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아는 농담
보라보라섬에서의 9년, 그리고 행복
보라보라섬은 남태평양 해에 위치한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많은 섬)에 위치한 섬이다. 신혼 여행지로 많은 이들이 방문하며 지상 최고의 낙원, 환상의 섬이라 불리는 곳이다. 모든 이에게 꿈과 같은 낙원의 보라보라섬에 저자 김태연은 프랑스 남자와 결혼해 이 곳에서 8년의 시간을 보냈다. 결혼식 없는 결혼을 올렸고 고양이 쥬드와 내일의 일은 모른 체하며 살아간다. 그녀의 삶은 어떠할지 살며시 열어본다.
섬 전체를 통들어 '소비 생활'이 가능한 곳이 손에 꼽을 정도라 불편할 때가 더러 있었다. 폴리네시아 사람들이 돈 쓸 곳이 없어서 소비생활을 안 하는 건지, 아니면 그들이 소비생활을 안 하니까 파는 곳이 안 생기는 건지 궁금했다. 모아나의 가족들을 만나고 나니 후자가 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상대적으로 제한된 소비생활을 할 수 있는 이들이 더 풍요롭고 느긋하게 살아가는 아이러니를 보고 있자면,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소비할수록 우리는 더 결핍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p34
섬 전체를 통들어 '소비 생활'이 가능한 곳이 손에 꼽을 정도라 불편할 때가 더러 있었다. 폴리네시아 사람들이 돈 쓸 곳이 없어서 소비생활을 안 하는 건지, 아니면 그들이 소비생활을 안 하니까 파는 곳이 안 생기는 건지 궁금했다. 모아나의 가족들을 만나고 나니 후자가 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상대적으로 제한된 소비생활을 할 수 있는 이들이 더 풍요롭고 느긋하게 살아가는 아이러니를 보고 있자면,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소비할수록 우리는 더 결핍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p34
오늘 주문하면 내일 집 앞에 도착하는 대한민국에서의 삶은 소비에 최적화 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소비 생활 자체가 어려운 보라보라 섬에서 만난 모아나 가족을 보고 소비하지 않고도 풍요로운 그들의 모습을 발견한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와 같은 이치가 아닐까. 무언가를 소유함으로 인해 집착하게 되고, 그 집착은 괴로움으로 변질된다. 그 집착과 집념은 소유에서 온다. 이 간단한 이치를 우리는 잊고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세상은 더하고 빼면 남는 게 없는 법이라더니, 보라보라 섬이 딱 그런 것 같다.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고, 좋은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나쁜 일도 생긴다. 행복하다기엔 만만치 않고, 불행하다기엔 공짜로 누리는 것 투성이다. 깨끗한 공기, 따뜻한 바다, 선명한 은하수...p118
세상은 더하고 빼면 남는 게 없는 법이라더니, 보라보라 섬이 딱 그런 것 같다.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고, 좋은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나쁜 일도 생긴다. 행복하다기엔 만만치 않고, 불행하다기엔 공짜로 누리는 것 투성이다. 깨끗한 공기, 따뜻한 바다, 선명한 은하수...
p118
대한민국의 깨끗한 공기는 이제 옛 일이 되어버린 듯 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날아오는 미세먼지로 그 당연하던 깨끗한 공기가 이제는 사치가 되었다. 당연하게 누리던 것이 사라진 이후에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 인생이란 참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우리는 언제나 이런 일상의 행복을 잊고 살아간다. 보라보라 섬에서 살면서 그러한 일상의 소중함을 잘 느끼는 저자다. 더운 날씨, 잦은 정전 등으로 불편함도 있지만 그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정전이 된 날 더운 집 안을 피해 노닐다 모기의 공격에 병으로 고생을 하기도 했다. 때론 나쁜 일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좋은 점이 있기에 그곳에 사는 게 아닌가.
내일의 불확실한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모른다.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어제오늘과 똑같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하루가 계속될 수도 있고, 반대로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그 지루함이 축복이었다는 걸 알게 되겠지만, 뭐 그렇다고 별 수 있나. 무너진 자리에 다시 새로운 지루함을 만들 수 밖에 없다. 오늘이 언젠가 우리만 아는 농담이 될 날을 기다리며. 내일의 일은 모르겠다.p260
내일의 불확실한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모른다.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어제오늘과 똑같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하루가 계속될 수도 있고, 반대로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그 지루함이 축복이었다는 걸 알게 되겠지만, 뭐 그렇다고 별 수 있나. 무너진 자리에 다시 새로운 지루함을 만들 수 밖에 없다. 오늘이 언젠가 우리만 아는 농담이 될 날을 기다리며. 내일의 일은 모르겠다.
p260
글들의 말미에 '내일의 일은 모르겠다'라며 끝맺는 경우가 많았다. 불확실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가 오늘을 충분히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저자의 엄마가 위암에 걸려 위의 3분의 2를 잘라내야하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딸에게 신세지기 싫어 눈물을 보였다는 엄마. 이 대목에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 책을 읽고 행복이라는 단어를 계속 생각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이 진정 행복한 삶인가. 지루하게 지나가는 이 일상이 진정한 행복이 깃든 삶인가. 훌쩍 보라보라 섬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불쑥 뛰쳐 나오려한다. 그 언젠가 보라보라 섬으로 떠나고 싶다. 그저 '내일의 일은 모르겠다'고 말을 툭 던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