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서재 -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책 읽기
김운하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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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그 힘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나만 이런 줄 알았는데, 나만 의미 없는 삶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기운을 잃고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또 있구나 하는 데서 오는 안도와 위로, 바로 그것이었다.

 

눈을 뜨면 출근하기에 바쁘고, 출근해서는 정신없이 하루의 과제를 완수하는 것에 쫓겨 하루를 보낸다. 어둠이 깔리면 노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한다. 집에서도 해야 할 숙제는 남아 있지만 생각만큼 다 하지도 못한 채 내일을 위해 또 이불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이런 삶이 한 달이고 반년이고 일 년이고 끊임없이 지속된다. 대체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이고 내 노동은 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피곤이 좀 덜할 때는 이불 속에서 문득 들 때도 있다.

 

저자는 열아홉, 스무 살에 연달아 부모님을 잃고 삶과 죽음이라는 실존의 문제로 정신적 방황을 겪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 때 정신적 지주가 되었던 것은 책이었다. 이후 지독한 만화광이었던 십대의 삶을 청산하고 철학과 문학에 빠지게 된다.

 

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읽었다는 책, 교양인이 되기 위해서는 꼭 읽어야 한다는 책을 안 읽은 사람도 있다. 바로 내 이야기다. 저자는 삶과 죽음, 인생의 의미, 사랑, 나 자신에 대한 주제로 큰 영향을 끼쳤던 책들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책 소개보다는 저자의 사색과 철학이 중심을 이룬다.

 

과거로 돌아가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p70

 

과거란, 충분히 행복에 속할 자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심히 흘려보낸 순간들로 가득찬 시간인지도 모른다. p169

 

‘과거’는 ‘안타까움’과 ‘후회’라는 단어와 3종 세트로 꼭 등장하는 듯 하다.

 

자살? 타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로 목숨을 버리는 것은 일종의 타살이다. 낯선 타자를 멋대로 죽이는 행위일 수 있는 것이다. p52

 

청년들의 자살에 대한 고민은 남을 위해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저자 본인이 젊었을 때 직면했던 고민이기도 했고 지금도 한번씩 엄습해온다고 한다.

 

방황하라

 

책읽기는 나를 잃어버리는 기쁨을 찾아 책갈피를 넘기는 것이다. 책갈피들 사이에서 영혼이 길을 잃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황보다 더 행복하고 기쁜 방황도 없다. p161

 

행복하고 기쁜 방황, 새해에는 이런 방황 속에 파묻히는 해가 되길 소망해본다.

 

표지도 제목도 품격 있어 보이고 어려운 책은 아닐까 하는 오해를 할 수도 있지만 실은 누구나 고민해보았고 지금도 진행중인 우리의 번민, 갈등, 생각들을 찬찬히 풀어나가고 있다. 소중한 이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꼭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마지막으로 옮겨본다.

 

그다지 의미가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고, 그다지 행복하지 않아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행복은 삶의 의미가 아니다. 의미있는 삶은 단지 행복을 위한 삶이 아니라,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목표들이 있는 삶이다. pp.96-97

폴 새가드, <뇌와 삶의 의미>,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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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 서울 시 1
하상욱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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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가 된 작가이고 유명한 시라고 하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지 않아서인지 처음 접했다. 제목부터가 시선을 끈다. 서울에 대한 역사나 문화를 다룬 게 아닐까 하는 오해를 사기 쉽다. 이런 친근한 단어, 표현 등으로 접근해서는 공감을 느끼게 하였다가 허를 찌르는 것이 그것이 이 책에 나온 시들의 공통점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책 외관도 보통의 시집과는 다르다. 소설에나 쓰일 법한 정사각형 디자인에 두께 역시 두툼하다. 시집 코너에 이 책이 놓여있다면 혼자 무지 튈 것 같다. 표지는 지하철 노선도를 연상하게 한다. 내가 사는 동네에 지하철은 없지만 도시인, 현대인의 감성이 잘 녹아낸 시의 특징이 표지에서도 잘 드러나 보인다.

