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미야가와 사토시 지음, 장민주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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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엄마'를 떠나보내야만 하는 아들의 마음





이목을 끄는 제목이지만 선뜻 손길이 다가서지 않는다. 얼굴을 찡그리게 만드는 '유골을 먹는다'는 표현은 그 속뜻을 알기 전까지 그저 살짝 미뤄두고 싶은 책이었다.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골'이라는 충격적 단어에 빠져 있다. 하지만 제목에서 중요한 부분은 그 앞 부분인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다. 책 제목을 심플하게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라고 한다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는 커녕 책을 펼쳐보기도 전에 그저 흔한 책이겠거니 하며 역사 속에 묻힐 것이 분명하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의 심정과 엄마와 함께한 에피소드들을 담은 '만화 에세이'다. 이 내용을 기반으로 영화화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저자와 어머니의 일화들은 한국의 정서와 매우 닮아 이질감이 없다. 엄마와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읽어나갈 때마다 우리의 마음은 이리저리 흔들린다. 엄마가 만들어준 카레보다 맛있는 음식이 없다는 저자의 말에 크게 공감한다. 우리 엄마가 만든 닭볶음탕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유골을 먹고 싶다'는 마음이 내 안의 가장 강렬한 감정이었다고 느꼈고, 제목으로는 이 이상의 것이 없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너무 슬퍼서 견딜 수 없었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이토록 근원적이고 궁극적인 사랑을 나도 누군가를 향해 품는 것이 가능했구나'라는, 그런 용기도 생겨나는 제목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작가의 말 (p175)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은 저자의 충동은 엄마를 떠나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작가만의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비상식적인 방식으로나마 상대를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 이해가 된다.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방식일지라도 영영 떠나버리는 엄마를 어떤 방식으로든 보내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은 깊이 공감된다. 엄마의 유골이 내 몸에 들어온다면 평생 엄마와 함께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이랄까. 그 누가 엄마의 죽음을 쉽사리 받아 들일 수 있겠는가.



작가의 솔직한 이야기들이 큰 공감을 이끌어 낸다. 죽음을 준비하며 사진첩을 정리하는 엄마에게 버럭 분노를 표출하는 아들이다. 죽음을 준비하는 엄마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다. 병실에서 힘들게 잠들며 힘들어 하는 엄마의 옆에서 아들은 이어폰을 끼고 영화를 보고 있다. 그 순간 아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코를 골며 잠이 든 엄마 옆에서 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죽음 앞에 무기력한 모습이 매우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곳곳에 남은 엄마의 흔적들을 발견할 때마다

엄마가 없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p40

엄마가 떠난 후에도 세상에 남은 엄마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엄마의 물건에 적힌 엄마의 글자, 엄마와 함께 가던 마트, 엄마가 좋아하던 딸기... 그 흔적들은 매우 강렬해서 지울 수가 없다. 엄마가 남긴 흔적들에 대한 나의 감정이 언제쯤 무뎌지고 적응이 될까 싶다. 저자의 상황에 내가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눈 앞이 캄캄하다. 그저 상상만으로도 이러한데 다들 어떻게 이 상황을 이겨내고 있을까. 세상의 어떤 상실감이 이보다 힘들까.





충분히 받아들였다고 생각한 엄마의 죽음이 다음 날 커다란 상실감으로 바뀌고

그 순간부터 엄마가 없는 세상에서의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p100

저자에게는 그래도 엄마를 떠나 보낼 마음의 준비가 가능했다. 암이 치료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에 엄마도 아들도 가족들도 엄마의 죽음을 예견하고 있었다. 그래서 엄마의 죽음을 준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엄마의 죽음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그 상실감은 이 상황을 겪지 않는 이상 알기 어려울만큼 커다란 것이다. 감히 상상되지 않는 크기다.







어쩐지 저 멀리 시골에서 엄마가 아직 건강하게 살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p142

저자의 이야기들이 나에게는 절대 오지 않을 것만 같다. 건강하신 엄마의 모습에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어떻게서든 올 엄마의 죽음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준비가 되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애써 외면하고 멀리하고 싶은 죽음이다. 실감나지 않을 것 같다. 엄마는 평생 건강하게 나와 함께 하실 것만 같다.



책을 읽으면서 최대한 감정적으로 몰입하지 않으려 애쓰며 읽었다. 방심하는 순간 눈물샘이 터질 수 있으니 주의하며 읽어야 한다. 지금은 그저 건강하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오늘 저녁에는 부모님께 안부 전화 한 통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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