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지혜 - 삶을 관통하는 돈에 대한 사유와 통찰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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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지혜

돈에 대한 모든 생각






자본 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돈은 과연 무엇일까. 돈에 대한 철학을 다룬 책은 많이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이 끌렸다.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돈에 대한 이야기가 그저 궁금했다. 그런데 기대 이상의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나왔다. 돈에 대한 수많은 철학과 관점들로 인해 어지러울 지경이다. 이제 이 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돈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알게 되었고 이해하게 되었지만 아직도 돈을 잘 모르겠다.






교황 프란체스코는 "금융의 보이지 않는 지배"와 사유재산을 명목상 규탄했지만 로마 카톨릭은 이러한 모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가령 그는 이렇게 주장한다. "나는 돈을 좋아하지 않지만 가난한 사람을 도우려면 돈이 필요하고 신앙을 널리 전하는 데에도 돈이 듭니다."

'장식과 금욕' 중에서 (p37)


천주교 모태 신앙인 나에게 성당은 모순 투성이었다. 종교와 돈의 연결로 돈의 민낯을 보기에 충분하다. 로또를 구매하는 신부, 아이들 행사비를 줄이고 자신의 방의 냉장고를 바꾸는 사제 등은 내가 직접 목격한 사례다. 산해진미와 좋은 술을 즐기고 호사를 누리는 주교, 추기경, 교황들은 돈의 노예가 아니고 무엇인가. 돈에 구속되어 살아가는 것은 종교인도 다를바가 없다는 점에 항상 모순을 바라보며 한탄했다.



금욕을 중시하는 천주교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금붙이와 장신구다. 과거 교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돈을 모았고 부를 늘렸다. 카톨릭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다양한 예시를 만날 수 있다. 광활한 이슬람 사원과 신전, 왕궁들을 보아 별반 다름이 없음을 눈치챌 수 있다.





자본주의는 부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의 위계에 따르는 이기심의 조직화로서 가장 완벽한 질서이면서도 우리가 당신의 영광에 대하여 설정할 수 있었던 가장 인간적인 질서입니다.

'문명의 요인' 중에서 (p124)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자본주의는 현 질서를 세운 존재다. 돈은 회유의 수단, 보상의 수단, 회유하고 달래는 요소로 사용된다. 위계질서가 돈에 의해 확립이 되었다. 상위층으로 단계 상승을 위한 처절한 희생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인간의 존엄성에 가격을 매길 수 있을까. 노예 제도가 폐지된 것도 결국 돈 때문이라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다. 어쩌면 그 노예 제도가 자본주의에 녹아든게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어쩌면 자본주의는 자발적인 노예들을 만든 질서 확립의 도구가 아니었을까.





1974년에 미국의 리처드 이스터린은 국민총생산 증가와 행복감 사이에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음을 보여줌으로써 연구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고소득은 만족감을 보장해주지 않을뿐더러 유해한 효과를 미칠 여지가 있다.

'행복과 웰빙의 혼동' 중에서 (p147)

요즘 대한민국의 모습을 통해 국민총생산 증가와 행복감 사이의 관계가 없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과거 가난하고 힘들었던 대한민국이 오히려 더 행복했다는 말이 나온다.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나라가 부강하여 국민총생산이 증가했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은 어찌 더 불행해진 모습만 비친다.



돈이 행복을 줄 수 있는지 묻는 연구자 중에서 금전적 보상을 포기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한다. 돈과 행복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론이다. 그럼에도 마음 한 켠에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이라는 의심의 조각을 모두 지우기는 힘들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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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참 재미난 녀석이다. 꼭 필요하지만 유동적인 것, 악마로 돌변할 수 있는 것, 독이자 해독재라는 표현까지 돈과 관련된 이야기는 참 무궁무진하다. 적당한 돈이 있으면 되는 것인데 그 적당함이 참으로 어렵다. 충분하다는 돈의 양은 정말 어느 정도일까. 불공평한 분배의 죄를 지닌 돈. 그렇다. 이 돈이란 것이 재분배가 잘 이뤄진다면 돈은 죄를 씻게 된다. 돈이 죄를 씻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돈을 신성시하지 말 것, 지나치게 사랑하지도 말고 혐오하지도 말 것, 이것이 지혜다.

'감당해야 할 정신분열' 중에서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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