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아워 1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3 골든아워 1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골든아워 1

Golden Hour 1



"피흘리는 이들을 일으켜 세우는 한 남자의 처절한 몸부림"





중증외상 분야 외과 전문의 이국종 교수. <골든아워>를 통해 세상에 대한민국 외상외과의 현주소를 알린 사람이다. 그저 사람을 살릴 기회를 늘리기 위해, 선진 의료 시스템 구축을 위해 각종 난관에 맞서고 있다. 사람을 살리는 것,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현실은 참담하다.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골든아워 60분이 확보되지 않으면 환자의 생사는 장담할 수 없다.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돈이 들어가지만 환자가 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환자를 치료하면 할수록 병원은 적자를 피할 수 없는 이상한 현실. 돈을 벌어야 하는 사립 아주대학병원이 그저 대의를 위해 조건없이 환자를 살리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외상외과는 병원에서 관리가 힘든 과가 되어 버렸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고도 욕을 먹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외상외과의 중심에 이국종 교수가 있다.

외상외과를 하면 할수록 선진국과 한국의 간극을 절감했다. 한국에서 선진국 수준의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려면 선진국 모델을 근간으로 삼아 그대로 가져와야 했다. (중략) 나는 현실에서 극심하게 부딪치면서도 좀처럼 그 생각을 바꿀 수 없었다.

p53

병원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둘째로 치더라도 일단 환자가 병원에 빠른 시간 안에 이송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과 런던의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을 직접 보고 경험한 이국종 교수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그 시스템을 한국에도 적용하고 싶다. 비용에 앞서 환자를 살리는 일이 우선시 되는 선진국의 시스템을 왜 우리는 적용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러한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일개의 교수, 병원이 아닌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돈은 한정적이다. 사회적으로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 구축은 어느 정도의 우선순위를 가질까. 교통 사고 예방을 위한 조명 설치, 생활고에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 등 대한민국에 정부의 보호와 돈이 필요한 문제들이 참 많다. 각종 문제에 대해 사람들마다 이해 관계가 매우 다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이 요구되는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 구축은 넘어야 할 과정이 산더미다.

중증외상은 국민이 사망하는 3대 사망 원인 중 하나로, 전체 사망의 10퍼센트에 육박합니다. 특히 40대 이전의 젊은 층에서는 가장 큰 사망 원인입니다. 노동자, 농민과 같은 블루칼라 계급이 집중적으로 타격을 입습니다. 병원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수익은커녕 적자의 온상이라 기피합니다.

p122

몸을 쓰고 위험하며 힘들어 기피하는 일들은 블루칼라 계급으로 분류된다. 대한민국에서 부상 위험이 높은 일들은 상대적으로 사회 계층이 낮은 사람들이 몸담고 있다. 그러한 계층에 있는 사람들은 풍족하지 못하며 많은 이들이 가정을 이끌어가는 가장들이다. 각종 사고에 취약한 근무 환경도 문제지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치료를 받기 위한 적절한 시스템이 한국에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병원까지의 이동도 문제며, 환자 발생시 외상 외과가 아닌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도 문제다. 불필요한 각종 검사를 받고 결국 외상외과로 이송되지만 골든아워가 한참 지나 환자의 생명이 위태롭다. 총체적 난국이다. 허나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관심을 가지지 않으며 변화가 없는 현실이 가장 참담하다.

사지가 으스러지고 내장이 터져나간 환자에게 시간은 생명이다. 사고 직후 한 시간 이내에 환자는 전문 의료진과 장비가 있는 병원으로 와야 한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골든아워(golden hour)'다. 그러나 금쪽같은 시간은 지켜지지 않았다. (중략) 앰뷸런스로 2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가 헬리콥터로는 20분 안쪽이면 충분하며 이송 중 응급 처치까지도 가능하다.

p148

이국종 교수가 헬리콥터를 주장하는 이유다. 헬리콥터의 이착륙 장소에 대한 협의부터 비용 문제, 헬리콥터 소음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수히 많지만 사람 살리는게 우선시 되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 나의 가족이 사고로 인해 죽어가는데 그 비용, 소음이 대수일까. 나와 우리 가족에게 사고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남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응급 환자 후송을 위한 헬리콥터 소음에 민원이 끊이지 않은 현실은 평생 풀어낼 수 없는 실타래같다.



경기도지사 김문수와 박연수는 석해균 선장의 일과 이 사고를 염두해 두었다. 그들은 연간 사고 발생 빈도와 환자 수, 환자가 살고 죽는 비율로 점검했고, 내가 보낸 자료들을 검토했다. 거듭된 논의 끝에 경기도는 도 내에서 중증 외상 환자가 발생하면 환자 이송에 소방방재청 소속 헬리콥터를 이용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이 사업은 석 선장의 이름을 붙여 '석해균 프로젝트'라 명명되었다.

p272

소방 헬리콥터를 활용한 중증 외상 환자 이송의 결실인 '석해균 프로젝트'는 매우 감격스러웠다.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생각에 그저 책을 읽는 내 자신까지 기쁜 마음이었다. 이렇게 사람 살리는 대의를 이어가는 해피앤딩으로 끝나면 얼마나 좋을까. 헬리콥터가 뜨기만 하면, 그저 시작하기만 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외상외과의 신속한 처치로 사람들이 살아나는 결과로 또한 시간이 흐르면 정착이 되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석해균 프로젝트는 다양한 이유로 넉 달만에 중단되었다.


*****

이국종 교수의 글로 접하는 대한민국 외상외과의 현주소는 생각보다 더욱 참담했다. 문제 해결에 앞서 많은 이들의 문제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 이해를 돕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무엇인가를 고민해 봤을 때 미디어의 힘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국종 교수의 기사나 다큐를 종종 매체에서 볼 수 있다. 좀 더 정확하게 현실을 전달하기 위한 <골든아워>는 그 노력 중 하나이다.



책을 읽은 후 해당 분야에 대한 나의 이해도가 조금 향상 되었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이국종 교수의 마음도 이해가 되지만 수많은 걸림돌 역시 이해가 된다. 병원의 처지도 이해가 되며 정치인들의 모습도 이해가 된다. 사람을 살리는 것, 그것 하나만 볼 수 없는 현실적 문제들이 서서히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언젠가는 이국종 교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바람대로 선진화된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이 대한민국에 자리잡지 않을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희생하며 피흘리는 쓰러진 이들을 일으켜 세우는 이국종 교수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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