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아시아 제28호 2013.봄
아시아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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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남짓 서울에서 지낸 적이 있다. 서울의 어느 부근에서 지냈느냐에 따라 경험의 색깔은 달라지겠지만 내가 있었던 곳에는 주위에 온통 산이 보이지 않았다. 찬찬히 둘러보면 어슴푸레하게 멀리 산의 능선으로 짐작되는 선이 보일랑 말랑 했던 거 같다. 매연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항상 희멀건 선으로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다양한 말투도 자주 들렸다. 서울말로 대표되는 말투 뿐 아니라 여러 지역 출신의 말투가 섞여 있었다. 심지어 식당에 가면 북한이 고향이었던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말투가 연상되는 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다양성. 말 그대로였다.

 

높은 빌딩숲이 있는 공간이 있는 반면 지하철을 타고 조금만 이동해도 좁은 골목과 칙칙하고 오래된 건물이 줄지어선 동네도 보였다. 깨끗한 거리와 치워도치워도 금새 지저분해질 것 같은 거리가 함께 하는 공간. 고궁, 왕릉 등 600여 년 동안 수도인 흔적이 남아있는 것 역시 희귀한 볼거리였다.

 

잠시 뜨내기의 입장에서 본 서울과 달리 그 곳이 어릴 때부터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경우라면 전혀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종로가 본가이고 늘 근처에서 살아왔다는 지인에게서 들었던 서울이야기에서도 이 책에서 서술된 이야기와 유사한 부분이 많았다. 서울의 역사를 온 몸으로 기억하는 산 서울역사 교과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을 소재로 하였지만 정말 다양한 영역의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었다. 다문화, 먹고 사는 것, 강남스타일, 문학, 종교, 현실, 그 외에도 문학, 작가 창작 환경, 지구적 세계문학 등의 이야기.

 

한국어 뿐 아니라 영어로도 함께 싣고 있는 점에서 서울에 관심이 있지만 한국어를 모르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궁금한 나 같은 경우에는 하나의 교과서 역할이 되겠지만 잘 아는 이들에게는 서울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싸이의 신곡이 최근 나왔지만 세계가 놀라고 주목했던 <강남스타일>을 문화의 관점에서 깊게 고찰한 부분에서는 몇 번이나 시선이 머물렀다.

 

표지에 스토리텔링 아시아의 다섯 번째 도시라는 문구가 있어서 앞서 나온 도시들은 어디인가 검색해보았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도시의 이야기도 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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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슈트 - 취업의 비밀
리처드 볼스 지음, 조병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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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읽히는 책을 ‘바이블’이라고 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취업 바이블이 있을 줄이야. 생각해보면 어떤 바이블보다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떤 세계에 발을 들여놓느냐는 그 다음에도 크게 작용한다.

 

옮긴이의 글에서 아주 유익한 책이겠구나 하는 기대감에 부풀었는데 기대 이상 만족했다. 우선은 표현이 쉬웠다. 번역인데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쉬운 문체가 술술 읽을 수 있었다.

 

비유를 든 설명 역시 무슨 말을 의도하는지 전달이 잘 되었다. 파라슈트의 핵심인 꽃 그림도 당장 실천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에 인상깊은 문구가 자주 보였다. 그 중에 몇 가지를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구직은 과학이 아니라 아트다.

 

면접, 고용자는 당신의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관심이 있다. p267

핸디캡,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p299

 

일자리를 구할 때는 마치 낯선 나라로 여행을 떠날 때처럼 준비해야 한다. p53

 

직업 세계로 들어가는 것, 특별한 어느 나라로 가는 여행과 같다는 것이다. 살고 있는 동네를 벗어나 한 두 시간 이동한다고만 해도 길, 식당, 날씨, 볼거리 등을 샅샅이 조사한다. 해외라면 더더구나 수 개월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해나갈 것이다. 신중하고 체계적인 준비, 그 준비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으니 이 점이 참 매력적이었다.

 

최악의 구직 방법 5가지, 최고의 구직 방법 5가지가 있었다. 최악의 구직 방법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내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면접 시 저지르기 쉬운 잘못 10가지, 실직했을 때 우울한 감정을 극복하게 해주는 10가지 방법은 복사해서 잘 볼 수 있는 곳에 붙여두고 싶어졌다.

 

취업, 전직으로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진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백 마디 말, 술잔보다 이 한권이 정답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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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 메이저리그 124승의 신화
민훈기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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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표 야구 선수 중 한명이라고는 알고 있었다. 스포츠 분야는 젬병이라(뭐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박찬호 선수 하면 동생이랑 닮았는지 동생이 주위에서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는 게 먼저 연상되었다. 검색해보니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것을 크게 강조하고 있었다.

 

야구를 잘 모르고 관심이 없었더라도 박찬호 선수에 대해 궁금하다면 자세히 알 수 있는 게 바로 이 책이었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신나는 책일 수 있겠다. 저자는 1990년부터 2004년까지 만 14년간 <스포츠조선>특파원으로 박찬호 선수의 124승 현장 대부분을 함께했다고 한다. 수염이 난 프로필 사진에서 왠지 박찬호 선수 못지않은 강렬함이 느껴졌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인터뷰 내용이었다. 승리의 기쁨, 환희에 젖은 상황에 한 것이 아니다. 부상 또는 부진으로 위기와 절망의 순간이었다. 장출혈로 수술, 재활운동 이후 복귀하였을 때 위험할 수도 있었는데 왜 그렇게까지 복귀하려고 했나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변을 하였다.

 

사람은 숨을 쉬어야 살듯이 나는 야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야구를) 해야 하는데, (야구)할 시기에, 야구를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나는 숨을 안 쉬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p286

 

명확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에 매진하는 태도.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마이너리그에서 고생하고 있을 때는 언제까지 계속할 생각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답한다.

