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카의 장갑
오가와 이토 지음, 히라사와 마리코 그림,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마리카의 장갑


행복의 의미를 되짚다




참 묘하다. 그저 동화같은 이야기라고 표현하기에는 책을 읽고난 내 마음이 뒤숭숭하다. 아름다우며 잔잔한 이 소설이 던지는 묘한 이 기분을 어떠한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작가 '오가와 이토'만의 표현 방식인걸까? 가랑비에 옷이 젖는 듯한, 서서히 스며드는 그녀의 이야기가 늦은 일요일 밤 나를 잠 못 이루게 한다.




엄지장갑은 평생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들과 함께 한다. 태어날 때, 결혼할 때, 누군가 떠나갈 때도 엄지장갑이 함께 한다. 마리카는 할머니에게 엄지장갑 뜨개질을 배웠다. 동물과 숲을 좋아했던 마리카에게 엄지장갑 수공예는 관심 밖이었지만 열두 살 수공예 시험을 통과해야 하기에 열심히 뜨개질을 배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 마리카도 할머니처럼 누군가를 위해 엄지장갑을 뜨게 된다.



엄지장갑을 떠준다는 것은 온기를 선물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직접 손을 잡아줄 수 없어 엄지장갑을 떠서 선물하는 것입니다. 엄지장갑은 손의 온기를 대신 전해주는 마리카의 분신입니다. (p149)  



그저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특히 마리카와 야니스의 사랑은 정말 한 편의 동화였다. 호수에서의 피크닉은 모두가 꿈꾸는 이상향과 같은 행복이 가득한 순간이다.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호수에서 수영을 즐기는 마리카의 모습은 매우 행복해 보였다. 모두가 꿈꾸는 삶이 그들의 모습이 아닐까. 하지만 곧 그들의 행복 사이로 불행이 다가왔다. 얼음제국의 지배로 야니스는 떠나게 된다. 야니스를 떠나보내는 마리카의 마음은 어떠하였을까.



루프마이제공화국의 마리카의 일생을 담은 이야기의 시작은 발트3국의 리트비아다. 최근에야 유럽으로 떠나는 사람들을 통해 간간히 듣는 나라 리트비아가 이야기의 근간이 되고 있다. 외세의 침략과 점령으로 독립한 지 24년 밖에 되지 않았다 하는 리트비아에 정말 마리카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만 같다. 이상하리만큼 우리 할머니 세대의 모습과 닮았다. 그 이상한 느낌은 뭘까. 일본 작가를 통해 전해 듣는 마리카 이야기를 통해 우리 할머니가 떠오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야니스는 언제나 마리카를 사랑으로 감싸주었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하는 삶에서 무한한 힘을 얻었습니다. 그것은 인동초 꽃의 꽃말, 사랑의 인연이라는 마법인지도 모릅니다. (p153)



자작나무 주스와 흑빵의 맛은 어떠할까? 그저 맛있기만 한 것이 아닌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며 장을 깨끗하게 하며 신진대사를 돕는 자작나무 주스와 이들의 주식이자 평생을 함께하는 흑빵은 그 맛이 매우 궁금하다. 언젠가 리트비아에 여행 갔을 때 엄지장갑을 끼고 흑빵을 먹고 자작나무 주스를 마시며 마리카를 떠올리는 순간을 상상해 본다.



이 호두를 우리 넷이 사이좋게 나눠 먹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니? (p190)


함께 나누는 것을 사랑한 마리카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이 질문에 마리카는 호두를 땅에 심는다고 말한다. 호두 나무에서 열리는 호두를 모두와 나눠 먹는다는 그녀의 대답은 본받아야 할 마음이다. 정답은 없는 질문이라고 하지만 단연 정답에 가까운 대답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들이 찾아 올 것이다. 그토록 원하는 아이를 갖지 못할 수도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행복할 수 있음은 고마운 마음을 갖는 것,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것, 행복한 마음을 갖는 것을 통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마리카의 장갑으로 행복에 대해서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어 마음이 따스해지는 기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