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설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50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송태욱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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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자매를 빌어 간사이 풍속을 그리려는 것이 의도인가 싶을 정도로 때로 심히 지루하게 그곳 먹거리나 놀이문화를 묘사하는 것 빼고는 재미남. 형제 간 터울 지고 가세에도 등락이 있으니 그에 따라 4인4색의 캐릭터 요령있게 잡아냄. 유키코와 디에코는 반씩 섞어놓고 싶고, 둘째 부부가 젤 무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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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약국의 딸들 - 박경리 장편소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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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쫌만 멀리서 보면 한평생 걱정하고 발버둥 쳐도 그저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는 민들레 씨앗 같은 삶들. 의미나 희망이란 것 자체가 지극히 인간적 기복에 불과. 용빈에게 다가온 저 묘한 사내를 보건데, 용빈도 곧 시대에 휩쓸리게 될 것 뻔하고. 어리게만 그려진 막내 용해나 제대로 살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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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너머의 삶 - 베네딕트 앤더슨 자서전
베네딕트 앤더슨 지음, 손영미 옮김 / 연암서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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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공동체>의 태생에 관한 이야기: 동남아시아와 유럽의 친연성, 영국식 풍자, 민족주의에 공감하게 된 것. 앤드 그 뒤의 이야기: 정교수로서 누릴 수 있는 지적 자유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 퇴직 이후에는 번역을 통해 더 큰 자유를 창조한 것. 그리고 20세기 대학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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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사랑한 남자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박중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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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놀라움에 지루할 틈 없이 읽히는 책. 니덤이 생화학 전공자인줄은 몰랐고, 그의 역작이 중국인 뮤즈로부터 시작된 것도 몰랐음. 중간에 한 번 더럽게 이용 당한 일은 있지만(곽말약은 역시나 정치가, 이 일과 육이오와의 연관성에도 깜놀), 그가 전체 인생에서 누린 복에 비하면 no big d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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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너머의 삶 - 베네딕트 앤더슨 자서전
베네딕트 앤더슨 지음, 손영미 옮김 / 연암서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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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적으로 볼 때, ... 나는 삶에 대해 국제적이고 상대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사춘기 이전에 나는 이미 윈난성...,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독립된 아일랜드, 영국에서 생활했고, 아일랜드인 아버지, 영국인 어머니, 베트남 유모 밑에서 자랐다. 가족의 (비밀) 언어는 프랑스어였고, 라틴어를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졌고, 우리 부모님 서재에는 중국, 일본, 프랑스, 러시아, 이탈리아, 미국, 독일작가들의 책이 꽂혀 있었다. - P53

이 이미지가 담고 있는 교훈은 이 개구리가 편협하고, 촌스럽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고, 별 이유도 없이 자만심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 개구리와 달리 나는 어디 정착할 정도로 같은 곳에 오래 있어 본 적이 없다. - P53

내가 성인이 된 후 일어난 변화가 여러 면서 좋았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나는 이런 변화가 일어나기 직전에 공부를 마쳤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일반화되기 직전에 학교를 마친 덕분에 나는 새로운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그걸 외부에서 관찰할 수 있는 입장에 설 수 있었다. - P57

내가 코넬에서 겪은 일들을 토대로 미국 내 동남아 프로그램의 심각한 문제점을 두 가지 거론하고 싶다. ...... 둘째, 1960년대에 다른 대학들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개설했지만 그들 상당수가 고용한 젊은 교수들은 코넬 출신이었다. 그렇다면 코넬이 지닌 문제들이 나중에 생긴 다른 프로그램들에도 그대로 존재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 P81

이런 이유 때문에 인도네시아는 내게 사회적 천국으로 느껴졌다. 거기서는 아무런 자의식 없이 장관, 버스 운전사, 군 장교, 웨이트리스, 학교 교사, 여장남자 매춘부, 하급 불량배, 정치가 등 거의 모든 사람과 즐겁게 얘기할 수 있었다. 점점 부상하는 엘리트층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솔직하고 흥미로운 면담 집단이라는 사실도 금세 깨달았다. - P110

