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랩소디 - 지구 끝에서 던지는 이야기
명세봉 지음 / 예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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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랩소디

파라과이 이민 1세대가 전하는 이야기






파라과이로의 이민, 낯설고 먼 미지의 땅으로 간 이민 1세대 명세봉 저자의 에세이는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제껏 한국에서만 살아온 내 자신은 타지에서의 삶, 이민의 생활을 이해하고 깊이 알기는 어렵다. 물론 지금 가족과 함께 훌쩍 이민을 갈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한국이 좋고 떠나 산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미 알고 있다. 그렇기에 파라과이로 간 이민자들의 삶은 내가 경험하기 힘든 아주 색다른 삶이다.



파라과이라는 나라는 들어봤지만 정확히 어디에 위치하는지 어떠한 나라인지 아는 바가 전혀 없다. 정보화 시대인 현재도 이러한데 1977년 17세에 부모를 따라 훌쩍 떠난 그 낯선 파라과이가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생각과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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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바닷가에서 맞는 새해는 언제나 낭만과 행복 그리고 희망이 있습니다. (p82)

한국과는 달리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따뜻한 이곳의 풍경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그저 도시에서 술과 노래방에서 새해를 만끽하는 동양인 이민자들의 정서와는 달리 바닷가에서 새해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은 한번쯤 같이 즐겨보고 싶은 문화다. 12월 31일 브라질 바닷가에 모여 하얀 옷을 입고 가족과 애인이 손을 잡고, 장미 한송이와 샴페인, 폭죽 놀이를 즐기는 소박하면서도 행복이 넘치는 모습이 눈이 그려진다. 낭만과 행복이 넘치는 새해 맞이는 우리가 배워야 할 문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성질 급한 우리 한국인이 이해하기 힘들고 게을러 보이는 남미인의 가치 개념과 자부심을, 더 있고 더 소유해야 하는 경제적 개념이나 잘나고 못나고 우와 열을 가려야 하는 비교 경쟁적 개념에서 찾을 일이 아닙니다.

한번쯤 개개인이 느끼는 행복의 기준과 삶의 질이라는 낙천적인 개념과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라는 철학적인 의미에서 그 이유를 찾아본다면, 어쩌면 좀 더 남미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p91)

저자는 17세까지 한국에서 살아왔고 평생 한국에서 살아온 부모님의 영향을 받았기에 가정이나 문화적으로나 한국인의 성향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성급하게 서두르는 빨리 빨리의 성향에서 파라과이의 느린 삶은 적응하기 힘든 하나의 요인이었을 것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듯이 저자도 파라과이의 낙천적인 문화와 삶의 속도에 조금씩 젖어갔나 보다.





한국적 사고방식으로는 분명히 이곳 원주민이나 남미인들은 무식해 보입니다. 그리고 단순하지만 순진하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사귀어 보면 다 착합니다. 약간의 거짓말과 도벽이 있는 일도 있지만, 이 나라 역사적 특성상 독재와 착취와 무지 때문으로 이해하면 욕할 것도 없고 오히려 동정이 갑니다. (p103)

나라의 특색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문화가 매우 다르고 그 역사가 다르기에 한국이라는 나라와 비교하는 자체가 무의미 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여행으로 남미를 가는 자체가 무섭기도 하고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 나라를 이해하는 것이 첫걸음이 될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그들의 삶은 이해를 기반으로 하면 참 좋은 곳이라고 한다. 멀리서 바라보기에 두렵고 낯설지만 가까이 다가간다면 순진하고 착한 그들을 만날 수 있다는 말에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하다란 생각이 든다.



가장 큰 충격의 하나를 선택하라면 남자 된 나의 입장에서는 단연코 그리고 솔직히 성문화의 차이라고 할 것만 같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문화나 사회적 차이 때문에 오는 문제들이야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거나 친숙해지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는 문제지만, 후자는 인간의 이성으로 해결될 수 없는 만치 한 가정이나 인간을 파멸할만큼 강력한 원초적인 욕망의 문제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p201)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지만 책에서 그 문화를 모두 알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다. 한국이 성문화에 많이 폐쇄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오히려 개방되어야 올바른 문화가 될터인데 그렇지 못해 점점 음지와 되는 듯하여 안타까운 마음이다. 저자도 이러한 문화적 차이로 인해 힘들었을 것 같다. 가장 큰 충격이라고 할만큼 극복해 나가기 어려운 문화였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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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파라과이에서 살았고 이제는 파라과이가 고향처럼 느껴진다는 그의 고백에 공감을 느낀다. 이민의 생활에 비할 건 못되지만 나 역시 전주에서 태어나 27살에 경기도 안양으로 떠나와 이제껏 살아왔다. 전주가 나의 고향이지만 이제는 안양이 고향이 되어버린 현실에 저자의 말에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저자 명세봉의 모습은 내가 기대했던 모습과는 달랐다. 17세부터 파라과이에서 평생을 살았기에 거의 파라과이 사람이라 생각했으나 생각과 행동들은 한국 사람과 전혀 다름이 없다. 우리 아버지 세대의 모습과 매우 닮아 있다. 두 아들의 아버지로 술과 담배, 고기를 즐기고 노래방을 좋아했으며 밥을 지을 줄도 모르는 모습에 약간은 아쉬웠다. 그저 나의 편견일 수 있겠으나 가정적이고 열정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한 술과 고기로 인해 찾아온 당뇨를 이겨내고, 17살부터 피워온 담배를 끊고자 노력하며, 가정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서 그의 의지에 (내가 점수를 매길 처지는 아니지만) 높은 점수를 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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