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서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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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내 마음을 위한 엉덩이 하나 마련하기




고양이를 키우고 회사에 다니며 퇴근 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작가. 스스로 말하기를 얼굴이 크고 다이어트를 하는 듯 하지만 항상 먹는 것을 즐기는 여인. 반지하에서 마음껏 춤을 추며 분홍색을 좋아하고 귤을 좋아해 '서귤'로 활동 중인 그녀의 매력이 돋보이는 <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책을 만났다.



어피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험난한 세상을 홀로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SNS를 뒤적이듯 공감가는 글이 읽고 싶다면, 장난스레 던지는 말에서 미소가 번지는 글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해 본다.

화면 속 판다는 자거나 졸거나 멍때리거나 가끔 대나무 잎을 먹고 있다. (중략) 하루를 반성한다. 너무 부지런히 살았던 건 아닌지. 돈벌이에 눈이 멀어 나의 귀여움을 뽐내는 걸 소홀히 했던 건 아닌지. 내일은 더 대충 살자.

롤모델은 판다 (p19)

판다처럼 살자. 대충 살 필요가 있다. 귀여움을 뽐내면서. 응? 어떻게 귀여움을 뽐내지? 뭐, 아무튼 대충 살자. 판다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다니. 정말 참신하지 않은가. 판다를 보면서 귀엽다는 생각은 해봤지만 판다처럼 대충 살자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에세이집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만나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재미있다. 하나의 모습에서 다양한 생각,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다. 이게 바로 에세이를 읽는 이유가 아닐까.


튜브머니란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가라앉지 않기 위해 튜브를 쓰는 것처럼 삶이라는 바다에서 가까스로 침몰하지 않고 떠 있기 위해 사용하는 돈으로 방금 내가 지은 말이다. 간신히 숨쉴 자유를 선사하는 이 튜브머니는 나의 경우 주로 초콜릿, 마카롱, 카눌레 등의 달달한 주전부리나 치킨, 곱창, 떡볶이 등의 야식, 비싸고 양 적은 레스토랑 요리 등에 쓰는 돈이 해당되는데 써놓고 보니 다 먹을거리다.

튜브머니 (p112)

참신한 단어 제조다. 튜브머니. 순간 원래 있는 말인가 싶을 정도로 확 이해가 되는 단어다. 나의 튜브머니를 생각해봤다. 생각해보니 별반 다르지 않다. 치킨, 요거트, 커피 등 역시 먹을거리다. 다들 비슷한가보다. 소소한 먹을 거리가 가장 손쉬운 힐링의 방법이기에 그럴 것이다. 새로운 튜브머니에 대해 고민해봐야겠다. 침몰할 때 나를 도울 수 있는 것들이 많을 수록 좋을 것이기에.

일터에 자기 몫의 책상이 있거든 서랍 하나를 비워 두세요.

거기에 마음을 보관해야 해요. 일하면서 가슴에 마음 넣어두는 거 아니에요.

밥벌이를 시작하는 당신에게 (p144)

가슴 뭉클한 구절이다. 밥벌이를 시작하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일까? 밥벌이를 하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것이다. 모두 자신의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할지 몰라 허둥대다가 깜빡하고 가슴에 넣어두곤 한다. 그러나 가슴이 아파오는 경험들 해봤을 것이다. 회사에 출근해 책상 서랍 하나를 언른 비워둬야 겠다. 내 마음 둘 곳 하나 마련해야 겠다.

하나 불편한 점이 있다면 주변에 코인 노래방이 없다는 거? 집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 들러서 한 곡 뽑을 수가 없다는 거.

집 근처에 코인 노래방이 있는가의 문제 (p165)

이 말이 정말 공감되어 적지 않을 수 없었다. 회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직 혼자 노래방에 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코인 노래방이 제격이다. 나 혼자 가는 코인 노래방은 누구 눈치볼 것도 없이 한 곡 뽑을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다. 그런데 코인 노래방이 없다고 생각하니 정말 이거 이사를 해야하는 거 아닐까.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이런 부분에 공감을 느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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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것 다 비슷비슷하다. 대한민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거리며 살아간다. 나 역시 그들 중 하나다. 치킨을 즐겨하며 주말을 기다리고 행복을 추구하며 돈의 노예로 살아간다. 이런 나의 삶에서 마음에 엉덩이가 필요하다.



이 책을 읽으며 키득키득 웃는 나의 모습을 보며 왜 웃냐고 아내가 묻는다. 그런 아내에게 이러쿵 저러쿵 이 책을 설명하기가 조금 난감했다. 책을 직접 읽는 것과 내가 책 내용을 말해주는 것은 또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내에게 주변에 이 책을 슬며시 두려한다. 그러다 아내가 슬쩍 이 책을 열어보고는 키득키득 웃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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