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라일락 걸스 1~2 세트 - 전2권 걷는사람 세계문학선 3
마샤 홀 켈리 지음, 진선미 옮김 / 걷는사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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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걸스

책을 읽을 수록 점점 빠져들었다. 참 불안하고 불편한 느낌이었다. 세계 제 2차 대전의 시대 상황에서 세 여인 케롤라인, 카샤, 헤르타의 시각에서 다뤄진 이야기는 편안한 마음으로 읽기 죄스러울 정도다. 책장을 펼치면 극악의 라벤스브뤼크 여성 수용소의 모습이 머릿속에 펼쳐진다. 세 명 모두 실제 인물이라는 점에서 놀라웠고 생생한 표현과 묘사에 홀리듯 책을 읽었다.

독일계 폴란드인 카샤는 폴란드에 살면서 독일의 침공을 생생하게 경험한다. 반나치 운동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엄마, 언니와 함께 수용소에 끌려가고 끔직한 현실과 만나게 된다. 독일인 의사인 헤르타는 돈 때문에 어려운 상황으로 돈을 벌고자 수용소의 의사로 들어가게 되는데 현실에 젖어들면서 결국 나치의 반인륜적 인체 실험을 담당하게 된다. 프랑스 영사관에서 일하는 미국인 케롤라인은 자선 행사를 주관하고 전쟁 고아, 피해 여성을 위해 헌신하는 이타적 여인으로 전쟁으로 고통받는 자들의 인권 회복에 최선을 다한다.

여기서 넌 독일인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나는 너희들과 같이 있어 좋아. 모두 잘 될 거야." 엄마는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 (중략) ...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미워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해선 안돼. 그러면 널 망치게 된다. 강하게 버텨야 해. 넌 잘할 수 있어. 저들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방법을 찾아봐." (1권 p262)

카샤와 언니의 이야기는 처절하고 끔찍했다. 수용소에서의 자행되는 인체실험의 희생물로 실험실의 토끼 취급을 받았다. 반인륜적 나치의 행태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이곳에서 받은 상처들은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나라면 이 극악의 현실을 견뎌낼 수 있을까 싶었다. 괜히 독일 사람이 미워지고 폴란드가 측은해진다. 전쟁이 끝나고 이 곳을 벗어났다고 한들 이게 과연 끝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해피앤딩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전쟁의 공포와 같이 수용소에서의 악몽과 같은 기억은 잊을 수 없는 피해가 아닐까.

헤르타가 변히가는 모습도 또 하나의 피해가 아닐까. 가해자의 입장이라고는 하지만 헤르타 역시 전쟁이 빚어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헤르타가 처한 상황에서 정의와 윤리를 먼저 생각해 나치에 대항할 수 있을까 싶다. 내가 그녀의 위치에 있었다면 나 역시도 그렇게 서서히 괴물로 변해가지 않았을까.

캐롤라인은 우리 위에서 흔들리고 있는 라일락 꽃무리를 가리켰다. "아버지는 이 꽃들을 좋아하셨어 그래서 꽃을 보면 아버지가 생각나. 그렇지만 아버지가 없는 라일락이 내게는 큰 슬픔이기도 해." ... (중략)... "아버지는 라일락이 거친 겨울을 지낸 후에만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사랑하셨어." (2권 p283)

세계 제 2차 대전을 배경으로 수 많은 작품들이 존재하며 나오고 있다. 전쟁의 참혹함과 비윤리적 나치의 만행은 후대에 널리 알려지고 사람들을 일깨워야 함은 명백하다. 그렇기에 이런 소설이 많이 사람들에게 읽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잘 몰랐다. 그저 과거 그 시대에 벌어진 전쟁이라고만 생각했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나를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비슷할 것이다. 행복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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