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톰 말름퀴스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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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IN EVERY


MOMENT


WE ARE


STILL ALIVE




담담하게 다가오는 톰의 이야기가 묵직하게 나를 짓누른다.




조급하거나 서두르지 않는다.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그 상황은 매우 긴박하다. 그 상황 안에서 우리는 함께 지켜 본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감정을 공유하고 느낀다는 자체가 사치인 듯한 긴박함 속에서도 톰의 이야기는 담담하다. 언제 터져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감정의 한계에서도 이야기는 담담하며 내 마음은 편치 않다.



톰에게 일어난 일들이 나에게 벌어진 일이었다면 어떠하였을지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긴급히 병원으로 후송된 아내는 위급하다. 뱃 속의 아기는 다행이 안전하지만 제왕절개로 수술을 해야 한다. 그리고 아내에게 급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이 내려진다. 마치 꿈만 같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서 톰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인큐베이터의 아기 리비아를 지켜야 하고 아내 카린을 지켜야 한다. 그렇다고 톰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카린은 어떻게 생긴 천사였는지 설명한다. 강력한 빛을 몸에 두르고 있는데도 천사에게는 분명히 실체가 있었다. 날개는 거대한 백조의 것 같았고, 존재 자체가 태양 같았다. 밤에 나타난 천사를 보며 카린은 어렸을 때 좋아했던 천사 모양 서표를 떠올렸다. 카린은 천사를 본 것이 신경학적인 현상이었던 것 같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중략) 그래도 내 앞에 천사가 나타난 건 사실이야. 난 분명히 봤어. (p202)



천사들이 카린을 데려간 것일까. 카린의 소뇌에 뇌출혈이 생겼을 때도 잘 이겨냈건만 결국 급성 백혈병으로 카린을 데려갔다. 10년이라는 시간 카린과 톰은 함께 했고 추억도 남았다. 10년을 함께 살았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둘 사이에 태어난 리비아를 등록시키고자 하는데 법적 절차가 까다롭다. 혼인 관계가 아닌 사이에 난 리비아. 아기의 친아빠가 톰임을 입증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카린을 떠나 보낸 것도 혼란스러운 상황에 까다로운 법적 절차에 화가 울컥 치민다.




톰은 10년간 카린과 함께 했다. 그리고 톰의 아버지는 10년간 암과 함께 생활 했다. 리비아가 태어난지 2개월 반쯤  되었고 톰은 예순 여섯의 아버지가 있는 스톡홀름 요양원에 방문한다. 그리고 몇 달 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난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사랑하는 두 사람을 떠나 보내는 일. 아내와 아버지의 빈 자리에는 리비아가 있다. 톰은 떠난 이들의 추억과 함께 앞으로 나아 간다.



지금은 모든 것이 밤처럼 어둡게 보일 겁니다. 실제로 밤처럼 어두우니까요. ...(중략)... 바로 그 어두운 암실에서 우리 인간들이 한 걸음 더 발전한다고 말하려고 했습니다. 아, 그렇군요. 내가 살짝 웃으며 대답한다. 이게 아마 시인인 닐스 펠린의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p221)



현재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다. 톰에게 일어난 일들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나도 톰과 같이 딸 아이가 하나 있다. 그렇기에 더욱 감정 이입해 읽게 되었다.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적어가기 쉽지 않았을 것만 같다. 그 추억을 책에 담기까지의 과정이 녹록치 않았을 것만 같다. 앞으로의 삶에서 톰과 리비아에게 행복만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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