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예찬 - 숨 가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품격 있는 휴식법
로버트 디세이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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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예찬

우리는 제대로 된 휴식을 즐기고 있는가





<게으름 예찬>은 제대로된 휴식, 빈둥거림에 대한 이야기 하고 있다. 내가 진정 제대로 휴식을 하고 있는가에 고민하게 된 책이다. 쉬면 쉬는 것이지 제대로 쉰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확 와 닿지 않았다. 허나 책을 읽다보니 내 자신이 제대로된 휴식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식이라는 명목 아래 스스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구속 받지 않는 곳에서 유유자적 읽고 싶은 책이다. 그 상황과 잘 맞아 떨어지는 제목이다. 책을 언제까지 읽어야 한다거나, 서평을 써야한다는 의무감 없이 자연을 즐기며, 햇빛을 즐기며 읽는 <게으름 예찬>은 나를 자유롭게 하는 인간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요즘 내가 독서를 하는 이유는 대체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다. 꼼짝도 하지 않은 채로 모험을 하기 위해서.

꼼짝하지 않은 채 모험하기 (p75)

여유롭게 독서를 하는 모습은 풍요로움과 한가한 상태로 보인다. 휴가를 보내며 읽는 책 한 권은 제대로 쉬는 시간을 즐기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진다. 그런데 내가 책을 읽을 때 과연 독서의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며 책을 읽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마치 숙제를 하듯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내 모습을 되돌아 본다. 제대로 쉬면서 책을 만나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냥 바라보기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매우 만족스럽지만 과소평가되고 있는 예다.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는데, 차를 마시는 것처럼 명상이나 수면에서 한 걸음 나아갔지만 그 보폭은 작다. (중략) 당신은 무언가를 바라보면서 마음이 내키면 골똘히 생각할 수도 있다.

꼼짝하지 않은 채 모험하기 (p85)

그냥 바라보기만큼 힐링되는 일이 또 있을까.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으면서 그저 바라보는 일. 현대인들이 가장 바라는 일이며 나 역시도 좋아하는 게으름 방식이다. 최근 그냥 바라보기를 해 본적이 있나 싶다. 멍때리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그냥 바라보기란 마음을 정리하는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취미란 무엇일까? 취미는 물질적 이득을 바라지 않고 오직 그것이 주는 순수한 즐거움 때문에 주기적으로 마음껏 탐닉하는, 어느 모로 보나 경쟁하지 않는 오락이다. 텔레비전 시청이나 비둘기 훈련시키기, 백화점에서 기분 좋게 어정거리기가 그렇다.

시간의 주인이 되는 비결 (p228)

취미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며 나의 취미는 무엇인가를 고민해본다. 물질적 이득을 바라지 않는 경쟁하지 않는 오락이라는 조건의 취미를 나는 즐기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봤다. 책읽고 서평쓰기, 레고 조립하기, 영화보기, 게임하기, 텔레비전 시청 요리하기 정도가 생각난다. 이외에도 취미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취미의 범주에 두어야 하는가에 대해 애매한 부분이 있다. 아이와 놀아주기, 블로그 관리하기, 서평이벤트 카페 활동 등은 스스로 취미라 생각했으나 정말 취미였나 하는 의구심이 들기까지 하는데, 사실 그저 내가 좋으면 그만 아닌가? 취미와 취미가 아닌 것을 구분하는게 의미가 있을까?



이런 구분을 짓는 이유는 사실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제대로 노는 것이다. 시간의 주인이 되는 비결은 노는 것이라 말한다. 제대로 놀아야 시간의 주인이 되기에 이 취미의 의미에 대해 이해가 된다. 물질적 이득이 없는 조건이 매우 중요하게 다가온다. 약간의 이득이 있다고 한다면 그 순간 진정한 취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평쓰기를 취미로 볼 수는 없는 것이었나.


*****

<게으름 예찬>은 품격 있는 휴식법에 대한 '로버트 디세이' 의 다양한 고찰의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을 읽는 순간에는 저자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거리고 동감하며 미소를 짓곤 한다. 그런데 한 개의 장을 읽고 나면 지금까지 내가 무슨 내용을 읽은 거지? 살짝 혼란에 빠진다. 하나의 주제를 두고 넓은 생각의 폭 안에서 자유롭게 오고 간다. 마치 재미있는 상황 속에서 흠뻑 즐기다 현실 세계로 다시 돌아오는 느낌이랄까.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세상의 이치를 잠시 잊고 책에 몰두하게 한다.



'격식 있는 휴식을 즐기는 방법', '우리는 제대로 쉬고 있는가', '품격 있는 휴식법' 등의 부제들이 떠오른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픈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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