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VS 80의 사회 - 상위 20퍼센트는 어떻게 불평등을 유지하는가
리처드 리브스 지음, 김승진 옮김 / 민음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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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VS 80의 사회

불평등 사회의 상위 20프로의 전략과 위선




자본 주의 사회에서 계층은 존재할까? 물론 존재한다. 상위 1프로, 상위 20프로, 그리고 나머지 80프로로 나눌 수 있다. 혹은 상류층, 중상류층, 중하류층, 하류층으로도 나눌 수 있다. 계층으로 구분된 이 사회에서 우리는 상위 1프로에게 부를 분배하지 않는다며 손가락질 한다. 지금까지는 그래왔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상위 20프로에 있다. 상위 1프로에 속한 사람들은 상위20프로에 속한 그룹과 시시각각 교환된다. 허나 상위 20프로는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고 한다. 20과 80 사이의 유리 바닥은 계층 이동을 어렵게 한다. 상위 20프로와 나머지 80프로와의 대결 구도를 지닌 이 사회의 모습을 속속들이 파헤쳐 본다.



이낙연 국무 총리 추천 책이다. 나 역시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자본 주의 사회의 불평등을 저지하는 계층의 전략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꿰뚫고 있다. 정확한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이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미국 기준 연 11만 달러(한화 약 1억3천만원)의 연봉을 받는 다면 상위 20프로에 속한다고 한다. 한국은 물론 그 기준이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나는 하위 80프로에 속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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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회를 사재기하면 우리 아이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다른 아이들은 기회가 차단되어 피해를 본다. 우리 아이가 동문 자녀 우대로 대학에 가거나 연줄로 인턴 자리를 잡으면 다른 아이들은 그만큼 기회가 줄어든다. (중략) 너무나 많은 미국의 중상류층이 자신과 자녀의 성공을 전적으로 본인의 재능과 머리와 노력 덕분이라고 굳게 믿는다.

1. 문제는 상위 20퍼센트다 / 불공정한 기회 사재기 전략 (p28)

우리 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아 참 아쉬운 마음이다.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지만 도덕적으로 불편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 상위 20프로의 저항은 상당하다. 나에게도 이런 기회가 온다면 거절할 수 있을까? 그저 도덕적인 문제가 있을뿐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나 역시도 솔깃해진다. 도덕적 책임을 회피한 이들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상위 20프로의 중상류층은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 그리고 그 기회가 다른 아이들에게 가지 못한다는 것,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이 가능한 것일까.

상위 1퍼센트는 현재 미국 전체 부의 37퍼센트를 소유하고 있는데 1960년대의 33퍼센트보다 비중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중상류층의 부도 상당히 증가했다. 경제학자 에드워드 울프의 추산에 따르면 상위 20퍼센트 중 최상위 1퍼센트를 제외한 19퍼센트는 현재 미국 전체 부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2. 20 VS 80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 상위 20퍼센트는 점점 더 부유해지고 있다 (p47)

상위 1프로에 대해서만 우리는 비난하고 재분배를 외쳤다. 물론 상위 1프로에 많은 부가 집중되어 있긴 하다. 허나 대부분의 부는 상위 20프로에 존재하고 있다. 대략 88퍼센트의 부를 상위 20프로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랍다. 상위 1프로 보다 상위 20프로에 초점을 맞춰 사회 불평등 문제와 현상에 접근해야 한다.

불리한 조건에 있는 부모들이 자녀에게 더 많이 투자할 수 있게 돕고, 양질의 양육을 받기 어려운 환경에 태어난 아이들에게 추가적인 공적 투자를 해야 한다.

3. 양육 격차가 특권을 만든다 / 어느 부모가 더 헌신적일까 (p75)

부자 동네의 고등학교는 성적이 높다. 좋은 교육을 받으며 학원을 다니는 등의 노력에 의한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서로 해당 지역으로 이동하고자 하는데 집값이 높다. 높은 집값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만 이사올 수 있게 되고,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게 된다. 부에 의해 부가 창출되는 현장이다. 한국만의 이야기라 생각했지만 책에서 나오는 내용이다. 즉,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평등한 교육을 위해 모두가 노력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막을 수가 없다.

