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탈무드 장자
장자 지음, 이성희 옮김 / 베이직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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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안티에이징’이란 말이 있다. 하지만 난 나이듦의 미학이라는 단어를 더 좋아한다. 부모님도 그러시지만 연세가 지긋이 드신 어르신들은 인생의 풍부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르지만 철학자, 도인의 경지에 올라가 계시다는 걸 느낄 때가 한 번씩 있다. 오랜 시간을 거쳐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깨닫게 된 것들이 하나 둘 쌓이는 것일 게다. 물론 예외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장자의 사상은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고 유명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시간을 들여 깊이 있게 들여다본 기억은 없었던 듯 하다. 번역한 책을 찾아 읽어보긴 했지만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마치 안개 속을 헤매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 책은 쉽고 자세하게 풀어주고 있어 읽기 수월했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이 많았지만 몇 가지를 옮겨본다.

 

아침에 돋았다 스러지는 조균버섯은 해가 뜸과 짐을 알지 못하고,

하루살이는 봄과 가을을 알지 못한다. p24

 

인생을 살며 잃은 것이 많을수록 더 성숙해진다는 뜻이라고 한다. 위안을 주는 말이다.

 

 

그늘에서는 그림자가 사라지고,

조용히 멈춰 있으면 발자국이 사라진다. p295

 

자신을 비우고 마음에 여유를 가져야만 한다는 것. 자연의 위대한 도와 하나가 되는 것이라는 설명이 왠지 웅장한 것 같으면서도 그 울림이 크게 느껴지는 듯 하다.

 

 

천지는 위대한 미덕을 가지고 있지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계절은 명확한 법칙을 가지고 있지만 의논하지 않는다.

만물의 생성에는 원리가 있지만 설명하지 않는다. p263

 

대자연의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 기울이며, 우주의 소식을 세심하게 통찰해야 한다고 적힌 설명이 적확하다 싶다. 문득 대자연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잠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를 원한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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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
김경집 지음 / 시공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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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밤, 창문 너머로 눈만 돌리면 하나둘 셀 수 있는 십자가. 매주 곳곳에서 얼마나 많은 예배가 이루어지고 있을까? 가톨릭을 포함한다면 더더욱 많을 터이다. 그런데 저자는 뒤통수를 치는 한마디를 던진다.

 

“성경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엄숙하고 강렬한 표지 사진과 함께 적힌 한 문장. 이 붉은 글자 뒤에 저자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몹시 궁금해졌다.

 

학창시절 세계사 시간에 얼핏 들은 기억으로는 성경은 과거 몇몇 제한된 사람들만 볼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성경은 이제 만화로까지 나와 있을 정도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내용들, 특히 성경에 나온 비유를 해석하는 과정 속에 많은 잘못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성경 말씀을 전한다고 하면서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을 불쾌하게 하는 것은 없는지, 무엇이 지금 당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했다.

 

 

서두에 있는 ‘들어가는 말’에서도 충분히 저자의 메시지를 엿볼 수 있었다. 들어가는 말의 제목은 아래와 같다.

 

신자가 깨어야 교회가 바뀐다

 

책 전체를 관통해서 흐르는 메시지 역시 이 짧은 문장과 다르지 않았다.

 

예배당 문턱을 한번이라도 넘고 들어간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해 보았을만한 내용이지 않을까 싶다. 기독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 기독교인, 가톨릭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었으면 하는 책을 만났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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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영 - 한국 현대조각의 선구자 시공아트 59
오광수 지음 / 시공아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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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은 꼭 미술관에 가지 않더라도 길거리에서도 여기저기에서 흔히 본다. 실제와 같이 만든 형상을 보면 잘 모르지만 왠지 이해하기가 쉬운 듯 한데, 추상적인 작품들은 ‘저게 머지?’하며 궁금한 생각이 들지만 도저히 가늠하기 어려워서 머릿속에 물음표만 남기고 스쳐지나간 기억도 떠오른다. 이 책은 이러한 조각의 ABC, 가나다를 접하는데 적절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은 제목 그대로 한국 현대 조각의 선구자 김종영선생님이다. ‘조각이란 무엇인가’라는 소제목으로 1장은 시작한다. 그리고 한국 근대조각의 뿌리, 중국, 한국, 일본의 조각 이야기 등이 펼쳐진다.

 

가장 몰입해서 읽었던 부분은 2, 3장이었다. 김종영선생님의 작품을 사진과 함께 쉽고 구체적으로 해설해주는 저자의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저자의 다른 저서들을 찾아 읽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여러 곳에 시선이 머물렀지만 특히 자화상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자화상을 많이 남긴 화가들은 그만큼 자의식이 강하다는 연구가 있다.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부단히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욕구가 자화상으로 구현된다는 것이다. 김종영이 자화상 드로잉을 많이 남기고 있다는 것은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시도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p82

 

‘셀카’라고 불리는 지금 우리 문화도 이것에 해당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문득 들었다.

