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서정시
리훙웨이 지음, 한수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왕과 서정시




월드와이드앱이 강제 중단되고 인류의 소통 방식이 새롭게 변화된 세상. 열 두살이 되면 의식결정체를 뇌에 이식 받을 수 있으며 의식공동체에 참여 할 수 있다. 이동영혼이라 부르는 개인 매체를 활용한다. 이렇게 생소한 용어들이 어색하고 낯설지만 그도 그럴것이 이 세계는 2050년의 미래 세계이다. 마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톰 크루즈가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정보를 검색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 영화에서 표현되었던 모습과 이 책에서 표현하는 세상이 비슷하게 그려진다. 미래 세계가 영상으로 표현된다면 단번에 이해될 수 있겠으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가 글로 표현되기에 약간의 이질감이 있음은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단절한다. 잘 지내길.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위원왕후의 자살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위원왕후는 죽기 전 이메일 한 통을 리푸레이에게 보냈다. "이렇게 단절한다. 잘 지내길." 이메일이 지금 시각에선 이상하진 않지만 미래 세계에서는 구시대적 의사소통 수단이다. 의뭉스런 이메일과 죽음에 리푸레이는 이상함을 느끼고 열 흘의 휴가를 내고 위원왕후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문자를 통해 모든 사람의 의식을 하나의 공동체로 응결하는 겁니다. 의식공동체를 통해 바벨탑 이전의 신화 상태를 만들어 전 인류가 하나의 문자, 하나의 언어만을 사용하게 하는 거죠. (중략) 그러면 보통 사람, 그러니까 모든 사람은 당연히 불후하고 사람은 자연히 죽지 않게 되죠. (p243)



이 책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이 부분은 매우 어려웠다. 문자와 영생이 어떻게 서로 연관성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 명확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인지, 그저 내가 이해력이 부족한 탓인지... 성경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인지 혼란 스러운 대목이다.



"서정성은 인간의 몸에 매장되어 영생의 문을 여는 열쇠"이라는 표현이 기억에 남는다. 즉, 서정성이 제거된 세상은 인류의 구분, 개인의 구분이 사라지게 되고 인간이 영생하게 된다. 그 서정성을 제거하는 방법은 문자의 소멸이라 것이다. 제목 "왕과 서정시" 처럼 영생을 위해 서정성을 제거하려는 왕의 세력과 이에 반하는 위원왕후의 대립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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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특히 인상깊었던 부분은 미래 사회와 대비되는 위원왕후의 유골 매장 풍습이었다. 말을 타고 마치 축제와 같은 풍습이 미래 사회와 극명히 대비되며 마치 꿈과 같은 모습이었다. 아무리 미래 사회로 나아가더라도 인간은 결국 한 줌의 재로 남게 될 때 가장 인간적임을 드러내는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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