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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얼티
스콧 버그스트롬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5월
평점 :
크루얼티
숨쉴틈 없는 추격 액션 스릴러
액션을 책으로 만난다면 어떤 느낌일까.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본 느낌이었다. 내가 영화감독이었다면 욕심을 냈을만한 내용이다. 눈 앞에 그려지는 영화의 장면들이 나를 매료시킨다. 그웬돌린이 되어 아빠를 구하러 가는 그 길고 긴 여정이 지루하지 않았다. 당차지만 약하고 힘없던 그웬돌린이 야엘을 만나 소피아로 변해 아빠를 구하며 벌어지는 사건들이 매우 흥미진진하다. 494페이지의 두꺼운 책으로도 이야기는 끝맺지 않는다. 후속작이 기다려 진다.
외교관인 아빠로 인해 타향살이를 하던 그웬돌린은 학교에서 아웃사이더다. 엄마를 잃었고 친구도 없어 아빠에게 의지해 살았다. 그런데 그런 아빠가 어느날 실종된다. CIA 비밀 요원이던 아빠의 정체를 안 순간부터 그웬돌린의 삶은 점차 변하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도 아빠의 실종 사건에 더 이상 진전이 없고 기다릴 수 없었던 그웬돌린에게 뜻 밖의 도움으로 아빠의 실종장소인 파리로 향하게 된다.
"그웬돌린, 네 아버지가 실종되셨어."(p59)
참 겁없다. 당돌하다. 그런 그웬돌린을 야엘이 맞아준다. 야엘을 만나 그웬돌린은 여전사 소피아로 변모한다. 이런 부분에서 보면 한 편의 성장영화다. 아빠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길. 야엘은 싸움의 기술을 전수한다. 길지 않은 시간 체조로 몸이 단련된 그웬돌린은 거구를 쓰러트릴만한 금세 기술을 터득한다. 이제부터 진정한 액션의 시작이다.
전체적으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액션영화를 보는 착각을 일으킨다. 상상 속의 일이 눈 앞에 그려지고 소피아의 모습이 그녀의 액션이 눈 앞에 살아난다. 군더더기 없이 타겟을 노리는 소피아의 액션은 영화로도 꼭 만나고 싶을 정도다. 가녀린 열일곱 살의 소피아가 어떻게 거대 음모와 맞서게 되는지 글 몇자로 적어내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아빠를 찾아 파리에서 베를린으로 프라하로 숨 쉴틈 없이 이야기가 진행된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생각하려 하면 다음 장소에서 아빠를 찾기 위한 단서를 찾아낸다. 작은 단서 하나로 아빠를 추적하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아빠를 찾겠다는 일념하나로 조직의 끄나풀을 찾아내고 조직의 보스를 만나게 되고 보스의 아들의 여자친구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하나씩 아빠에게 다가간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자신이 아빠에게 선물한 만년필을 만난 순간이다. 아빠에게 한 걸음 다가갔고 잘 왔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아직 아빠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지만 지금 내가 가는 이 길이 맞음을 확인하는 순간의 소피아의 그 마음이 전율이 느껴졌다. 자신이 상대해야 하는 그 적이 '악마'로 불리고 있다.
빛을 받은 은빛 펜촉이 수술용 칼처럼 반짝였다. 피아노처럼 까만 펜대 옆면에 '아빠에게, 사랑하는 G가'라고 새겨진 글귀가 보였다. (p353)
아빠 앞에서는 한 없이 여린 딸인 그웬돌린이 러시아 소녀 소피아가 되어 아빠를 찾아가는 그 여정이 안타깝기도 하기 응원하게 되며 흥미 진진하게 바라보게 된다. 대리만족이라 해야할까. 불의에 맞서는 정의. 불합리에 대항하는 소피아의 모습들에 어쩌면 내 자신이 용기를 얻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거창했나 싶지만 사실이 그렇다. 이러한 액션 스릴러 소설을 통해서도 이러한 감동도 받을 수 있음에 놀라웠다. 후속편이 기다려진다. 아직 확실하게 매듭지어지지 않았기에 더욱 그렇다.
"아빠를 데리러 왔어요."
"대체... 여기까지 어떻게 온거니?"
"내가 끔찍한 일들을 벌였어요, 아빠." (p4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