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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윈터 에디션)
김신회 지음 / 놀(다산북스)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윈터 에디션)
아. 아무 일도 없다는 건 좋은 거구나. (p98)
한국 독자만을 위한 스페셜 커버! 윈터 에디션은 크리스마트 선물 포장과 같은 느낌을 표지에 담았다. 선물하기 좋게 예쁜 책이다. 예쁘기만 하다면 추천하기 힘들겠지만 무엇보다 내용이 매우 좋고 공감된다. 공감의 힘은 참으로 놀랍다. 그저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마음이 치유가 되는 느낌이랄까. 세상살이에 지친 우리들에게 보약과도 같은 책이기에 함께 읽고 나누고 싶은 책이다.
에세이집이다. 보노보노를 좋아한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보노보노를 잘 몰라도 상관없다. 이 책을 통해 보노보노가 좋아질 것이다. 나 또한 보노보노가 그저 만화, 귀여운 캐릭터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야기 하나하나가 의미가 깊다. 생각없이 보기엔 흔한 이야기이지만 자세히 가만히 들여다 보면 우리 삶을 그대로 옮겨 놓았고 깊은 뜻을 담고 있다.
보노보노에 나오는 캐릭터들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하나씩 살펴보내 꽤 재미있다. 소심한 보노보노는 걱정이 많고 혼자 잘 논다. 너부리는 혼자 놀지 못하고 누구든 괴롭히며, 시니컬하고 직언을 일삼는다. 포로리는 고집이 세다. 우리의 모습을 보노보노의 캐릭터에 투영시켜 볼 수 있다. 저자는 너부리의 모습과 자신이 닮아 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사람 사귀는 데 기술이 어디 있겠냐고 해도 분명 있는 것 같다. '진심은 통하게 돼 있다'는 상식도 때로는 배신당하기 일쑤고, 아부인 걸 뻔히 알면서도 칭찬하는 말에는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과 친해지고, 어딜 가나 사랑받는 사람을 볼 때마다 때로는 부럽고 배 아프기도 하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나는 관계를 시작하는 일에 대해 고민할 뿐, 관계를 유지하는 일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관계에 있어 진짜 중요한 것은 시작이 아니라 유지인 것을. (p31)
인생이 재미없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주변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기가 좀 꺼려진다. 좋은 이야기도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분위기를 망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하호호 밝은 모습으로 지내고 싶지 않다. 이러한 고민들에 대한 위로와 해답은 책 안에서 찾을 수 있다.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구나. 다른 이의 책을 통해 받는 공감과 위로가 삶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된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이 한 구절에 위로 받는다. "인생은 원래 재미있는거라고 대체 누가 정한 거지? (p96)"
세상에서 재미없는 일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나도 매일 재미있게 지낼 수 있을까?
아니면 나도 재미없는 녀석이라는 말을
듣지 않고 살게 될까? (p95)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뭘까? 평온한 마음, 자존감, 건강, 안정감... 인생에 있어 꽃길은 만끽하면 된다. 그러나 좌절했을 때, 우리가 넘어졌을 때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워 주는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 이긴다면 누군가는 진다.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무너졌을 때 이를 이기고 딛고 일어 서는게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아가야, 아빠는 또 야옹이 형에게 졌단다.
하지만 아들아, 졌을 때의 아빠 얼굴도 잘 봐둬야 한다.
잘 봐라. 이게 졌을 때의 아빠다. (p156)
취미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다. 누구에게나 취미 생활이 필요하고 권유된다. 그런데 그 취미활동이란 게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 취미가 사실은 노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까. 논다고 하면 멋없으니까 취미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너부리가 직언한다.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취미가 될 수 있다고 포로리가 말한다. 어린이 되고 나서도 놀기 위해 취미란 게 있는 것이라며 홰내기가 말한다. 따지고보니 다 맞는 말이다. 지나치지 않다면 취미는 참 좋다.
어른이란 말야, 어딘가 아이 같은 데가 있는 법이야. (p279)
보노보노를 통해 인생을 배우고 깨달음을 얻은 김신회의 이야기는 우리를 곰곰히 생각하게 한다. 우리의 인생을 담은 보노보노를 통해 우리 삶은 되돌아 보고 배운다. 힘들고 어렵고 좌절하고 실패하는 우리의 삶을 다독여 주고 옆에서 지켜봐주는 소심한 보노보노의 모습에서 무언의 힘을 얻는다. 다독여 주고 싶은 사람과 함께 읽고픈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