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에 대하여
미키 기요시 지음, 이윤경 옮김 / B612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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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에 대하여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의 깊은 통찰




'고독에 대하여'라는 제목이 나를 이끌었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더불어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 나의 생각을 차분하게 해줄 책 한 권이 필요했다. 저자 '미키 기요시'는 일본을 대표하는 철학자 중 한 명으로 20권에 이르는 저서를 남겼으며 인생론에 관심을 가졌다. 이 책을 읽는 순간은 정신적 현인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전해 듣는 듯한 느낌이었다.



총 23가지의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담은 철학 에세이다. 죽음, 행복, 회의, 습관, 허영, 명예심, 분노, 인간 조건, 고독, 질투, 성공, 명상, 소문, 이기주의, 건강, 질서, 감상, 가설, 위선, 오락, 희망, 여행, 개성까지의 주제들을 이 한 권에 담고 있다. 이 중 몇 가지 주제들은 평소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들이어서 이 책이 읽고 싶었다.



에세이 형태이기에 저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수세기에 걸쳐 다양한 철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던 주제들이며 우리의 삶에 깊숙하게 연결되어 있는 주제들이게에 부담없이 읽어 나갈 수 있다. 몇 번씩 곱씹어 읽으며 사색하기에 좋다. 어지러운 우리의 마음을 정돈해주는 느낌의 에세이다.

행복을 생각한다는 것은 어쩌면 최대의 불행이 찾아올 징후인지도 모른다. 위가 튼튼한 사람이 위장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듯 행복한 이는 행복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행복하기 때문에 행복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오히려 우리에게서 행복을 생각할 기력까지 빼앗을 정도로 불행한 시대는 아닐까. 과연 행복을 모르는 사람이 불행을 이해할까. 분명 현대인도 온갖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행복을 추구할 것이다. 심지어 과도한 자의식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면서 말이다. 지나치게 자의식이 강한 사람은 행복에 대해 거의 생각 못한다. 그야말로 현대의 정신적 상황을 대표하는 성질이며 현대인의 불행이다.

행복에 대하여 (p18)

이 책의 두번째 챕터의 '행복에 대하여'를 여러번 읽었다. '행복'은 최근 나의 큰 관심사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 자가 구매한 아파트, 안정적인 직장과 가정을 꾸렸으며 꿈꿔왔던 모습 안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유독 요즘 행복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고 갈망하며 커져간다. 지금 분명 내 자신이 원했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으나 왜 나는 행복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는 것일까. 행복에 대한 심도 깊은 저자의 말들은 나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기에 행복을 생각하는 것일까.

'지상의 아들의 최고의 행복은 인격'이라는 괴테의 말처럼 행복의 완벽한 정의는 없다. 행복해진다는 것은 인격의 완성을 뜻한다. (중략) 인격은 육체인 동시에 정서며, 활동인 동시에 존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격은 형성하는 것이다.(p25) / 좋은 기분, 정중한 태도, 친절, 관대함 등 행복은 늘 겉으로 드러난다. 노래하지 않는 시인은 진정한 시인이 아니듯, 내면에만 머무는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다. 행복은 표현적이다. 새가 지저귀듯 저도 모르게 겉으로 드러나 타인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p27)

행복에 대하여 (p25~27)

행복의 완벽한 정의는 없으나 인격의 완성이 행복해진다는 것을 뜻한다는 말에 내 자신을 되돌아 본다. 지금 나의 인격이 아직은 미완성이기에 아직 행복에 미치지 못한게 아닌가란 의구심이 생긴다. 내면에 머무는 행복은 진정으로 행복이 아니라는 말에 내가 잘못 살고 있있다라는 생각이 든다. 타인을 행복하게 하는 것에 큰 관심이 없이 살았기 때문이다. 행복은 표현적이라는 말을 기억하고 베푸는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길이 아닌가 싶다. 행복을 위해 베푸는 것이 아닌 내 자신의 인격을 함양하며 스스로 우러나 드러나는 궁극의 행복이 내가 원하는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고독이 두려운 이유는 고독 자체 때문이 아니라 고독의 조건 때문이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죽음 자체 때문이 아니라 죽음의 조건 때문인 것과 마찬가지다. (p83) / 고독은 산속이 아니라 거리에 존재한다. 한 인간이 아닌, 다수의 인간 '사이'에 있다. 고독은 '사이'에 있다는 점에서 공간과 같다. '진공에 대한 공포'-이는 물질이 아닌 인간의 것이다.

고독에 대하여 (p83~84)

책의 제목으로 선정한 '고독에 대하여' 부분 역시 나의 큰 관심사다. 내 스스로 무언가 고독한 삶을 원하면서도 고독이 두렵다. 이 챕터를 읽고 이런 나의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고독'은 산속이 아닌 거리에 존재한다는 말이 매우 역설적이면서도 부정할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홀로 있는 느낌을 받는다. 즉, 고독을 느낀다. 고독을 맛보고 싶을 때 우리 동양인들은 자연으로 간다. 고독을 우리가 원할 때 맛보고 즐기고 느낄 수 있으나 우리가 원하지 않을 때 찾아온다면 매우 사람을 힘들게 한다. 고독사라는 단어가 현대에 존재하는 사실만을 봐도 우리는 정말 고독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오늘날 윤리학 전반에서 모습을 감춘 대표적인 두 개념은 행복과 성공이다. 그렇게 된 데는 제각기 상반하는 원인이 있다. 행복은 더는 현대적이지 않아서, 성공은 지나치게 현대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중략) 성공이 세상의 주요 화제가 된 순간 행복은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p95) / 성공과 행복을, 성공하지 못함과 불행을 동일시하면서 인간은 진정한 행복을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자신의 불행을 성공 못한 데 두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진심으로 측은히 여겨야 한다. (p96)

성공에 대하여 (p95~96)

성공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의 내가 가진 딜레마적 상황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성공이란 행복과 상반된다는 말이라는 표현이 정말 공감된다. 지금 내가 바라보고 나아가는 곳은 행복이라기 보다는 성공이다. 좀 더 많은 돈을 벌고 부족함 없는 미래가 되기 위해 열심히 달려나가고 있다. 그렇기에 행복은 접어 두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나도 모르게 내가 요즘 행복에 관심이 생겨났나 보다. 성공에 다가설수록 행복과 멀어지는 딜레마의 굴레에 빠져 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희망은 운명과 같다. 이른바 운명이라는 부호를 거꾸로 돌린 것이다. 만약 이 세상에 필연만 있다면 희망은 존재할 수 없지 않을까. 반대로 이 세상이 우연만 있다고 해도 희망은 존재할 수 없다. 인생이 곧 운명이듯, 인생은 곧 희망이다. 운명적 존재인 인간에게 살아 있음은 희망을 품었다는 뜻이다.

희망에 대하여 (p164)

우연과 필연의 집합이 운명이라 볼 수 있다. 희망은 운명과 같다. 미래는 알 수 없기에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우리는 희망을 품고 살아가기에 인생은 살만하다. 희망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하나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이 모두 정해져 있다는 말은 곧, 필연만 존재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운명은 필연만으로 존재하지 않기에 우리 인생은 우연 즉, 희망이 존재한다. 사실 우리는 알 수 없지만 희망이 있기에 우리의 삶이 재미있다고 할 수 있다. 희망이 있기에 내일이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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