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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 내 얼굴 ㅣ 슬로북 Slow Book 4
김종광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평점 :
웃어라, 내얼굴
생계형 소설가 김종광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주공 임대 아파트에 살고, 일곱 살 짜리와 티비 프로로 아웅다웅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제때 반납 못해 장기 연체를 하며, 욕을 달고 살지만 아이들은 욕을 하지 않았으면 하고, 아이들은 숙제나 시험에 얽메이지 않고 좀 더 자유롭게 살게 하고 싶은 20년차 생계형 소설가 김종광 작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내가 살아가는 모습과 닮아서 일까. 작가의 이야기가 매우 친숙하다. 글에는 정이 담겨 있어 그저 나도 모르게 미소가 묻어 난다. 바로 내 옆집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은 김종광 작가의 이야기가 나를 끌어 당긴다.
아들에게 바둑도 가르치지 못하는 아빠가 되었으니 자존심이 상했다. 아들이 위로해주었다. "너무 부끄러워 마세요. 알파고도 가르치는 건 못할 거예요." (p79)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
아들에게 바둑을 가르치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아들이 무심코 위로의 말을 건네는데 참 진리의 말이다. 무언가를 잘 하는 것과 그것을 가르치는 일은 별개의 일임을 우리는 잠시 잊게 된다. 잘 가르치는 방식이 분명 존재하거늘 우리는 어쩌면 그 영역을 무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교육학 석박사가 괜히 있는 건 아닐거다.
중동인들 술 안 마신다는 것만큼이나,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이 많다. 그러나 인정해야 하리라. 술 안 마시는 중동인이 있는 것처럼, 나와 생각이 엄청나게 다른 분들이 숱하다는 것을. (p220)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기
다름을 인정하는 일은 참 어렵다. 치맥에서 맥주가 빠진다면 어떤가.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게 가능한 일인가?" 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다.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겉으로는 다름을 인정한다고 쿨하게 말하지만 이런 질문에는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치맥에서 맥주가 빠지는 일은 정말 인정할 수 없는 다름이라는 것. 그렇다. 우리는 다름을 이해한다고 말은 하지만 가슴 깊이 진정으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술이 문화와 깊숙하게 연관되어 있는 우리 나라에서는 특히나 술과 관련된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다. 다름을 인정하는 부분에 대한 가장 쉬운 예시이기도 하다. 술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는 이해는 싸그리 무시한 채 상대에게 술잔을 권한다. 상대에 대한 관심이라는 이유로 포장되는 다름을 무시하는 가장 전형적인 모습. (술을 좋아하는 저자와 반대 의견일 수 있습니다.)
국방부 선정 불온서적 20여 종은 알짜배기인 것 같다. 국방부가 얼마나 훌륭한 기관인가? 그곳에서 특별히 20여 종만 선정한 것이니 멀고도 남음이 있다. 국민 독서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국방부의 불온서적 선정은 전 쟁 연습 못지 않은 국가적인 쾌거다. (p228)
불온서적, 그 궁금한 세계
국방부에서 이 글을 보면 씁쓸해 하며 이 착한 이름의 <웃어라, 내얼굴>을 불온서적으로 선정할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국방부가 불온서적을 골라줘 고맙다고 한다. 각종 기관에서 선정한 추천서적 100권에는 의심의 여지가 있지만 국방부에서 선정한 20종의 불온 서적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한다. 대단한 반어법이다. 그러니 더욱 궁금하다. 나도 한 번 찾아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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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막한 호흡의 에세이 글들이다. 한 주제에 길어야 두 장 남짓. 짧지만 강렬한 저자의 생각들이 담겨있다. 어느 학교를 찾아 강연을 한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 비판적 사고를 갖고 살자는 그 말에 큰 공감이 되었다. 세상에 순응하고 살아가는 우리이지만 비판적 사고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확대 해석을 해본다.
세상에 던지는 푸념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린다.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술 한잔 기울이며 나누는 이야기들 중에 세상에 대한 푸념이 많이 있다. 함께 나라를 욕하고 국회의원들을 비난하고 회사에 대한 단체에 대한 비난의 날을 세운다. 그러다보면 사르르 화가 누그러지고 마음에 평안을 찾는다. 화가 날 때 화를 내면 화가 풀린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너도 나도 술잔을 기울이며 화를 방출하나 보다.
나와는 같은 대한민국 하늘 아래에 살고 있지만 소설가라는 길을 걸어가는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들을 어떻게 살아가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이다. 살면서 책 한권 내고 싶은 나의 작은 소망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그저 궁금했다. 여러 에피소드들을 통해 공통점을 발견한다. 전염병을 옮길 것만 같은 중고 서적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에 알게 되었다. 우리는 책을 사랑하고 있구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