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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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심심할 틈이 없는 베어 타운으로 놀러가자

프레드릭 배크만의 <베어타운> 후속작 <우리와 당신들>은 하키 하나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작은 마을 베어타운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하키가 뭐 별거냐고 하겠지만 작은 시골 마을 베어타운의 미래는 하키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마을의 희망과도 같은 존재다. 그런 희망과도 같은 하키팀은 성폭행 사건으로 인해 무너지고 만다. 소설 속의 사건들과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울고 웃는다.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마음을 하나씩 들춰보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 인물을 이해하게 되고 응원하게 된다. 이해한다는 게 어쩌면 참 무서운 일인지도 모른다. 어두움의 공포에 떠는 가해자 케빈의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케빈을 용서할 수 없지만 아들을 버릴 수 없는 케빈의 어머니의 마음도 안타깝고 이해가 된다. 마야는 성폭행 피해자다. 누나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자책하는 동생 레오는 이 사건을 감당해 내기가 힘들다. 하키단 단장이자 아빠인 페테르, 가족을 위해 꿈을 포기한 엄마 미라도 이 사건의 절대적인 피해자다. 하지만 이 가족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사람들이 마야의 가족을 피해자의 가족이 아닌 마을의 희망인 하키팀을 망친 가족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그녀는 하고 싶은 말을 최대한 참아보지만 결국에는 얘기해버린다.

"다시는 나를 위해 싸우지 마.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 건 알지만 나를 위해서 싸우지는 말아줘.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다른 걸 위해서 싸우는 건 상관없어. 하지만 나를 위해서는 그러지마."

"알았어." 남동생은 약속한다. (p425)

우리와 당신들로 편을 가르고 분열을 만들어 내는 정치인 '리샤르드 테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베어타운과 헤드의 갈등을 이용하여 원한는 바를 얻기 위한 계획과 실행의 모습은 교묘하고 치밀하다. 남을 이용해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그의 잘못된 의도로 일삼는 거짓말, 아침은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그의 덫에 빠져 허우적대는 페테르였지만 결국 가족에게로 돌아간다. 정치는 우리 사회에서 뗄 수 없는 존재로 순수한 사람들을 조종하고 흔들어 댄다. 소름끼치게 우리 사회와 닮아 있다.

베어타운 하키팀에 새로 부임한 능력자 코치 '엘리사베트 사켈'은 사람들에게 난해한 인물이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 문제를 푸는 적임자가 된다. 아이들에게 코치의 길을 제시하고 살아갈 힘을 전한다. 또한 무술 수업의 수잔은 레오, 마야, 아나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 아이들을 옳은 길로 인도하려는 선생님, 가이드의 존재가 매우 중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케빈의 절친이자 마야의 우군, 의리로 베어타운에 남은 벤이는 자신이 게이임을 들키게 되며 또 하나의 피해자가 된다. 이 또한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다른 요소들은 무시되며 그저 성소수자라는 이유하나만으로 지탄받고 손가락질 받는다. 사회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가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마야의 목소리는 하는 얘기에 비해 힘이 없다.

"그냥 들어가요. 고개를 들고 허리를 펴고 나쁜 놈이 쳐다보면 그 쪽에서 고개를 돌릴 때까지 눈을 똑바로 쳐다봐요.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니잖아요."

벤이는 그의 안에서 금이가는 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묻는다.

"무슨 수로 견뎠니? 지난봄에... 그런 일이 있을을 때... 무슨 수로 버텼니?"

그녀의 눈빛은 냉정하고 목소리는 딱 부러진다.

"나는 피해자가 아니에요. 나는 생존자예요." (p523)

마야와 아나의 사이는 모든 것을 함께하는 절친이었다. 아나는 마야의 절친이며 알코올중독자 아빠로 인한 열등감이 있는 아이였다. 둘 사이의 갈등과 화해는 우리네 갈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나와 비타르의 결말은 참 안타까웠다. 비타르의 죽음과 추모의 물길로 남아 있는 모든 사람들은 한 마음이 되었다. 누군가의 죽음은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기도 안정감을 갖게도 하는 듯 하다.

모든 스포츠는 동화다. 우리가 거기에 빠져드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동화를 끝낼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p526)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무슨 말이 하고 싶었을까. 어느 한 이야기로만 이 복잡한 상황을 설명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마치 우리 사회가 그러하듯이. 성폭행의 피해자, 성 소수자의 아픔, 가해자와 피해자의 삶, 정치로 인해 쥐략펴락하는 사회... 사건들을 통해 드러나는 사람들의 민낯과 어떻게 해서든 옳은 길, 맞는 길로 나아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크게 낯설지 않다. 베어타운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닌 우리 사회와 놀랍도록 닮아있는 베어 타운의 모습이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등장 인물 하나하나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의 감정을 깊게 파고들며 생생하게 살아있는 등장인물들을 만들어 냈다. 긴 호흡으로 다양한 등장인물을 다루는 작가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다. 사람의 마음을 하나하나 들여다 본 것도 아닐텐데 어떻게 그렇게 생생하게 살아 숨 쉬게 하는지 그 능력에 역시 우리는 프레드릭 베크만이란 이름을 기억해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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