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을 만드는 집 - 돈.건강.관계의 흐름이 바뀌는 공간의 비밀
신기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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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만들어낸 터의 기운과 생명력을 인정한다면 인간이 만든 집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자연‘도 살아 있는 생물처럼 자신만의 기운과 힘을 가질 수 이다고 보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집이라는 공간을 좌우하는 가장 큰 에너지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나는 그곳에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살아 있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삶의 에너지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공간에 큰 영향을 미친다. (23)

그런 공간에 들어가면 누구라도 ‘나는 이곳 사람들과는 다르다‘라는 정서가 생길 수 있다. 공간이 마음의 허세를 만들고 그것이 다시 현실과의 괴리감을 만들어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것이다. (45)

반면 낡지 않았는데도 시시때때로 고친 집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겉으로는 깨끗해서 좋아 보이지만 사실은 성형 미친 같은 집이다. 사람의 성향 탓으로 돌릴 수도 있지만 아무리 고쳐도 계속 고칠 점이 보인다는 것은 그 집과 사람이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그런 집은 터가 사람에게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들어가도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58)

"집이 사람을 닮기도 하지만 사람이 집을 닮아갈 수도 있어요. 이 집처럼 자신만의 ‘성격‘이 분명한 집들이 특히 그렇습니다. 이런 집들은 그곳에 사는 사람까지 자신의 에너지와 비슷하게 만들어버릴 정도로 힘이 강하죠. 이 집을 사람으로 비유하면 용맹정진밖에 모르는 엄격한 스님 같아요." (66)

음기가 강하거나 지기...가 약한 곳은 분명 그런 모습으로 있어야 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미시적으로는 부족하거나 넘쳐도 자연이라는 거시적 시각에서 보면 틀림없이 전체의 균형을 이루고 있을 것이다. 사람을 위한 풍수가 시각적 안정감과 안락함을 줄 수도 있겠지만 자칫 그 공간 특유의 힘을 발현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나는 개성을 없애는 것보다 공간이 가진 고유의 성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오히려 새로운 힘이 생길 수 있다고 믿는다. (74)

나는 출간이나 연재 등 중요한 프로젝트가 하나 끝나면 반드시 서재의 배치를 바꾼다. .... 서재라는 작은 방에서 글을 쓰느라 온갖 에너지를 다 끌어다 쓴 탓에 공간 에너지가 쇠한 것이다. 농사에 비유하면 같은 땅에 너무 오랫동안 작물을 키워 지력이 쇠한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이럴 때는 순환농법처럼 공간의 용도를 바꿔주는 것이 좋다.
...... 그리고 그에 맞는 새로운 에너지가 다시 세팅될 수 있다. (103)

자연을 끌어들이는 또 다른 방법은 ‘계절을 느끼는 것‘이다. 시를 쓰는 내 친구는 도시에 살면서도 봄에는 민들레를 따서 말리고, 가을에는 고추를 말리고, 대봉으로 홍시를 만들어 먹는다. ... 이처럼 철마다 자연의 소리와 냄새, 맛, 향을 집 안으로 끌어들인 덕분에 그의 집은 갈 때마다 늘 새로워 보이고 숲속 오두막에 온 듯한 청량한 기운을 느끼게 해준다. 자연을 받아들이는 그의 부지런함이 집을 늘 충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104)

마지막으로 집에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도 에너지를 순환시키는 방법 중 하나다. 뜻이 맞고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들, 같이 있는 것만으로 힘이 되는 사람들이 집 안의 에너지도 긍정적으로 바꿔준다. ... 에너지 레벨이 높은 사람들은 다녀간 자리도 맑고 청정하게 만들어준다. 귀한 분을 모시기 전에는 자연히 집 안의 묵을 때를 벗기고 정성을 들이게 되니 공간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더없는 기회가 된다. (104)

그 짧은 기한에 맞춰 소비되는 삶은 얕고 초조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불안한 삶은 나를 성장시키지 못하는 가장 큰 한계가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현실을 압박하는 물리적 제한을 넘어 내 리듬에 맞는 자신만의 유통기한을 만들고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자중자강...하는 자신의 삶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106)

인테리어 콘셉트보다 공간의 철학이 먼저다. (117)

이지영 작가의 공간은 그녀의 투자도 이런 식으로 질서 정연하게, 완전한 통제하에 이루어지고 있음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그녀처럼 통제하는 공간이 커지는 만큼 돈의 그릇도 커진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은 자신의 집 한 채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 반면 그녀는 동시에 수십 채의 건물과 세입자들을 관리한다. ...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는 돈이 흐르는 길과 모이는 공간이 완벽히 통제되고 시스템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160)

부자가 되고 싶다면 머릿속에 지도를 그릴 수 있는 공간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를 살펴야 한다. 휴대폰, 노트북, 냉장고, 서랍, 방, 집 등 통제하는 범위가 커질수록 내가 담을 수있는 부의 크기도 점점 커진다. (160)

이런 무의식의 답을 의식의 세계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완된 몰입‘이 필요하다. ......
수많은 예술가가 꿈속에서 자신이 만들어낼 노래의 선율을 듣거나 그림에서 영감을 얻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100여 년 전 ‘천재 과학자‘로 불린 니콜라 테슬라는 궁금한 것이 생기면 그것을 꿈속에 넣어 해답을 찾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한다. (212)

