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시 - 아픈 세상을 걷는 당신을 위해
로저 하우스덴 지음, 문형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힘들 때 시

'시'에게서 받는 공감과 위로




나는 시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해석과 모호한 표현들이 혼란스럽고 이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학창 시절 공부하면서 만난 시들은 그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시를 만났을 때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또한 나름의 해석이 옳고 그른 정답의 잣대로 다가선다는 점이 못마땅했다.



이 책을 읽은 후 시에 대한 나의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시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시가 가진 진면목을 지끔까지 모르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자 로저 하우스덴이 추천하는 10편의 시와 각 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읽고 다시 시를 읽으니 내가 마치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을 하게 되니 시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가 보이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상상력과 지식, 영감과 노력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배합하여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세상에서 삶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생명의 호흡을 불러넣으며, 새로운 것을 바라보고 음미하게 한다. 시는 우리로 하여금 삶을 가감 없이 맛보게 한다.

머리말 (p14)

머리말에는 어려운 시기에 '시'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적혀있다. 시를 통해 지혜가 깊어지고 감동을 받으며 시대를 초월한 소통을 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 글만으로는 아직 잘 모르겠다. 우리를 흔들어 깨우는 10편의 시를 만나볼 차례다.

피상적인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들 안에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게끔 하는 회복 효과가 시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시는 흔하고 작은 경험들을 떼어내어, 느낌과 감성을 겹겹이 덧입혀, 서정적이면서 때로는 깊은 철학으로 마무리 짓는다.

3장 심금 (p56)

연애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콘래드 에이킨의 '말다툼'을 읽고난 후 깊게 공감할 것이다. 작가가 처한 현 상황을 말다툼이라는 단어 하나로 온전히 이해했고 동일한 경험이 있는 우리가 이 시를 읽었을 때 작가의 심정이 고스란히 글을 통해 전해진다.



아는만큼 보이고 느껴진다. 잘 모르고 시를 접할 때보다 알고 시를 만나면 느낌이 완전 다르다. 그리고 비로소 시에 숨겨진 의미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작가의 깊은 내면이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최악을 알게 되었으니

우리 인간들은 스스로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7장 다른 이는 없습니다 (p119)

웬델 베리(1934~)의 '이제 최악을 알게 되었으니' 시의 서두에 나오는 구절이다. 무언가 강렬한 서두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츠하크 라빈이 누구인지 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인지 저자가 설명을 읽고 다시 읽는 시는 이해의 깊이가 전혀 다르다.



처음 시를 읽는다. 저자의 설명을 읽는다. 그리고 다시 시를 읽는다. 꼭 이런 순서로 읽어야 한다. 그래야 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빈은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를 이끌었고 이스라엘 총리였다. 그러나 오슬로 협정에 반대하는 극우파 청년의 총에 라빈은 사망했다. 다시금 읽는 시에 등장하는 '최악', '미안합니다' 라는 글들을 남다르게 다가온다.




이쪽 길입니다.

붙잡혀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굴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9장 어쨌든, 사람이란 무엇인가? (p159)

나짐 히크메트(1902-1963) 의 '이쪽 길입니다'는 감옥 진료소라는 장소가 나와 죄를 지은 죄수가 쓴 시라고 생각했다. 물론 감옥에 있는 나짐이 쓴 시가 맞지만 그는 정치범으로 감옥에 가게 되었다. 좌익 잡지사에서 일한다는 이유였다.



이 배경을 알고 다시 읽는 시는 참 색다르다. 죄인의 글이란 생각에 나도 모르게 무언가 선입견이 작용한 것이다. 예술적으로 뛰어난 죄수네.. 허나 이 배경을 알고 만나니 참 억울할 것 같다. 그럼에도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멋을 느낀다. 감옥에서 탈출해 러시아로 가서 창작 활동을 했다고 하니 이 시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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