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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종말 - 여성의 지배가 시작된다
해나 로진 지음, 배현 외 옮김 / 민음인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도발적인 제목이다. ‘남자의 종말’. 도대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일까? 서점 한 켠에 얹어져 있는 것을 본다면 누구든 안 집어보고는 못 배길 것 같은 제목이다. 그냥 지나쳤다면 뒤통수가 간질간질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여자는 여자대로 남자는 남자대로.
결국 시대의 변화와 함께 변화하고 있는 성역할을 따라가지 못하는 남녀의 신음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저히 남성 중심이었던 시대가 이제는 여성도 진입할 수 있다 보니 불안해하는 남성들의 신음이 가득했다. 기득권자들이 자신이 가진 것을 빼앗길 때 느낄 수 있는 불안과 그다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여성들의 몸짓. 삶의 주체가 되기를 원하는 여성. 그것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환경과의 부대낌 속에서 지쳐 있는 여성들.
무척 흥미로웠던 것은 마지막 8장 아시아 여성들을 다룬 부분이었다. 제목만 봐서는 일본인들을 주로 다루었거나 아니면 중국인 여성들이 섞여 있겠지 했는데 사실 한국 여성들이 ‘주(主)’였다. 그러고 보니 제목이 ‘골드 미스 분석’이다. 하지만 골드 미스라는 명칭이 또 다른 소외를 야기한다는 부분도 우리는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나이 들어 결혼하지 않았다고 누구나 골드 미스는 아닐 것이니 말이다.
또 하나 시선을 끄는 부분은 스페인의 이야기였다. 비단 스페인 뿐은 아닐 테지만, 스페인의 일보 남자들은 같은 나라 여성과의 결혼을 포기하고, 오히려 남아메리카나 동유럽에서 새롭게 밀려드는 이민자들 중에서 아내를 찾는 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50년 전의 스페인 남성들이 결혼했던 유형이기 때문이라는 것. 반대로 일부 스페인 여성들 역시 같은 나라 남성이 아닌 독일이나 스웨덴 남자들 중에서 남편감을 찾는다고. 그들은 50년 뒤에나 찾을 수 있는 유형의 남자와 결혼하는 것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의아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새롭지 많은 않다.
변화를 수용하고 이 안에서 균형 있는 삶, 남녀 모두 행복하다고 느끼는 삶을 지향해야한다는 생각으로 귀착된다. 가장 딱딱하고 변하기 힘든 것이 우리의 ‘생각’일 테니 말이다. 남자의 종말이기 보다는 ‘전통적인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에 빠진’ 남자의 종말이라고 해야 더욱 어울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