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년의 방황, 성장 그리고 착한 본성
J.D.샐린저가 3주에 걸쳐 쓴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은 '20세기 최고의 소설'이라 불리며 각종 추천도서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재미있고 감명깊게 읽었다는 지인의 추천으로 관심을 갖게 된 <호밀밭의 파수꾼>을 드디어 읽었다. 그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현대 문학의 최고봉'이라는 찬사를 받는 이 책은 오클라호마 주에서 고등학교 교재로 사용했으나 학부모들의 맹렬한 반대에 부딛혔다고 한다. 내가 이 책을 읽어보니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학당한 주인공의 세상을 향한 외침과 방황을 다루고 있으며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와 비속어가 난무하기 때문이다.
민감한 감수성과 결벽증을 가진 홀든은 이번이 네 번째 퇴학이다. 훌륭한 학교라 여겨지는 펜시 고등학교에서 자신의 관심사가 아닌 과목들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교장과의 대화, 기숙사 룸메이트와의 갈등 등을 통해 어딘가 제멋대로이며 불만 투성인 홀든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 내면의 불만과 갈등이 나에겐 낯설지가 않다. 그저 세상에 순응하며 살아왔던 나 역시도 가졌던 세상에 대한 불만과 마주하는 거짓과 잘못들은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가진 그 무엇과 일맥상통한다.
퇴학을 당해 짐을 싸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 길고도 짧은 여정이 책 한 권에 녹아 있다. 세상에 쉽사리 순응할 수 없었던 이 젊은 홀든의 방황의 길목에서 우리도 역시 그처럼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 진정으로 올바른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홀든이 겪은 일화들이 점차적으로 홀든에게 동화되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물론 홀든의 행동들 모두가 올바르다 보기는 힘들다. 담배를 거듭 피우며 클럽에서 바에서 술을 마시려 하고 여자들에게 기웃거리는 그의 모습, 벨 보이를 통해 부른 창녀 등 며칠 안에 돈을 물쓰듯 하는 그의 모습을 본다. 그런데 이런 그의 모습에 안쓰럽고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이 스며 올라 온다. 심지어 홀든은 이 모든 현실에서 벗어나 떠나고자 마음 먹는다.
동생 피비가 멀리서 짐을 끌고 오는 장면과 피비를 대하는 홀든의 모습은 이 책의 클라이막스다. 소설의 변곡점이자 절정이자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지점이다. 결국은 동생을 지키고자 하는 홀든의 착한 본성, 호밀밭의 파수꾼스러운 본성이 발현된 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비가 억수로 오는 와중에 사냥모자를 쓰고 앉아 비를 흠뻑 맞는 홀든, 파란 외투를 입고 회전목라를 타는 피비의 모습, 그 장면은 나의 뇌리에서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