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 장자(莊子)를 만나는 기쁨
김태관 지음 / 홍익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해가 뜨고 지는 것은 평소와 다를 바 없지만, 새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새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다. 패자부활전처럼 지난 일에 대한 후회, 절망, 아픔 등은 모두 씻고 새롭게 제로에서 시작할 수 있는 기분을 선물해준다. 절기로는 새해, 책으로는 고전이 이런 힘을 가진 것이 아닌가 싶다.

 

고전의 중요성을 가끔 듣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이 또 고전이다. 장자를 쉬운 말로 알기 쉽게 해설해주는 이 책이 있어 그나마 장자를 다리 하나 건너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참 다행이었다.

 

저자의 프로필에서 ‘고전의 바다에서 사물의 본질을 궁구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자본주의의 폐해 등 현대 선진국에서 일어나는 부작용과 한계를 동양에서 찾으려고 하는 붐이 일고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우리의 생각만 약간 달리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일 수 있는 점, 그리고 번민에서 해방되고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점 등 이런 계기를 장자가 마련해준다는 생각이 든다.

 

무위로써 하지 않는 일이 없다

 

진정한 무위란 행동하지 않는 행동을 말한다. 행위의 정지나 포기가 아니라 더 높은 차원에서 도를 따라 행하는 것을 가리킨다. p114

 

쉴 새 없이 바쁜 우리 일상에 이제는 행동하지 않는 행동을 결단하고 실천이 필요한 시점인지 모르겠다.

 

흐르는 물은 거울로 삼을 수 없다

 

사람들이 제 모습을 비춰보려면 고요히 멈춰 있는 수면을 찾아야 한다. 마음의 풍랑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자기 내면을 들여다볼 때 사람들은 비로소 참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 p148

 

조용히 스스로를 고요하게 돌아보는 시간. 쉬운 것 같으면서도 잊고 있었다.

 

자연에 순응하여 몸과 마음을 꾸미려 하지 않으면 피곤하지 않고 자유롭다

 

변하는 형체에 연연하지 않으면 심신이 소모되지도 않고 고요한 호수 같은 경지에서 노닐 수 있다. p152

 

그 경지, 참 끌린다.

 

아주 큰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노자는 ‘아주 큰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우주가 운행하는 소리, 별들의 음악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오직 마음을 텅 비우고 자기를 잊어버린 망아의 경지에 들어갔을 때, 비로소 하늘이 연주하는 대자연의 피리 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육체의 귀가 아니라 영혼의 귀로만 들을 수 있는 소리 없는 노래다. pp.162-163

 

이제는 영혼의 귀가 민감해지는 생활에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잠잠하게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장실에서 읽는 골프 책
화장실독서가협회 지음, 문은실 옮김 / 보누스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사람들과 대화하다가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로 이야기가 향하면 민둥해지는 경험 누구나 해보았을 것이다. 내게는 그 중 하나가 골프이다.

 

물론 이전보다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자주 느낀다. 나이가 들었다는 하나의 증거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직접 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아직도 다른 세상의 스포츠 같은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모든 것이 변화하는 것을 생각할 때, 분명 앞으로는 일반 대중도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제목에서 화장실에서 읽는다는 수식어가 있어서인지 책 크기가 다른 책들보다 폭이 약간 좁은 편이다. 하나의 장이 두 세 쪽 정도로 짧게 끊기기 때문에 이것은 부담 없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책의 저자는 화장실독서가협회라고 적혀 있다. 1987년 미국 오리건 주 로그밸리의 출판 편집자와 저자들이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책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과학, 역사, 스포츠 문화 등 다양한 영역의 글을 써왔다고 한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이 책 ‘골프’가 첫 주제로, 골프 관련 분야의 최고 저자들을 모아 완성한 것이라고 한다.

 

 

골프의 기원은 15세기 스코틀랜드로 보고 있다고 한다. 돌이나 나뭇조각, 뼈 같은 작은 물건을 구부러진 막대기로 치고 노는 게임은 전 세계에 수천 년 전부터 있었는데 스코틀랜드로 보는 이유는 바로 게임에 특이한 점을 추가하였기 때문이다. 구멍을 판 점, 세계 최초의 골프 코스를 짓고 현재도 사용하는 기본적인 규칙과 장비를 개발한 점 등이다.

