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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크리스마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스기타 히로미 그림,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2월
평점 :
마더 크리스마스
세상의 편견을 깬다는 것
히가시노 게이고가 동화를 썼다고? 오랜기간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차지했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생각하면 사실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하면서도 반전과 감동까지 담고 있는 그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능성을 열어준 책이라 해도 무방하다. 얼마 전 말랑말랑한 연애소설을 써내기도 했다. 그렇다. 이번에는 동화다. 일본 추리 소설의 대가인 그가 이번에는 동화를 썼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그림들과 함께 잔잔하고도 가슴 깊에 스며드는 동화 한 편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아침 출근 길 지하철에서 10분 정도면 이 책을 읽을 수 있다. 책을 읽는 시간은 짧지만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깊게 새겨진 그 편견은 우리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로 막는다. 산타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기다랗고 풍성한 흰 수염과 풍채 좋은 하얀 피부의 서양인을 떠올린다. 빨간 옷과 푸짐한 뱃살은 필수다. 그리고 언제나 산타는 남자이며 허허허 웃는 할아버지였다.
편견은 별다른 것이 아니다. 정형화된 이미지 안에 우리를 가두는 것이다. 이러한 편견에 맞선다는 것은 기존의 세력과도 부딪힌다. 그들을 설득해야 하며 적절한 이유가 필요하다. 여기에 바로 그 편견을 깨는 것이 어려운 이유가 있다. 적절한 이유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틀에 박혀 있는 편견이 잘 못된 것임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왜 산타는 꼭 남성이어야 한다고 미리 정해놓고 생각할까요? (p40)
지속적으로 편견을 깨는 노력들이 있었다. 초원의 사자의 표적에서 벗어나고자 빨간색이 아닌 초록색 산타복을 입어야 했다. 전 세계의 크리스마스가 항상 겨울이 아니다. 크리스마스에 여름인 곳도 있다. 그 곳에서 두터운 산타복은 입을 수 없기에 서핑 보드를 타고 알로하 셔츠를 입은 산타도 있다. 또한 산타가 백인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흑인 산타도 존재한다. 이렇게 각자의 상황에 맞는 산타와 소품이 존재한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덧 붙인다. 산타가 여자라면?
왜 이렇게 거부감이 먼저 드는 것일까? 기존의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반증이라 생각된다. 편견을 갖지 않아야 함에 명백하게 동의하지만 이러한 나조차도 편견 속에서 쉽사리 빠져 나오지 못한다. 산타가 여자라고? "당연히 그래야지"라는 생각은 커녕 머뭇거리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지 않을까.
메리 크리스마스 (p73)
서평을 쓰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동화를 보고 의아했던 내 자신이 떠올랐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 소설만 써야 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편견에 히가시노 게이고도 많이 답답했을 것 같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가득한 아이들에게도, 기존의 틀에 갖혀 살아가는 우리 어른들에게도 이 책은 잔잔한 파동을 일으킬 것이다. 따뜻한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이 동화 한 편을 자기 자신에게 혹은 이웃들에게 선물로 나누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