 

일본 운문 장르 중 ‘하이쿠’를 소개할 때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압축과 절제의 미 등을 이야기하는데 지금 바로 이 시대 우리에게는 SNS 시인이라 일컫는 시인 하상욱씨의 시가 하나의 새로운 장르로 개척된 게 아닌가 싶다. 하이쿠처럼 정해진 글자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시는 리듬을 탄다.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니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회사원으로 시인지 광고 카피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짧은 시를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글이라기보다는 디자인, 짧지만 공감과 웃음, 여운을 주는 시이기에 이미지, 영상에 익숙한 지금 젊은이들의 인기를 얻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띄워쓰기를 재미나고 교묘하게 변화를 줌으로써 의미가 확연히 달라지는 묘미, 이 또한 신선하고 재미난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독이 친구이고, 혼자만 소외된 것 같은 느낌을 떨치지 못해 우울하거나 힘들다면 이 책이 그런 우리의 생각을 바꾸고 웃음까지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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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미술 - 예술의 부활, 인간의 발견 시공아트 58
피터 머레이.린다 머레이 지음, 김숙 옮김 / 시공아트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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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 어떤 이는 글로, 춤으로, 음악으로 표현한다. 그림, 조각, 건축으로 표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을 최근 알게 되었다. 미술에 이제 막 관심이 생기다보니 초보의 시선에서 보는 정도에 그치고 말 뿐이다. 하지만 내 멋대로이지만 보고 있는 그 시간이 즐겁고 유쾌해서 지식이 없다고 조바심을 내거나 부끄럽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조금 더 지식이 있다면 깊은 감상이 가능할 텐데 하는 아쉬움은 늘 있다.

 

르네상스 미술양식은 지금도 미의 시금석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미술을 이해하고 감상의 폭을 깊게 하기 위해 르네상스 미술양식의 특징과 구체적인 모습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동 및 청소년용으로 서양미술사 전반을 설명하는 책을 이전에 본 적이 있다. 그 때는 분량으로 두세 쪽 정도만 할당되었는데 이제는 르네상스 미술만을 한 권으로 묶었으니 무척 구체적이고 상세히 이해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저자는 부부로 두 사람 다 미술을 전공하였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대학에서 후진을 양성하는 자리에 있었던 것 때문인지 알기 쉬운 친절한 설명이 돋보였다.

 

목차는 열장으로 나뉜다. 르네상스의 의미부터 15세기 초 피렌체 미술을 시작으로 네덜란드와 보헤미아, 15세기 중반 이탈리아, 네덜란드, 서적 잡화와 판화, 후기 고딕양식, 밀라노 르네상스, 초기 고전주의, 전성기 르네상스의 시작으로 끝을 맺는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세밀하게 해설하는 글을 읽으니 조금씩 차이가 엿보였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등 많이 들어본 화가도 있었지만 기억에 없는 낯선 화가 이름도 많았다. 매력적이었던 것은 각 화가들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들려주는 점이다. 한 시대의 미술양식만 주목하여 살펴보니 이 역시 가능할 것이다.

 

설명은 글로 끝나지 않고 컬러 또는 흑백 작품이 바로 위에 실려 있어 설명하는 내용을 보고 작품에서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미술을 전공하는 사람들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르네상스 미술양식을 이해하고 싶은 미술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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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수도와 제주도 답사여행의 길잡이 11
한국문화유산답사회 엮음 / 돌베개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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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한 내 소유물을 늘리지 않으려는 게 평소의 생각인데, 한 권도 아니고 15권 세트로 사서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 읽고 싶은 책을 만났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답사여행의 길잡이 시리즈. 그 중 11권 째 한려수도와 제주도편을 보았다.

 

맛집은 물론 여행지, 관광지는 이제 컴퓨터로든 핸드폰으로든(물론 나는 스마트폰이 아니다) 검색하면 관련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책의 존재 의의는 없어지는 걸까? 이 책을 보고 전혀 그렇지 않다는 입장에 서게 되었다.

