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그 섬에서
다이애나 마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여름, 그 섬에서

아조레스의 매력에 빠진 그녀의 이야기





포르투칼의 내륙에서 상당한 거리에 떨어진 아조레스 제도는 9개의 섬으로 되어 있다. 붉은 머리칼을 가진 캘리포니아에 사는 기자이자 미국인 다이애나 마컴은 포르투칼어를 전혀 사용할 줄 모른 상태에서 아조레스로 향했다. 투우와 축제, 아조레스의 멋에 한껏 취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허덕이며 살아가는 그녀는 이전에 썼던 '집과 농장과 꿈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을 다룬 기사'가 퓰리처상 특집 기사 부문에서 수상하여 뜻 밖의 상금을 받는다. 오늘이 마지막 밤이라면 뭔가 다른 것을 하겠노라고 말하는 그녀는 다시금 아조레스로 향한다.

아조레스에 대해 조사하던 중에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섬 목록에서 아조레스가 굉장히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통이 살아 있고, 지속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했다.

p24

이 문장을 읽고 나도 아무런 이유없이 아조레스로 떠나고 싶었다.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는데 가지 않을 이유가 없는 곳이 아닌가. 포르투칼어를 전혀 하지 못하고 전혀 연고도 없는 그녀는 왜 아조레스로 향했을까 의문을 가졌었다. 그런데 문득 나도 아조레스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무런 조건없이 그저 좋은 곳.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는 그 하나만으로도 가고 싶은 곳이 아조레스가 아닐까.

모험을 할 때는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게 되고, 들어야 할 이야기를 듣게 된다는 걸 믿으세요. 정말로 중요한 것들에 대해선 계획을 세울 수 없어요.

p125

여행을 할 때 항상 계획을 세우는 내 자신에게 매우 귀감이 되는 말이다. '정말로 중요한 것들'이 무엇일까. 여행을 하는 도중에 나는 현지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이 없다. 두렵기도 하고 성격상 유유자적을 즐기기도 하고 처음보는 사람과의 대화가 쉽지 않다. 다이앤 마컴처럼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즐기는 여행을 하고 싶다. 하루 이틀 머무는 정도로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긴 힘들겠지만 그저 시도해 보는 자체로도 의미있지 않을까.

나는 태양과 함께 테르세이라 섬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 비행기 밖으로 걸어 나가자마자 바다의 짠 내와 꽃향기, 그리고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익숙한 냄새가 밀려왔다.

p128

간단한 포르투칼어만 가능한 그녀는 저녁 마다 사람들이 모이는 하나뿐인 카페로 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저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가 다 비슷비슷하지만 아조레스라는 섬에서 만나는 이야기는 뭔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사실 우리도 그러하지 않은가. 지금 내가 살아가는 현실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눈에 특별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이야기들은 사소하지만 매우 특별해진다. 아조레스에서의 이야기들이 평범하고 사소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섬에서의 이야기들은 정감이 가고 기억하고 싶다.



"카가후는 거의 멸종할 뻔했던 새인데, 그걸 구하려고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있잖아요. 굉장한 기분이 들지 않아요?" 그가 물었다. "매번 카가후 한 마리를 구조할 때마다 그걸로 충분하죠. 이게 아조레스입니다.

p377

아조레스가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 다이애나 마컴에게는 제 2의 고향과도 같은 장소다. 이민자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사우다지'의 말 뜻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본다. 나의 고향 전주도 아름다운 곳이지만 아조레스는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겠는가. 내가 전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보다 조금 더 상위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아조레스를 떠난 이민자들은 언제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만큼 아름다운 곳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