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과 시작은 아르테 미스터리 9
오리가미 교야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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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과 시작은

첫사랑과 흡혈 미스터리의 만남





라이트 노벨 장르의 <세계의 끝과 시작은>은 흡혈종이 창궐한 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일본 소설이다. 가볍게 읽기에 좋으며 거듭되는 반전으로 매우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인상깊다. <기억술사>로 22회 일본 호러소설대상 독자상을 수상한 작가 '오리가미 교야'는 변호사로 활동하며 소설을 집필한다. 일본 감성 미스터리 장르 작품 세계를 우리에게 선사한다.



첫사랑과 흡혈 미스터리가 어우려진 일본 특유의 간지러운 대화가 담겨 있다. 소년 도노는 어린 나이에 우연히 만난 한 소녀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9년이라는 시간동안 소녀의 마음에 간직하며 어느덧 대학생이 된 도노 앞에 그 소녀가 다시 나타난다. 이상하게도 엽기적인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난 그 순간 그 소녀를 만난다.

여기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틀림없이 흡혈종의 범행이다. 보존된 시신을 확인했는데, 목의 살점이 크게 떨어져 나가서 몹시 참혹한 모습이었다. 수사 보고서에 첨부된 현장 사진도 보았다. 시신도 현장도 피범벅이었다.

p7

끔찍한 살인 사건으로 시작되는 소설은 독자를 압도한다. 흡혈종의 소행으로 보인다. 그러나 계약자에 의해 피를 공급받는 흡혈종이 이렇게 무자비한 살인 사건을 벌일 이유는 없다. 아카리와 아오이는 흡혈종에 의한 살인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대책실에서 파견되었다. 미등록 흡혈종의 소행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진행하지만 그렇다할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다.

"도노 선배, 아카리 씨 그림만 그렸어요. 첫사랑이라면서 몇 번이나 기쁘게 보여줬죠. 이름도 모르고, 다시 만난다는 기약도 없는데 9년이나 마음을 간직한 거예요."

p307

주인공 하나무라 도노는 대학생으로 오컬트 연구회 동아리 멤버다. 자신이 열 한 살때 마주친 아름다운 한 소녀의 모습을 기억하고자 그녀의 초상화를 그린다. 그녀를 운명의 상대라 믿고 애틋한 마음을 간직한채 살아간다. 이 사랑이란게 참 미련하고도 기약없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소녀가 도노의 앞에 9년 만에 나타났다. 도노는 다시 오지 않을 이 기회를 잡고자 노력한다. 이 사랑이란게 뭔지.

무슨 일이 벌어진지 몰랐지만 아무튼 울고 있는 아카리를 내버려둘 수 없어 왜 그러느냐고 괜찮으냐고 달랬다.

p418

소설이 절정에 이르는 대목과 결말이 미련을 남게 만든다. 사건이 잘 마무리 되나 싶은 그 순간 방심한 틈을 타 저자는 우리에게 마지막 반전을 선사한다. 후속작을 내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게 아닐까 싶은 약간의 열린 결말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도노와 아카리의 관계에서도 어떻게 될까 매우 궁금하다. 참 얄궂다.

*****

소설을 읽으면서 사건의 진상을 가늠할 수 있는 힌트들이 나온다. 촉이 꽝인 나로서는 그 힌트들을 흘겨 넘겼고 마지막까지 범인을 예측하지 못했다. 그래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는 부분들과 예상하지 못한 반전들은 신선하고 재미있게 다가왔다. 모르는게 약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모든 반전을 예상했다면서 소설이 시시하다고 말하곤 하는데 참 불행하고도 비범한 능력이지 않나 싶다. 때론 나처럼 한없이 눈치없는 상태로 소설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소설이 정말 재미있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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