 

이름만 들어보면 아는 곳. 여행을 좀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본 곳.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르는 곳. 이렇게 유명한 곳인데도 불구하고 수박겉핥기식으로 보고 오는 것은 아닌지 잠시 멈춰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름 아닌 내 이야기인데, 통영 충렬사를 나름 구석구석 세밀하게 보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책에서 보니 보지 못하고 스쳐 지나간 부분이 있었다. 이 책의 사진과 글을 보고 갔다면 분명 눈길이 머물렀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저자는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분을 포함한 한국문화유산답사회이다. 환율 변동으로 해외여행이 급증하고 있다는 최근 뉴스가 떠오른다. 해외도 좋지만(물론 해외 여행 못 가서 배 아파서 이런 소리 하는 것이냐? 부정하지 않겠다) 우리 한반도 남쪽에만 해도 볼거리가 넘쳐난다.

 

유럽에는 성경을 소재로 한 종교화,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그림, 조각, 건축양식이 많듯이 우리에게는 순천 송광사, 선암사, 여수 흥국사, 사천 다솔사 등 불교 건축과 조각 등 아름다운 유산들이 많이 있다. 종교를 떠나 이들이 한국의 미를 이루는 요소 중 하나인 점을 생각할 때 이 책을 참고로 하여 꼭 직접 볼 기회를 갖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부록 3에는 문화재 안내문을 모아두었다. 그곳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을 책을 통해 먼저 읽어볼 수 있다니 답사에 이만한 귀중한 자료가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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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성서원 쉬운말성경 중(中) - 비닐
쉬운말성경 편찬위원회 엮음 / 성서원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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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누구나 생각하게 되는 게 신년 계획이 아닐까 싶다. 매년 들어가지만 실천은 잘 안 되는 항목도 있기도 하고, 이번 해야말로 이것에 승부를 걸어야지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은 한 두 가지가 들어가기도 한다. 자주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성경을 읽어야겠다, 통독해야겠다는 것이다. 교회를 다니든 그렇지 않든 읽을 가치가 있다는 말을 듣는데, 사실 보통의 성경은 장벽이 너무 높은 게 사실이다.

 

 

성경 뿐 아니라 물리학, 수학 등을 생각해봐도 고등학교 졸업 이후(물론 학창시절에도 성실하지는 않았다) 십여 년 간 손을 떼고 있던 분야의 책을 읽어보려고 해도 부담을 크게 가지게 된다. 한국어다보니 읽기는 다 읽을 수는 있는데 이해가 도통 안 되는 블랙홀로 빠지게 된다. 익숙하고 친근한 사람에게는 재미있는 책이 될 수 있겠지만 낯선 분야다보니 그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런 점에서 쉬운말 성경은 예수님이 존댓말을 하시는 등 지금 현재 쓰는 말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이전에 <쉬운말 성경 아트바이블 구약1>을 읽은 적이 있다. 내용은 동일하고 이 책은 성경 신구약 전체를 싣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쉬운 말로 쓰다 보니 내용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을 수 있는데 한권으로 용케도 잘 담겼다.

 

 

큰 장점으로 꼽고 싶은 것은 글자 크기가 큼직하다는 것이다. 크기도 크지만 진해서 좋다. 뚜렷해 보인다. ‘중 와인’을 보았는데 한글프로그램으로 치면 글자를 ‘진하게’ 설정한 것처럼 보인다. 피로하면 글자가 잘 눈에 안 들어와서 가끔 안경을 쓰기도 한다. 안경을 쓰고 보면 글자가 진하게 보여서 속이 시원하다. 그런데 이 책은 안경을 안 쓰고도 진하게 보여서 부모님께도 권하고 싶을 정도이다. 어르신들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좋다.

 

 

또 하나의 장점은 소제목과 각주이다. 어떤 책이든 같은 크기 글자들만 빽빽하게 있으면 보고만 있어도 지루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파란색과 검정색 두 가지 색상이고, 소제목이 붙어 있다. 혼자 QT를 한다면 단락을 끊는 기준으로 참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각주도 있어서 따로 성경낱말사전을 찾아보는 수고를 덜어준다.

 

 

성경을 읽어보려 했지만 도통 이해가 안 되서 한두 장 읽다 지쳐 포기했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다. 나 역시도 신구약 통독이란 한라산보다도 높은 산처럼 느껴지는데 이 책이라면 의미를 이해하면서 술술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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