 

캐디 출신에서 유명한 골프 선수로 성장한 이들의 이야기도 있었다. 한때는 피부색 때문에 골퍼라는 직업을 가질 수 없었던 시절도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한국’이 등장하기도 했다. ‘지뢰와 악어의 골프장’이라는 장에서 최악, 위험한 골프장을 소개하는데 그중 한국 비무장지대의 캠프 보니파스 컨트리클럽이 ‘죽음의 러프’로 소개되고 있다. 공을 주우러 갔다가 지뢰를 밟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골프 관련 유머, 관련 속담이나 명언 등도 읽을 거리였다. 무엇보다 골프가 재미있고 매력적인 스포츠라는 걸 느끼게 하는 부분이 많았다.

 

골프에 대한 오해나 선입견이 있다면 이 책으로 해소하고, 골프 관련 상식을 쌓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관련 용어도 낯설지 않고 더 없이 읽기 즐거운 책일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꼬치꼬치 일본관찰 지식의 비타민 1
지식활동가그룹21 지음 / 문화발전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우즈베키스탄 친구와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받았다.

 

“한국인들은 왜 쌈을 싸먹느냐?”

“왜 돼지고기를 먹느냐?”

 

자신의 나라에는 쌈 싸먹는 문화가 없고 종교의 이유로 돼지고기를 안 먹다 보니 오히려 한국 문화가 의아하게 느껴진 모양이다. 그럼 쌈을 안 싸먹으면 어떻게 먹을 수 있느냐 했더니 토끼처럼 고기를 먹고 난 뒤에 상추를 입에 넣어 씹어 먹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새롭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 친구 뿐 아니라 우리 역시 자신의 문화와 다른 문화를 접하면 이러한 사소한 것들에 대해 궁금한 생각이 들 것이다.

 

짧든 길든 일본을 다녀왔거나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또는 일본 소설이나 애니메이션 등 대중문화를 즐기는 사람들도 곧잘 보인다. 반면 전혀 일본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도 본다. 익숙한 사람이야 쉽게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사물일 수도 있지만,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하나하나가 궁금할 것이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외국이니 말이다.

 

한국인이 보았을 때 의아해 보이는 일본의 사물들. 또는 의식하지 않았던 사물의 숨은 면을 콕 집어서 그 의미와 기원을 알아본다. 이러한 과정은 일본이라는 전체 지도를 그리는데 무척 도움이 될 것이고 또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된다.

 

저자는 한 사람이 아닌 그룹이다. 독특하다. 지식활동가그룹21이라는 이름이다. 프로필을 보니 정말로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를 정리하고 분석하여 책을 만드는 그룹이라고 한다. 키워드 위주로 퀴즈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구성을 보면 크게 7가지 분야로 나누어서 총 208 키워드를 설명한다. 하나의 키워드는 1쪽에서 2쪽 분량의 설명이 있어서, 관심 있는 부분을 골라 어느 부분을 먼저 읽든 상관이 없는 것이 장점이라 하겠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사물을 소개한 부분이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 기원을 설명해 주는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다. 일본을 잘 안다는 사람도 새롭게 느껴지는 내용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문화 관련 도서는 최근의 내용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흔히 한다. 그런 면에서 현재의 일본을 이해하는데 이 책이 무척 유익하리라 생각한다. 관광이나 출장, 유학을 준비하거나, 일본을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일본어 뿐 아니라 이러한 문화 내용도 꼭 알아두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만장자 선생님의 부자 수업 - 통장을 스쳐가는 월급을 지켜내고 목돈으로 키우는 재테크 비법!
앤드류 할램 지음, 이광희 옮김, 전영수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티끌모아 태산’. 익숙한 속담이다. 돈에 대한 다른 나라 속담을 살펴보면 일본 속담에는 ‘돈은 천하를 도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문제는 도대체 나한테는 언제 오느냐 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중국 속담에 ‘부는 3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부를 축적하는 세대가 있고 유지하는 세대가 있으며 탕진하는 세대가 있다p35

 

 

미국 연구 자료에서도 대부분의 백만장자는 부를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고 한다. 부모가 자신의 자녀들에게 돈을 줌으로써 자녀들이 경제적으로 다른 사람보다 앞서는 것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보면 쉽게 번 돈은 쉽게 낭비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방법을 알아내고 온몸으로 사무치게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부자가 되는 습관을 저자는 한마디로 말한다.

