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물고기
이찬혁 지음 / 수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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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물고기

제대로 물 만난 이찬혁의 감성 소설







악동 뮤지선의 작곡을 도맡아 하는 이찬혁은 작곡, 작사의 재능을 노래를 통해 전국민이 확인했다. 그런데 이제는 <물 만난 물고기>라는 책을 들고 나왔다. 이 책을 넘기면서 나는 살짝 부정적인 마음이 앞서 있었다. 곡을 잘쓴다고 해서 책을 잘 쓴다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겠지. 알려진 이름으로 책을 내는 것이겠지. 책을 읽는 초반부에도 단편인지 장편인지 알 수 없는 전개에 오글거리는 대화들에 아쉬움이 생겨났다. 그런데 책을 읽을 수록 책의 진가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거였구나. 정말 색다른데.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할 수 있다니. 꽤 괜찮을 소설인데. 책을 읽고난 뒤 내가 앞서 가졌던 선입견이 무너졌다. 작곡만 잘하는 이찬혁이라 생각했으나 책도 잘쓰는 이찬혁이구나. 그의 천재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맞아요. 아팠어요. 아팠지만 좋은 아픔이었어요. 슬픔이라는 감정이 사람을 얼마나 처절하고 아프게 하던지요. 하지만 절망적이지는 않았죠. 이별이라고 했죠? 난 그저 그걸 배운 거예요.

p23

1층에는 카페를 2층에서 생활하는 산이는 과거의 이별로 슬퍼 보인다. 이런 산이의 카페를 오픈하기를 기다리며 홀로 밖에서 기다리는 양이. 산이에게는 어떠한 일이 있었으며 양이는 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이 때까지만 해도 잘 이해되지 않았고 단편 소설로 착각했다. 서로의 연관성을 찾기 어렵게 하려는 의도였을지도 모르겠다. 저자 이찬혁이 준비한 환상적인 이야기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얼룩말만큼 예술적인 동물은 없어! 전에 책에서 봤는데 얼룩말은 다른 말들보다 야생성이 뛰어나서 길들이기가 어렵대. 이게 사람들이 보기에 야생성이지, 내 눈에는 자유를 갈망하는 고집으로 보이는걸.

p82

산이와 해야가 만나는 순간, 그 둘은 사랑에 빠졌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파도가 몰아치는 갑판 위에서 위태로이 버티던 해야, 그녀를 보고 단숨에 달려간 산이. 그 둘의 이후는 여느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한다. 그녀를 통해 산이는 많은 것을 배운다. 배운다는 표현보다 느낀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까? 이 소설을 읽고 나까지 감성적으로 변한 듯 하다.

저녁에는 해야와 꽤 오랜 시간 석양을 보기 위해 바닷가로 나갔다. 그녀는 바다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매일 자신에게 바다가 어떤 의미인지 말해주었다.

"나는 음악이 없으면 바다로 나갈 거야."

"왜 하필 바다야?"

"바다 소리가 가장 음악 같거든."

그 바다에는 단 하나의 별이 떠 있었다.

p95

바다를 사랑하는 그녀 해야와 산이에게 있었던 일은 나의 상상력을 벗어나는 일이었다. 마치 꿈과 같은 일이었고 화려한 정원 속 색채를 잃어버런 해야가 갈망하는 자유의 몸부림이었다. 그녀가 실제 존재했던 인물이었던가 싶을 정도로 꿈 속을 거닐다 온 느낌이랄까. 그렇게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는 산이의 마음이 그저 이해가 된다.


*****

여운이 오래 남았다. 바다를 바라볼 때 이 소설이 생각날 것만 같다. 해야의 모습이 떠오를 것만 같다. 이찬혁의 노래 '항해'를 들어봐야 겠다. 이 책에서 전하고자 했던 그 감성이 노래를 통해 전해지지 않을까 기대감이 생겨났다. 이찬혁은 노래하는 음악가라고만 생각했었다. 허나 이 책을 읽고 난 뒤 그는 예술가라고 칭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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