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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 메이저리그 124승의 신화
민훈기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 대표 야구 선수 중 한명이라고는 알고 있었다. 스포츠 분야는 젬병이라(뭐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박찬호 선수 하면 동생이랑 닮았는지 동생이 주위에서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는 게 먼저 연상되었다. 검색해보니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것을 크게 강조하고 있었다.
야구를 잘 모르고 관심이 없었더라도 박찬호 선수에 대해 궁금하다면 자세히 알 수 있는 게 바로 이 책이었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신나는 책일 수 있겠다. 저자는 1990년부터 2004년까지 만 14년간 <스포츠조선>특파원으로 박찬호 선수의 124승 현장 대부분을 함께했다고 한다. 수염이 난 프로필 사진에서 왠지 박찬호 선수 못지않은 강렬함이 느껴졌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인터뷰 내용이었다. 승리의 기쁨, 환희에 젖은 상황에 한 것이 아니다. 부상 또는 부진으로 위기와 절망의 순간이었다. 장출혈로 수술, 재활운동 이후 복귀하였을 때 위험할 수도 있었는데 왜 그렇게까지 복귀하려고 했나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변을 하였다.
사람은 숨을 쉬어야 살듯이 나는 야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야구를) 해야 하는데, (야구)할 시기에, 야구를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나는 숨을 안 쉬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p286
명확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에 매진하는 태도.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마이너리그에서 고생하고 있을 때는 언제까지 계속할 생각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답한다.
기자님은 언제까지 사실 건가? 사실 살면서도 때론 참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곤 하지 않은가. 야구를 하면서도 이젠 정말 못 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렇지만 처음에 야구를 시작할 때도 여러 환경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런 것들이 다 나를 만들어가는 것들이더라. p297
2012년 결혼기념일에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은퇴를 선언하기는 했지만 정말 꾸준하게 정진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996년 4월 7일 LA다저스와 시카고 컵스전에서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승리투수가 탄생한 경기가 있었다. 경기 후, 22살 박찬호의 인터뷰에서는 이런 말이 있었다.
나에게는 역사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내 목표가 10단계라면 2단계 정도 올라선 기분이다. 이 작은 기쁨들이 자꾸 쌓여 큰 기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p25
자신과의 약속을 충실히 지키고 자신을 이겨내는 모습, 주체할 수 없는 기쁨에도 큰 절망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딛고 일어서는 모습 등 ‘숨겨진 투혼과 환희의 기록’이라는 책의 설명 그대로를 느낄 수가 있었다. 2016년부터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고 한다. 꼼꼼하고 구체적으로 기록한 이 책은 한국 대표 야구선수의 기록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꿈을 저기 바로 앞에 두고 넘어져 있거나 지친 우리에게 용기를 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