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수, 까미노 - 스물아홉, 인생의 느낌표를 찾아 떠난 산티아고순례길
김강은 지음 / 푸른향기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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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수, 까미노

신명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하루 8시간 매일 같이 반복되는 회사원의 삶에서 여행은 나에게 사치일지 모른다. 그 중 산티아고 순례길은 나의 마음 속에 품은 꿈과 같은 일이다. 책상에 앉아 나는 오늘도 현실을 마주한다. 그러나 저자 김강은은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랐다.



하이킹아티스트, 벽화가, 웹툰작가, 여행자,,, 책의 저자인 김강은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스물아홉의 나이에 산티아고 순례길로 나선 그녀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발랄함이 묻어나는 만화가 함께하고 있어 색다르다. 신명나는 그녀의 여행기는 사무실에 앉아 점심시간 짬을 내어 이 책을 보는 나까지도 행복하게 만든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해야 할 일들을 만들고 그것들에 쫓겨 왔던, 그러나 정작 행복과는 멀어져가던 나는 오늘 없었다. 무언가에 쫓기기보다 행복이란 감정을 좇는 내가 있을 뿐이었다. 이 순간의 우리는 어떤 속박과 굴레도 없는 자유로운 순례자였다.

# 나의 행복이 곧 법이 되는 곳 (p34)

피레네의 아름다움을 만나면 절로 행복해질 듯 하다. 짙은 안개, 궂은 비를 만나도 그저 행복할 자유로움이다. 걸어온 시간보다 걸어갈 시간이 더 많기에 행복하다. 까미노이기에 행복한 것이지, 여행이기에 행복한 것인지,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 행복한 것인지, 자유이기에 행복한 것인지. 일상에서도 분명 행복을 느낄 수 있지만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일을 할 때 행복은 배가 된다.

꼭 힘들게 순례길을 걸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여행의 방법에 옳고 그름도 없다. 하지만 이 길을 오른 이유가 단순히 관광이나 버킷리스트를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한 무게를 가늠해보기 위해 쉽지 않은 결정으로 오른 길이라면 내가 짊어진 배낭의 무게를 느껴봐야 하지 않을까. 한 걸음 한 걸음 두 발로 걸으며 내 짐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껴보려 해야 하지 않을까.

# 배낭의 무게를 느껴며 걷는 길 (p137)

800km 거리를 30일동안 걷는 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대략적으로 매일 25~30km를 걸어야 하는 수치가 나온다. 1시간에 4km를 걷었을 때 하루 6~8시간은 걸어야만 한다. 많이 걸을 때는 45km를 걷기도 하며 몸에 무리가 왔을 때는 부득이 기차를 이용하기도 했다. 각자가 참 다양한 방식으로 순례길을 즐긴다. 그저 걷는게 좋아서 사람이 좋아서 자연이 좋아서 등 이유는 다르지만 순례길을 걷고 있다. 자신의 삶에 대한 무게를 고민해보며 두 발로 직접 느끼며 걷는다.

'그래,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하겠어!'

후회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과감함을 불러왔다. 더 이상의 고민을 벗어던지고 강가로 입수했다. 물이 생각보다 차가워 놀랐지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내 마음은 이미 이곳 몰리나세카에 정착해 있었다.

#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하겠어 (p190)

고민을 벗어던지고 강가로 뛰어드는 그녀의 추진력이 멋있다. 사실 그녀도 뛰어들기 전 살짝 고민했다. 우리는 항상 하고 싶은 일 앞에서 주저하고 고민한다. 그저 하면 되는데 저지르지 못한다. 현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이유로 나는 지금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일까. 어디론가 정처없이 떠나고 싶은 마음과 현실의 싸움에서 언제나 현실이 승리한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은 정말 늦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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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강은 KIM의 함박 웃음이 정말 행복해 보인다. 시원한 맥주를 사랑하는 술례자의 면모를 지닌 여행자. 작은 체구에도 강한 체력의 소유자. 고집이 있지만 배려하고 정이 넘치는 그녀와 함께 하는 여행기가 정말 재미있었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기나긴 여정을 함께한 느낌이 들 정도로 푹 빠져 읽었다.



출발부터 마지막 산티아고 대성당까지의 여정은 우리의 삶과 닮았다. 끝을 향해 나아가고 결국 종착지에 도달했으나 정답은 없다. 정답을 굳이 찾는다면 지나온 그 여정이 정답이다. 우리는 길에서 울고 웃고 행복하고 다치고 즐기고 멈추고 걷기를 반복한다. 낙오자도 존재한다. 그 길에서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기약없는 약속을 하기도 하고 각자의 길을 간다. 참 우리네 인생사의 축약판같다.



저자에게 고맙다. 여행 에세이는 나에게 활력을 준다. 직접 경험한 것에 비할 수는 없지만 책을 통해 그에 못지 않은 값진 경험을 하게 한다. 앉은 자리에서 세상을 배우고 많은 것을 느낀다. 여행 에세이의 한 가지 큰 단점이 있다고 한다면 당장 떠나고 싶다는 것! 그 하나 뿐이다. 역시나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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