 

기자님은 언제까지 사실 건가? 사실 살면서도 때론 참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곤 하지 않은가. 야구를 하면서도 이젠 정말 못 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렇지만 처음에 야구를 시작할 때도 여러 환경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런 것들이 다 나를 만들어가는 것들이더라. p297

 

2012년 결혼기념일에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은퇴를 선언하기는 했지만 정말 꾸준하게 정진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996년 4월 7일 LA다저스와 시카고 컵스전에서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승리투수가 탄생한 경기가 있었다. 경기 후, 22살 박찬호의 인터뷰에서는 이런 말이 있었다.

 

나에게는 역사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내 목표가 10단계라면 2단계 정도 올라선 기분이다. 이 작은 기쁨들이 자꾸 쌓여 큰 기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p25

 

자신과의 약속을 충실히 지키고 자신을 이겨내는 모습, 주체할 수 없는 기쁨에도 큰 절망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딛고 일어서는 모습 등 ‘숨겨진 투혼과 환희의 기록’이라는 책의 설명 그대로를 느낄 수가 있었다. 2016년부터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고 한다. 꼼꼼하고 구체적으로 기록한 이 책은 한국 대표 야구선수의 기록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꿈을 저기 바로 앞에 두고 넘어져 있거나 지친 우리에게 용기를 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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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세계를 춤추게 하다
김정호.박시온 지음 / FKI미디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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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일이다. 일본에서 무료 한국어 교실 자원봉사를 할 때, 배우는 사람보다 자원봉사자가 더 많았던 그 때, 딱 한 사람의 일본인이 있었다. 한국어를 배우러 온 다른 사람들은 일본어 학원 친구들인 중국인, 대학 교정에서 우연히 만난 브라질에서 온 유학생 등이었는데 일본인은 단 한명이었다.

 

한류 바람이 불기 전이라서 ‘한국’의 인지도가 젊은이들에게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찾아온 이 대학생이 신기해서 어떻게 한국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한국인 가수를 좋아해서라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질문은 그 사람이 누구인가로 향했는데, 답변을 듣고 약간 멍했다.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인인 나도 모르는 한국가수를 좋아해서 한국어까지 배우러 왔다는 대학생. 그 가수는 다름 아닌 보아였다. 당시 중학생 나이쯤 되었을 것이다. 이제 막 일본에서 활동을 시작할 즈음이었나보다.

 

수개월 후부터 한국 영화를 시작으로 ‘한류’라는 단어가 등장하더니, 최근 몇 년 전부터 K-POP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졌다. 일본드라마에 동방신기 멤버가 등장하고, 일본 텔레비전 막걸리 광고에 한국인이 직접 등장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십 수 년 간 놀라울 정도의 변화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 일본은 물론 세계에서 사랑받는 K-POP 가수들의 힘의 근원은 무엇인지 항상 궁금했다.

 

길거리 캐스팅부터 연습생 시절, 피나는 노력, 스타를 돕는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있었다. K-POP 스타의 화려한 부분 뿐 아니라 그 이면까지 알 수 있었다. 연예인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바뀌어서 이제는 길거리 캐스팅을 하지 않아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오디션 등 전략적으로 신인을 발굴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앨범 디자인, 안무가 등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인터뷰도 싣고 있었는데 본인의 역할이 매우 크더라도 자신에게 영광이 돌아오지 않고 빛이 나지 않더라도 스타를 배출하고 조력한 것 자체에서 큰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다. 스타 뿐 아니라 우리 인생 역시 혼자서 살아갈 수 없으니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잘 정리된 이 저서가 앞으로도 국제무대에서 멋지게 활약할 많은 K-POP 스타를 낳는데 일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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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공부 - 창의성의 천재들에 대한 30년간의 연구보고서
켄 베인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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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工夫). 일본어에서 같은 한자를 사용하면 ‘궁리함, 생각을 짜냄, 고안’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우리가 쓰는 ‘공부’는 일본어로는 다른 단어를 사용한다. 생각해보면 ‘공부하다’고 하는 것은 의미가 참 광범위하고 애매모호하다.

 

오랜 시간 학교를 다녔고, 취업을 위한 시험공부에 수년간 매달려 있을 때도 ‘뭐하냐?’라는 질문에 ‘공부한다’란 말을 참으로 많이 사용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 기간 동안 시사에는 둔감해졌고 혼자 있는 시간도 많다보니 인간관계도 피폐해졌고 시험 과목만 팠을 뿐이지 오히려 머리는 돌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시험도 좋은 결과를 못 냈으니. 아, 이것은 비참한 영화의 주인공이란 말인가?

 

학교에서 배우는 것, 자격증을 위한 공부 등과 사회에서 닥치는 문제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답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닐까 싶다. 의도하였든 그렇지 않든 간에 공부하는 시간이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을 짜내고 머리를 쓰는 것에는 소위 말하는 가방끈이 짧은 부모님보다 훨씬 떨어진다. 종합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힘이 부족한 것이다.

 

왜 그런 것일까? 이 답을 찾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이 책이 어렴풋하게 찾은 답에 대해 확실하게 뒷받침을 해주었다. 그동안 기계적인 암기 속에 머무르는 것에 익숙해 있었다. 전문용어로 메타 인지 능력을 키우지 않았던 것이다. 나를 통제하는 능력, 창의성의 천재들은 나와 달리 이 부분이 무척 뛰어났다. ‘공부’의 개념이 달라졌고 시야가 확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책 전체를 당장 읽을 시간이 없다면 목차의 소제목만 찬찬히 먼저 읽어보아도 생각할 거리가 많을 것이다. 아이든 부모든 교사든 본인은 물론 공부라는 대상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공부’보다 먼저 필요한 책이 바로 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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