 

 

버는 것보다 훨씬 덜 소비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p23

 

 

저자가 조언한 동료 부부 이야기에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했지만, 의식하지 않고 소비하는 것이 의외로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나도 물건을 사고 나면 지출한 내용을 정리하지 않는데, 어느 날 굴러다니는 영수증을 모아보니 한 달 동안 지출한 내역이 꽤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버스 차고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을 시작으로 경제 관념을 익히기 시작하였다. 저자의 경제관념이란 다음 문장에서 잘 나타난다.

 

 

빚을 지는 것은 악마와 거래하는 것과 같다. p38

탐욕은 인간에게 알려진 가장 큰 환각제일지도 모른다. p114

 

 

빚을 지지 않고 가능한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을 모은 후에 ‘복리’를 활용할 것을 조언한다. 그리고 은행을 자신의 친구로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 판단하고 투자하는 것의 중요성을 말한다. 투자 상담사들이 읽는다면 꽤 불편할지도 모를 내용이다. 주식, 펀드 등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있다면 쉽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립학교 영어교사였던 저자가 밑바닥에서 시작해서 오늘의 부와 경제 지식을 익히게 된 것은 그저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경제 관련 잡지나 정보를 늘 수집하고, 소그룹 연구모임도 하면서 끊임없이 공부한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젊은 시절부터 몸에 익힌 검소한 생활 습관도 큰 밑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소득과 상관없이 큰 차, 브랜드 물건 등을 지니고 과시하는 것이 ‘허영’이고 부자가 되기 위한다면 무의미한 일이라는 걸 인식하는 것, 그 생각에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부터가 부자가 되는 습관의 첫걸음일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두 변화한다 - 모옌 자전에세이
모옌 지음, 문현선 옮김 / 생각연구소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모옌의 책은 처음이다.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라고는 들어본 적이 있다. 그의 작품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아직 손이 미치지는 못했다.

 

2007년 중국 문학평론가 10명이 선정한 ‘중국 최고의 작가’1위로 선정된 바도 있다는 모옌.

 

본명은 관모예. 발음은 같으나 한자를 바꾸어 글로만 뜻을 표현할 뿐 ‘입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필명으로 ‘모옌’을 사용한다고 한다. 1955년생으로 초등학교를 중퇴하게 되지만 군에 입대하여 복무하던 중 대학에 입학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문학과를 졸업한 후, 석사학위도 취득한다.

소설에서도 자전적인 내용이 빠질 수 없겠지만, 이 책은 표지 자체에 ‘자전에세이’라고 이름붙여 있으니 그의 인생사를 엿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반가울 것 같다.

 

집필 동기에서는 어떻게 쓰든, 무엇을 쓰든 마음대로 써달라는 인도 캘커타 어느 출판사 편집인의 부탁으로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처음에는 지난 삼십년 동안 중국에서 일어난 변화와 관련한 글을 써달라는 부탁이었던 것이 주제가 지나치게 광범위해서 거절을 하자 이렇게 바뀐 것이다.

 

모옌의 기억이 향하는 곳에는 재미나게도 여학생이 있었다. 모옌과 사랑을 나눈 여인은 아니지만 그 여학생을 사랑했던 짝꿍과 초등학교 선생님이 등장한다. 그리고 시간이 훌쩍 지나 급격하게 변화하는 중국의 시대사와 맞물려 이들의 인생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변하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제목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고 어디서든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공간에서 살아온 모옌의 이야기는 새로운 울림으로 전해져 오는 기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