‘어쩔 수 없이‘ 샘에 갔던 것처럼, 나는 ‘어쩔 수 없이‘ 상대주의적인 사고를 하게 되었다. 샴에서 보는 모든 것이 인도네시아에 대해 새로운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 P137

그즈음 현장 연구의 근본적인 특징을 깨달았는데, 그것은 바로 ‘연구 주제‘에만 매달리는 건 무익하다는 사실이었다. 연구자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눈과 귀를 단련하고, 모든 것을 기록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현장 연구의 장점이다. 낯선 곳에 있으면 모든 감각이 평상시보다 훨씬 더 예민해지고, 비교에 대한 욕심도 더 커진다. 현장 연구가 귀국한 후에도 그처럼 유용한 것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관찰력과 비교 능력이 향상되기 때문에, 유심히 보고, 늘 비교하고, 인류학자로서의 거리를 유지한다면 우리 자신의 문화 역시 다른 나라 못지않게 아주 특이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 P144

하지만 가장 중요한 변화는, 내가 어떤 일반적인 의미에서도 더 이론적으로 사고하게 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일종의 인도네시아...의 민족주의자로 변해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인을 무시하고, 수카르노를 진지하게 보지 않고 공산주의에 무조건 반대하는 무례한 미국 관료들을 만나면 짜증이 났고, 유명한 일화지만 화가 난 수카르노가 "당신들 원조 안 받을 거야!"라고 반미 발언을 했을 때는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 P160

이 논문에 대해 말하고 싶은 요점 두 가지 중 첫째는, 내가 민족주의적인 관점에서 비교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오래 전부터 동양학자들이 즐겨 해 온 동양과 서양의 비교에 있어 나는 ... 서양인이나 다른 어느 민족 못지않게 ‘합리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 P166

둘이 같이 가르친 과목 중 정말 좋았던 것은 그때도 여전히 수하르토의 수용소에 갇혀 있던 인도네시아의 문호 프라무디아 아난타 투르...의 소설을 다룬 세미나였다. 뛰어난 학생들과 함께 소설을 꼼꼼히 읽는 건 내게는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짐 덕분에 나는 인도네시아 소설뿐 아니라 그리스 로마 문학과 서구문학에 대한 기존의 지식을 활용해 정치학에 있어 ‘상상력‘과 ‘현실‘의 관계를 분석하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게 되었다. - P171

마지막 표적은 바로 민족주의를 진보주의, 마르크시즘, 사회주의, 보수주의 같은 수많은 ‘-이즘‘, 즉 순전히 어떤 개념들의 체계 또는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강력한 전통이었다. 이런 시각으로는 민족주의가 지닌 엄청난 감정적 힘,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도 있게 만드는 그 능력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 P176

그러다 보니,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대학원생들은 본인이 고등학교나 학부 때 쓰던 글보다 훨씬 안 좋은 문체를 구사하게 되고, 대개는 은퇴할 때까지 그런 문체로 글을 쓴다. - P214

그렇지만 아무 일도 안 하고 가게에서 기다리기 하면 행운이 찾아오지 않는다. 운은 흔히 예기치 못한 기회의 모습을 하고 찾아오기 때문에, 그런 때는 용감하게든 무모하게든 운이 달아나기 전에 얼른 붙잡아야 한다. 학자가 정말 생산적인 삶을 살려면 반드시 이런 모험심이 있어야 한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 "바람을 기다리고 있어...."라고 대답한다. - P241

그래도 어느 정도의 일체감을 나누고 싶어서 나는 스탈린 정권 초기에 스스로 목숨을 끓은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의 아름다운 시 첫 연을 암송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든 학생이 그 시를 따라 읊었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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