비>가 떠올랐다. 가슴의 칼을 뽑을 운명적 만남의 상대에 대한 가슴 절절한 이야기.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인 '기욤 뮈소'의 판타지적 요소인 소설과도 닮아 있다. 다양한 맛이 어우러진 소설이다.



오락거리로 생각했던 소설이 참 많은 생각에 들게 한다. 사랑에 대해, 인연에 대해, 우연에 대해, 운명에 대해.. 어느 하나 쉽사리 답을 낼 수 없는 두 사람의 인연과 만남은 어디서부터 시작된걸까. 우연제작자가 정말로 존재할까하는 얼토당토 않은 행복한 상상을 하게된다. 내가 지금 아내를 만나 사랑을 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룬 것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우연제작자의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다른 생에서 이루진 못한 사랑의 기억을 잃고 이 생에서 다시 만나 결혼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결실을 맺는 순간 저 멀리서 미소지으며 체크리스트에 체크하는 한 사내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연 제작자에게도 우연 제작자가 있나요?

p261

에밀리가 우연 제작자 교육을 받던 도중 차마 묻지 못했던 이 질문이 소설을 다 읽은 뒤에도 내 가슴 한켠에 남았다. 나 역시나 신이 있다면 묻고 싶다. '정말 우연제작자가 존재하나요?'. 그리고 또 하나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는 바로 에릭이다. 에릭의 역할은 책의 극후반부에 나오게 되는데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부분이다. 어쨌든 <우연제작자들>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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