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 이어
소피 드 빌누아지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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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이어



좌충우돌 노처녀 실비의 생존기





크리스마스의 밝은 분위기와 대조되는 '자살'이란 단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자살'이란 단어 앞에 '행복한'이 함께하고 있지만 "제목이 어쩜 이래?"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온다. 이런 단어를 제목으로 써도 될지 의문이 들 정도로 파격적인 제목 선택은 이미 독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제목만으로도 책의 내용이 매우 궁금하다.



마흔 다섯의 노처녀 실비 샤베르. 어머니는 5년 전에 돌아가셨으며 이제 아버지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철저하게 세상에 홀로 남은 실비는 외롭고도 우울하다. 아버지가 남긴 유산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결심한다. 크리스마스에 자살하기로.


세상에 피붙이가 아무도 없으니 고아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마흔다섯 살이나 먹은 나를 입양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나는 유통기한이 지났다. 이를테면 자식을 갖기에도, 한 남자를 갖기에도 기한이 지났으니까. (p7)



예쁘지도 그렇다고 못생기지도 않은 평범하고 마른 체형의 실비는 스스로 매력없는 평범한 노처녀라고 생각한다. 남자가 매력적으로 느끼지도 않은 여자라 스스로 치부하며 자신이 죽어도 자신을 위로해줄 사람 하나 없다고 여긴다. 크라스마스에 자살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일탈이 없으며 회사에서도 조용히 일만한다. 일상 생활을 그대로 유지한다. 그러다 절친의 추천으로 심리 치료를 받게 된다.



매력적인 심리치료사 프랑크가 실비에게 숙제를 내주었다. 부끄러워 절대로 하지 못할 일, 비난받아 마땅해 보이는 일을 해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실비는 그 숙제를 하나씩 해 나간다. 숙제를 하나씩 해나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새로운 도전 과제들을 수행하는 그 과정에서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일탈과 범죄를 통해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자신감을 얻었다고나 할까.



숙제를 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삶의 의지를 되찾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비는 나의 기대와는 다른 마음을 먹는다. 확실한 건 숙제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실비다. 미련이 사라져서 그런 것일까. 살아갈 자신감을 얻은게 아니라 자신의 자살의 다짐을 더욱 확고히하고 자신의 결정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다.

나는 자석에 끌리듯 다가갔어요. 그 여자가 손을 내밀었을 때 나는 그 손을 잡아줬어요. 아무 생각도 없었어요. 잡아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순간에는 그게 맞는 행동이었으니까. 내미는 손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어요? (p136)

그러다 우연히 지하철의 플랫폼에서 노숙자의 죽음을 마주하면서 실비는 생각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실비는 이름 모를 노숙자의 손을 잡아 주었으며 그녀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마음의 동요가 일어났다. 그건 무엇이었을까.



심리치료 과정에서의 숙제를 수행하지 않았던 예전의 실비였다면 과연 노숙자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을까. 숙제를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도 알 수 없었던 변화는 그녀의 삶을 아주 살짝 바꿔 놓은게 아닐까. 그 살짝 다른 방향의 전환이 노숙자의 손을 잡게한 원동력이 아니었을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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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율 1위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참담하다. 경쟁이 강요되는 사회 안에서 다양한 문제와 고통들로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이들이 많다. 참 슬픈일이다. 자살을 결심한 이들에게 이 책이 정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든다. 그들의 결심을 정말 바꿀 수 있는 것인가란 의문이 든다. 나를 포함한 우리는 그들의 고통을 면밀하게 알지 못한다. 그들이 실비처럼 생각의 전환점을 만나길 기도해 본다.



책 제목에 사용된 '자살'이란 단어와는 전혀 다르게 실비의 이야기는 매우 유쾌하고 신난다. 책을 읽다보면 유쾌한 블랙 코미디 혹은 로맨틱 코미디의 장면이 떠오른다. 2019년 영화로 개봉된다고 한다. 나의 머릿속에 그려진 실비의 모습이 어떻게 영화화 되어 나올지도 매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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