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필사 시집
학창 시절, 시험에 나온다는 이유로 시를 공부하던 나는 의문이 있었다. 시는 읽을 때마다 나의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정답이 있는 국어의 시는 나에게 항상 어려운 존재였다. 시험의 울타리에서 벗어난 지금도 시는 나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시를 읽을 때마다 학창 시절의 시험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파블로의 개가 된 기분이다. 이런 나의 마음을 달래고 어루만져주는 시를 만났다. 아무런 걱정없이 그저 내가 중요하다고 다독이는 나태주 시인의 시들을 만났다.
풀꽃 시인으로 유명한 나태주의 시는 나를 웃음짓게 한다. 공감되는 시의 내용들은 마음에 담고 싶었다. 지금까지 필사는 해본 적이 없다. 필사에는 관심이 없었다. 필사 시집을 읽으니 필사를 하고 싶은 욕구가 일어난다. 나에게 어서 적어달라며 빈 공백을 들이미는 이 시집은 마치 또 하나의 힐링 도구같다. 컬러링 북에 이은 또 하나의 신드롬 '필사 시집'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