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파라과이에서 살았고 이제는 파라과이가 고향처럼 느껴진다는 그의 고백에 공감을 느낀다. 이민의 생활에 비할 건 못되지만 나 역시 전주에서 태어나 27살에 경기도 안양으로 떠나와 이제껏 살아왔다. 전주가 나의 고향이지만 이제는 안양이 고향이 되어버린 현실에 저자의 말에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저자 명세봉의 모습은 내가 기대했던 모습과는 달랐다. 17세부터 파라과이에서 평생을 살았기에 거의 파라과이 사람이라 생각했으나 생각과 행동들은 한국 사람과 전혀 다름이 없다. 우리 아버지 세대의 모습과 매우 닮아 있다. 두 아들의 아버지로 술과 담배, 고기를 즐기고 노래방을 좋아했으며 밥을 지을 줄도 모르는 모습에 약간은 아쉬웠다. 그저 나의 편견일 수 있겠으나 가정적이고 열정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한 술과 고기로 인해 찾아온 당뇨를 이겨내고, 17살부터 피워온 담배를 끊고자 노력하며, 가정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서 그의 의지에 (내가 점수를 매길 처지는 아니지만) 높은 점수를 주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