 

‘자연의 탐구자’라는 칭호는 무척 마음에 들었고 공감이 되었다.

 

그는 인체에서 식물, 그리고 산이라는 대상으로 관찰을 진전시켰다. 전통적인 인체의 탐구에서 자연 대상으로 관찰의 폭을 점진적으로 넓혀 갔다. (중략) 단순히 자연현상을 파악하는 데 머문 것이 아니라 자연에 내재한 생명의 율조와 구조의 탐험에 진력한 것이다. 그것은 곧 본질의 탐구라 말할 수 있으며, 그만큼 그의 사유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 그를 단순히 추상작가라고 하기보다 자연의 탐구자, 그 자연을 창조한 절대자와의 만남을 부단히 시도한 사색가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p200

 

차분히 몇 번 더 읽고 서울에 있다는 김종영선생님의 미술관에도 꼭 가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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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싶은 대로 먹인 음식이 당신 아이의 머리를 망친다 - 개정 3판
오사와 히로시 지음, 홍성민 옮김 / 황금부엉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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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성격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 다른 책들을 통해서 이미 접한 후부터 관심 있게 보고 있는 분야이다. 과자, 음료수를 즐겨 먹었던 나 자신에게 적용해보니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갑자기는 아니지만 서서히 수년을 거쳐 달라진 것은 대형마트에서 생각 없이 주섬주섬 담던 습관이 사라졌다. 물론 경제적인 이유로 ‘못 사먹는다’는 것이 절대적으로 크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인스턴트 음식이 우리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알고부터 그 정도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만 가족들이 내 눈치를 보게 되었다. 먹고는 싶은데 옆에서 까탈스럽다 할 정도로 못 먹게 하고 인스턴트 음식 성분들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테이프를 틀어놓은 듯이 줄줄 이야기를 하니까 듣기 좋지는 않을 테다. 알면서도 참을 수 없는 이유는 이 책을 통해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보통의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영양, 이것은 범죄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는 지적이 신선하면서도 충격적인 시각이었다. 생각이 미치지 못했을 뿐이지 충분히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 가장 주목해서 읽었던 부분은 2장이었다. 비타민, 미네랄 등 각 영양성분은 어떤 유익을 주고 어떤 음식에 있는지를 상세히 그리고 쉽게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장인 6장에는 단 것을 좋아한 치매 노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효도한답시고 입이 즐거운 음식들을 사서 드리는 것, 설탕이 들어간 음식이 해로운데, 특히 쉽게 살 수 있는 과자 등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와 우리 가족,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국민필독서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의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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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결혼을 결심한 당신에게
하정아 지음 / 홍익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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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생긴 모습이나 성격이 다르듯 살아가는 모습도 다양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결혼식’이라는 하나의 식을 통과한 사람들의 실제 생활이 이렇게 다양할 수가 있다니.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이 순간순간 들기도 했다.

 

결혼을 정작 해보니 ‘뜨어’하는 상황에 직면한 저자. 혼자만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면 답이 보이기는 커녕 더욱 미궁으로 빠져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저자는 현명했다. 이미 그런 과정을 거쳐간 멘토(?)들을 찾아 나선 것이다. 멘토들은 결혼 3년차에서부터 45년차까지, 아이를 둔 어머니도 있었고, 딩크족도 있었고, 불임 때문에 이혼을 한 경우도 있었다. 실로 다양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 중 하나로 먼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다는 말이 생각이 난다. 혼자서도 잘 살아왔지만 부부가 되어 둘 또는 아이가 생겨 셋 이상이 함께 살아가게 되었을 때, 또 ‘시월드’라고 불리는 새로운 가족과의 관계 앞에서 잘 적응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쉽지 않은 경우가 오히려 더 많을 듯 싶다. 표지에 있는 ‘결혼 카운슬링’이라는 수식어처럼 딱 그대로를 잘 담고 있었다. 환상 속의 결혼이 아닌, 정말 살아있는 결혼 생활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이들, 여러 다양한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들이 궁금한 이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다.

 

다만 저자도 여성이고 인터뷰를 한 사람들도 모두 여성이라 그런지 남성의 시각에서 보는 부분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 아쉽기는 하다. 이는 남성 저자, 또는 저자가 동일할지라도 속편을 통해서 시원하게 해소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저자의 문체가 정말 재미나서 중간중간 혼자 깔깔대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나도 모르게 팬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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