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센트 와이프
에이미 로이드 지음, 김지선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이노센트 와이프

살인마를 사랑한 여자




영국의 작가 '에이미 로이드'의 첫 소설 <이노센트 와이프>는 '선데이 타임즈'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 압도적인 도입부터 소설의 마지막 장까지 심리적 압박과 불안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만드는 치밀한 심리 스릴러다. 소설은 샘의 시각에서 진행이 된다. 그녀와 함께 하는 이 여정에서 뉴욕의 호텔에서 보내기도 하고 데니스가 어린 시절 자랐던 레드 리버에서 시간을 보낸다.



어린 소녀를 죽인 살인마의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금발의 미남 데니스, 그에게 사랑에 빠졌으며 그의 결백을 믿는 순수한 여인 서멘사 샘. 데니스의 결백을 믿고 데니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데니스의 친구 캐리. 이들의 이야기는 서맨사의 편지로부터 시작된다.

저는 서맨사라고 해요. 서른한 살이고 영국에서 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어요. 저는 당신이 무죄란 걸 알아요.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네요. 만난 적도 없는 사람한테 편지를 쓰는 건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이거든요.

p17

데니스는 앨투나 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데니스의 결백을 주장하며 추종하는 세력들이 많다. 곧 누명에서 벗어날 것이라 믿고 많은 이들이 데니스에게 편지를 쓰고 응원을 보낸다. 그런 데니스에게 샘은 용기를 내어 편지를 보낸다. 잘생긴 미남인 데니스에 반한 샘은 평범한 일편단심 여인이다. 서로 사랑에 빠진 둘은 결혼까지 한다.



이 도입부가 나에게는 상당히 의아하고 낯설었다. 교도소에서 살인자로 낙인찍힌 남성이 결백하다고 믿고 심지어 사랑에 빠지는 여성 샘의 심리. 그리고 그러한 여성에 사랑의 응답을 보내는 데니스의 심리. 편지와 면회를 통해 주고받는 대화가 전부인데 결혼을 약속하고 옥 중 결혼식을 거행하는 점. 그저 순수한 사랑의 결정이라 하기에는 미심쩍은 부분들이 많다. 물론 그 사이에서 캐리가 중재하는 부분이 없었더라면 두 사람의 관계는 나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 데니스가 결백하다고 철석같이 믿을 수 있었을까.

그래, 며칠. 석방이야. 홀리에게서는 데니스의 DNA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어. 우리가 그 셔츠에 묻은 피의 DNA가 누구 건지를 밝히면 법원은 석방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 이 제보자는 그 셔츠를 재검해야 할 강력한 근거를 제시한 거지.

p136

데니스가 어떻게 범인으로 특정되고 교도소까지 오게 되었는지의 과정이 매우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보육에 관심이 없고 폭력이 난무하는 가정, 물건을을 몰래 훔쳐 팔았던 어린이, 점차적으로 나쁜 행동을 일삼는 모습, 그리고 살인 사건. 그런데 데니스를 특정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는 없었다. 살인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어떠한 것도 데니스와 관련된 부분은 없었다. 그럼에도 데니스는 교도소에 같혀 있다. 그렇다면 데니스는 정말 억울한 누명을 쓴게 아닐까?



데니스에게는 불연듯 인생역전의 날이 다가온다. 살인 사건의 진범이 잡힌 것이다. 살인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하는 범인이 나온 것이다. 이제 데니스는 석방이다.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데니스에게는 이제 꽃길만이 남았다. 그런데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 그런 것일까.

처음부터 마크는 늘 샘에게 그렇게 말했다. 너와 나의 관계에는 조건이 없다고. 마크가 샘에게 상처를 준 건 샘에게 원인이 있었다. 샘은 이제 그걸 이해했다. 샘은 알면서도 규칙을 무시했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데니스는 온전히 샘의 소유였다. 두 사람은 결혼했다.

p189

살인 누명을 벗고 세상으로 나오는 데니스에게 언론이 집중한다. 그를 축하하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돈과 선물이 쏟아 진다. 그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그런 데니스의 곁에는 교도소 안에서 결혼을 한 샘이 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샘은 이런 데니스가 낯설다. 또한 샘이 느끼기에 데니스는 샘을 밀어내고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데니스의 아내로 샘은 데니스를 믿고 그의 여정에 함께 한다. 수년간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온 데니스는 모든 것이 낯설다. 데니스는 이메일에 가입하고 SNS를 사용하는 일부터 배운다. 그러다 데니스의 유일한 피붙이인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게 되고 데니스와 샘은 뒷처리를 위해 데니스의 어린 시절을 보낸 레드 리버로 향한다.

"자기는 내가 미쳤다고 생각 안 해?" 샘이 물었다.

"난 여자애들은 다들 좀 미쳤다고 생각해." 데니스가 말했다.

샘은 그의 말을 믿고 싶었다. 그 일이 일어난 이후로, 샘은 오로지 수치심과 죄의식밖에 느끼지 못했다. 이제는 사면이라도 된 듯 마음이 놓였다.

p349

레드 리버에서 데니스와 샘의 관계는 점차적으로 부부의 모습을 갖춰나간다. 데니스는 서서히 마음을 열고 샘은 그런 데니스에게 한걸음씩 다가간다. 폭풍우가 지나던 날, 지하 대피소에서 둘의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데니스를 믿고 기다린 샘에게 그 어두운 지하가 참 아이러니하게도 참 밝고 희망에 가득찬 곳이 되었다.



하지만 뭔가 불안함이 이 부부에게 감돈다. 알 수 없는 인기척, 샘이 잠든 사이 불연듯 사라지는 데니스, 강아지의 죽음과 형사들의 방문, 새끼 고양이의 죽음. 불안한 상황이지만 샘은 몇 주 후에는 이곳을 벗어나리란 생각에 참고 기다린다. 그러다 샘은 발견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그 무언가를 발견한다. 또한 데니스, 린지 그리고 하워드와의 관계와 과거가 베일을 벗는다.

넌 달랐어. 네 편지를 받았을 때, 넌 다른 사람들이랑 달랐어. 너무 다정했어. 너무 정상적이었지. 넌 평범했고, 난 그게 마음에 들었어. 네가 나랑 같이 있을 때면, 뭐랄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지. 나도 평범하다고. 그리고 넌 모든게 엉망이 되어갈 때도 내 곁을 지켰어.

p418

아무 조건 없이 평범하게 누군가를 대한다는 것. 그로 인해 마음을 열고 서로 믿고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이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리고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아무 의심없이 평범하게 대할 수 있을까. 상대가 희대의 살인마라면 그를 평범하게 대하기가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영화를 봤다. 그 영화 역시 소녀들을 살해한 실제 주인공의 모습을 영화화한 것으로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이노센트 와이프>를 읽으면서 많은 부분이 그 영화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사건과 심리적 묘사와 전개가 상당히 흥미로웠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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