절대적으로 상향 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의 수에는 제한이 없다. 이론상으로는 모든 사람이 부모보다 높은 생활 수준을 누리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적 이동성은 반드시 제로섬 게임이고, 따라서 정치적으로 훨씬 더 놀란거리가 된다.

4. 유리 바닥 위의 사람들 / 상대적 계층 이동성에 주목하라 (p94)

상대적 이동성에 대한 부분이 공감된다. 나라가 부강해져 절대적 생활 수준은 높아질 수 있지만 상대적 상향 이동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계층의 중샹류로 올라가면 중상류층의 누군가는 아래로 내려오는 셈이다. 하위 계층의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으로 기회를 주고 노력해 성공한다면 충분히 중샹류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반대로 중상류층의 누군가는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 하향 이동성에 대해 중상류층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지만 인간 본연의 성향은 이를 거부한다. 상위 20프로는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고 싶은 욕망이 더욱 솟아나지 않겠는가.

중상류층 아이가 SAT 성적이 높아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은 기회 사재기가 아니다. 그런데 SAT 점수가 커트라인보다 낮은데도 동문 자녀 우대를 받아 합격한다면 이것은 기회 사재기다.

6. 기회 사재기라는 전략 / 기회 사재기란 무엇인가 (p153 )

도널드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를 보자. 그는 아버지 찰스 쿠슈너가 하버드에 250만 달러를 기부하고서 얼마 후 하버드에 입학했다. (중략) 그가 "내신도, SAT 점수도 부족했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진보적 경제학자이자 전 하버드 총장이었던 래리 서머스는 "사립 교육 기관은 공동체의 속성을 갖는다."라며 "동문 자녀 우대제는 그러한 공동체에서 뗄 수 없는 부분"이라고 동문 자녀 우대제를 옹호했다.

6. 기회 사재기라는 전략 / 불공정한 대학 입학 제도 (p162)

기회 사재기는 다시금 상세히 언급된다. 미국은 동문 자녀 우대제가 공공연하게 있다고 한다. 거액의 기부금을 낸 자녀를 입학시 우대해준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기회 사재기의 정점이건만 꽤 많은 이들이 이 제도를 활용해 부족한 내신과 SAT 점수에도 하버드에 입학한다고 한다. 세계 1위 경제 대국 미국이라는 나라는 좀 다를 줄 알았는데 도덕적 해이에 너무 당당해서 당황스럽다. 우리 나라는 그나마 나을까라는 의문에 확답이 들지 않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노동 시장에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 불평등을 사후적으로 고치려 하기보다는 생애 첫 25년 동안 인적 자본을 축적하는데에서 발생하는 격차를 좁히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7. 변화를 위한 제안 (p184)

저자가 제시하는 7가지 방안이 있다. 계획하지 않은 임신과 출산을 줄이기, 가정 방문 프로그램 강화로 육아의 질 향상, 더 훌륭한 교사 창출 지원, 대학 학자금 조달 기회 공정화, 배타적 토지 용도 규제 철회, 동문 자녀 우대 철회, 인턴 기회 개방, 역진적 조세 보조 폐지로 자금 마련 등을 제안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노력해야 하는 쉽지 않는 길이다. 그리고 이 제안들이 모든 문제를 깔끔하고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욱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언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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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흥분해서 책 내용을 모조리 이곳에 옮겨 놓을 뻔 했다. 상위 20퍼센트가 차지하고 있는 특권을 어떻게든 유지하려는 위선과 전략들에 치가 떨린다. 허나 이런 상황에 그들만을 욕할 수도 없다는 점도 깨달았다. 자신의 지위와 재산을 지키려는 인간의 본성을 어찌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이를 두고볼 수 많은 없는 일이지 않을까.



현 시대가 지닌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지적하고 있는 이런 책은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감했으면 한다. 특히 정치계에서 이 책을 읽고 세상을 좀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정치권 자녀들의 특례 입학, 부정 입학 등 자녀들과 관련된 의혹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배경보다 능력이 존중받는 사회, 불평등이 아닌 평등의 토대가 되는 사회, 계층이 무의미해지는 사회 어쩌면 유토피아일지 모르는 이상향의 사회는 꿈 속에만 존재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언제나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 사회가 이러한 우리의 꿈을 언젠가는 이루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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