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나는 출퇴근 길에 책을 읽는다. 출근 지하철에서 30분 , 퇴근 지하철에서 30분은 책을 읽기에 아주 좋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으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동떨어진 듯한 분리감을 느끼며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책에 집중할 수 있다. 그저 스치듯 지나는 사람들이기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되어 오히려 편안함을 느낀다. <막차의 신>은 지하철 안에서 읽어야 할 것만 같았다. 지하철 막차를 매개로했기에 더욱 그러하다. 책을 읽고 난 후 지하철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진다. 각자 치열하게 자신을 삶을 살아가는 지하철 안의 사람들이 아주 조금은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인사사고로 인해 멈춰 선 막차가 있다. 이 막차를 두고 7개의 이야기가 있다. 정말 다른 7개의 이야기가 결국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는 각 이야기 안에 독특해 보이는 등장인물들이 사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임을 말하고 싶어한 것 같다. 치마를 입고 다니는 평범해 보이지 않은 보잘 것 없는 남자가 우리의 영웅이 될 수도 있고, 흔하디 흔한 체육관 관장의 권유가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전환점을 가져다 주는 희망의 말이 될 수도 있다.
7개의 단편이지만 애매모호한 연결성이 있다. 장편소설이라고 하기엔 7개의 뚜렷한 이야기들이며, 연작소설이라고 하기엔 그 연결고리가 약하고, 단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뭔가 아쉬운 느낌이다. 그게 바로 이 책의 묘미가 아닐까. 우리네 사람과 사람은 서로 연관되어 있지만 그 연결성은 언제나 끊어질 수 있고, 관련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관계일 것이다. 마치 지하철 막차에서 함께 만난 사람들처럼 말이다.
첫 이야기 "파우치"는 반전이 매혹적이었다. 지하철에서 치한을 만난 여성의 비밀이 재미있었다. 벤처기업의 엔지니어 이야기를 다룬 "브레이크 포인트"는 같은 엔지니어에 종사한 사람이라 그런지 애정이 갔다. 막차로 인해 평소 가지 않던 길을 걷다 들어간 체육관에서의 남다른 휴가는 매우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특히 마지막 역 매점에서 일하는 중년 여성의 이야기 "스크린도어"는 매우 감동적이었다. 인사사고의 전말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며 보이지 않는 영웅에 대한 이야기라고나 할까.
서점 직원들이 추천했다는 이 책은 점점 각박해져가는 우리에게 사람의 온기를 전하는 책이다. 책을 읽고 난 후 주변 사람을 차분히 다시 돌아보게 하는 힘이 깃들어 있다. 이 소소한 변화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사람과의 관계에 지친 나에게도 따뜻하게 보듬어 온기를 전해주는 책이 되었다.
평범한 전철에 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은 전철 안에서 개성을 죽이고, 사람 형상을 한 물체처럼 그저 조용히 처박혀서 실려 간다. 그 사람들이 다른 장소에서는 제각각 그 사람다운 다른 일을 한다. 전철 안에서는 누구나 엇비슷한 부피를 차지하는 '승객'이다. (p19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