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기 힘든 긴 밤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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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트기 힘든 긴 밤

강력추천! 최고다! 추리 소설의 대가!




쯔진천의 <동트기 힘든 긴 밤>은 

조승우의 열연이 인상깊었고 그 반전이 충격적이었던 드라마 <비밀의 숲>과 닮아 있다.

성폭력 사건의 내막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이 <도가니>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부패한 자들이 거머쥔 권력에 대항하는 모습에 응원하게 된다. 청렴한 자들이 권력을 가지면 좋으련만 부패한 그들은 그들의 만행을 권력과 돈으로 입막음한다.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이 험난하고도 멀다. 그 과정이 참 어렵다. 나라면 가능했을까 싶다. 진실에 한 걸음씩 다가서는 그 과정에 희생자들이 생겨났다. 진실을 가리기 위해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한다. 참혹한 현실이다.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이 마치 게임과도 같다. 관문을 넘어 서서히 최종 보스에게 다가서고 있지만 그 세력의 힘에 번번히 좌절한다.


오늘 이 자리에 서니 두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왜 이 자리에 서서 범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살인을 하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p27)


소설의 시작은 가히 압도적이다.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장차오 변호사가 지하철역에서 붙잡힌다. 캐리어에 시체를 유기하려 이동 중에 붙잡힌 것이다. SNS를 타고 이 사실에 중국 전역에 퍼지고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갖는다. 장차오는 변명하지 않고 자신이 장양을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하려 했다고 순순히 자백한다. 그러나 재판의 순간, 장차오는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번복하며 장양을 죽인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며 명확한 알리바이를 제시한다. 그렇다면 왜 장차오는 이런 일을 벌인 것일까?


저들이 손을 못 대는 이유 중 하나는 자네들이 국가공무원이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많은 사람이 뒤에서 자네들을 지지하고 보호하기 때문이야...(중략)... 사람들은 자네들을 믿지만, 자네들처럼 용감하게 정면으로 그 거대 조직과 맞서지 못하는 것뿐이야. 그래도 속으로는 자네들을 응원하고 있어 . 원래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이 선해서 정의의 편에 서는 법이거든.(p339)



장양과 장차오, 주웨이, 허우구이핑과 리징, 옌량과 자오톄민, 대대장 리젠궈, 샤리핑, 후이랑 등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등장인물이 많은 소설은 읽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 혼란스럽지는 않았다. 각 등장인물의 특성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적당한 호흡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각자의 시선에서 소설이 진행된다.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하지만 흐름이 끊기거나 어색함이 없다.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전개가 일품이다.


모두 마지막 반전을 위한 일입니다. 

장양이 철저하게 더렵혀질수록 마지막이 더 빛날 겁니다. (p409)


또 다른 소설의 시작은 허우구이핑과 리징이다. 한 시골의 교사로 지낸 허우구이핑에게 자신이 가르치던 소녀가 자살을 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소녀가 난쟁이 웨쥔과 한 차를 타고 떠난 이후 농약을 먹고 자살한다. 무언가 있음을 직감한 허우구이핑은 사건의 내막에 한걸음씩 다가서는데 이 사건은 고위급 관리자와 관계가 있음을 알아낸다. 그리고 성폭행범의 자살이라는 누명을 쓰고 허우구이핑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처음에는 도대체 당신이 뭘 하려는 걸까에 대한 호기심이 컸습니다. 그래서 의심스러운 부분에 대해 자오 대장에게 곧바로 말하지 않은 겁니다. 하지만 더 많은 사실을 알게 된 다음부터, 자오 대장이 계속해서 수사하도록 만드는 것만이 제가 당신들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p434)



사건의 전개가 매우 치밀하다. 사건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사건이 해결되는 시점까지 어느 하나 빈틈을 찾기가 어렵다. 매우 치밀하게 짜여진 구성에 덧붙여 매우 충격적인 스토리다. 촘촘하게 연결된 부패의 세력과 이에 대항하는 선의의 세력은 팽팽하게 맞선다. 현실의 세계에서도 과연 이렇게 선의가 항상 승리할지는 의문이나 선의를 응원하게 된다.


성폭력, 살인, 매수 등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부패 세력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지만 선의를 이길 수는 없다. 철저하게 10년간 한 사건에 매달린 장양의 모습에 울컥해진다. 자신의 신념부터 가족, 명예, 그리고 자신의 목숨까지 모든 것을 버리고 정의를 구현하는 장양의 모습은 잊혀지지 않는다. 정말 이런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까? 부패에 대항하는 그 모습이 경이롭다. 




쯔진천은 <사악한 최면술사>의 저자 주하오후이, <심리죄>를 쓴 레이미와 함께 추리소설계 3대 인기 작가로 꼽힌다고 한다. 수학과 교수 옌량이 해결하는 '추리의 왕' 시리즈로 명성을 얻었으며 일본 추리소설의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와 비교된다. 이 세 작가를 꼭 기억해두고 소설을 찾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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