들판에 누워 높은 하늘을 보거나 먼산을 보면 마음의 긴장이 풀리듯 개방된 공간이 주는 이완은 사고를 좀 더 유연하고 여유롭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런 사고의 자유로움은 내면의 무의식과 접속하기 수월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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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 - 1인가구 시대를 읽어라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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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사회>에서도 느꼈지만 이 저자는 글이 평이하여 임팩트가 크지는 않으나 읽다보면 깨닫게 되는 것이 있음. 세금 써서 결혼 이데올로기 무책임하게 주입 말고 각자 자기 선택에 따라 살게 내비두고, 결혼 여부와 상관 없이 진짜 고립된 사람들 찾아내어(이들 찾기 힘듦) 적절하게 돕는 것이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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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 - 1인가구 시대를 읽어라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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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사실 ‘혼자 살기‘라는 거대한 사회적 실험의 현실은 이런 담론들이 우리에게 주입하는 것보다 훨씬 덜 고독하고 훨씬 더 흥미롭다. (21)

몰리의 경우는 독신생활이 아주 잘 맞아서 진심으로 즐기고 있지만, 그런 성향이 비정상으로 취급되는 사회 분위기에서 ‘혼자라서 좋다‘는 소신을 유지하려면 굉장한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한다. 독신으로서 자신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는 일은 결코 저절로 되지 않는다고 몰리는 말한다. 혼자 사는 여자에게 자신감이란 스스로 쌓아올려야 하는 것이다. (99)

숙박시설이 아무리 편해진다 할지라도 혼자 사는 사람에게 여행이란 결국 의미 있는 삶을 창조한다는 과제로부터 일시적으로 도피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엘라와 같이 대담하고 경험 많은 여행객들이 인정하는 것처럼, 새로운 것을 탐색하더라도 깊은 사색이 동반되지 않으면 금방 시들해진다. ... "혼자 살면 언제든, 어디든 여행을 떠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봤어요. 그러나 여행은 가짜 구세주가 되기 십상입니다. 우리 내면의 심오한 질문들에 답해 주지 못하고, 오랜 휴식 이상의 것을 선사하지도 못하니까요." 결국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집이 최종 목적지이며, 그곳에서 자기 삶을 보람차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104)

에밀리와 내가 그곳에서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하고 45분이 흘렀을 때, 나는 이것이 특별한 경우인지 물었다. "특별하긴요,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죠. 사람들은 물건에 둘러싸여 살아요. 친구들이 아닌 물건들이요. 이 할머니도 온갖 물건을 들여놓고 여기를 동굴처럼 아늑한 장소로 만들었네요. 거의 온종일 여기서 지내셨다는 건 아시겠죠?" (171)

이런 사실을 발견하고 놀란 카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우정은 적어도 노인들에게는 일정 정도 결혼과 똑같은 효과를 제공한다." ... 그녀의 연구는 가족 외에 친한 사람들과 끈끈한 관계로 이어진 독신자들이 결혼을 했지만 다른 인간관계가 빈약한 사람들보다 건강의 위험 징후가 적으며, 실제로 혼자 사는 여성들이 같은 나이의 기혼여성들보다 정신질환이나 체력감퇴를 적게 겪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것은 내가 노인들을 인터뷰하면서 알아낸 바와 정확히 일치한다.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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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읽다, 베트남 세계를 읽다
벤 엔겔바흐 지음, 김아림 옮김 / 가지출판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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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뜨내기 영어 강사의 시점에서 솔직하게 쓰여진 책. 베트남의 역사에 대한 요약이 특히 공정하고 짜임새 있으며, 베트남 사람들과의 교류 장면을 과장이나 미화 없이 전달함, 단 애정을 가지고. 문화와 언어에 대한 태도, 이 정도면 기특함. 직접 겪었으면 피곤했을 일들 문자로 읽으니 웃음 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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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사회 - 폭염은 사회를 어떻게 바꿨나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 홍경탁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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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단 진입로가 좋음. 폭염이라는 weather event가 다른 이벤트들보다 훨씬 강력한 살상력을 기록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벤트들에 비해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를 물으면서 책이 시작됨. 
  • 그 이유는 한마디로 폭염은 '볼거리'가 안 되어서. 허리케인이나 홍수, 쓰나미 같은 스펙터클이 없고, 희생되는 자들 역시 원래 살았어도 사회적으로 투명인간 취급된 사람들이었기에. 이들은 발언권이 없고 발언할 줄 모르고... 그래서 애초에 미디어나 정부의 진정한 관심사가 될 수 없고, 또 미디어나 정부는 이들에게 어떻게 관심을 주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워낙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라.
  • 기후정의에 관한 논술은 당연히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이야기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없는 사람만 불쌍하다'고 끝내면 아무 의미 없음, 아무 말도 안 한 거나 마찬가지임. 이 책이 잘한 것은: 
  • 1) 우선 폭염의 희생자들이 사회적으로 안 보이게 (보이면 '불편'하니까 되도록 안 보이게) 처리되는 방식--특히 미디어에서--을 파고 든 것. 정말이지 이 미디어가 큰일임. 이제는 언론의 감시가 아니라 이 언론을 누가 감시할 것인가가 중요해. 감시라기보다는 감독이고, 언론이 자정능력과 바른 비전 가질 수 있게 하는 문제이죠.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드러내는 일...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종사자들은 이미 기층민 출신이 아님)이 기층민의 삶을 드러내는 방식이 갈수록 편협&교활해질 뿐만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는, 이해하는 능력 자체를 잃어감!
  • 2) 국가 vs 국민(또는 정부 vs 시민) 같은 뻔하고 결론 없는 이항대립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내의 다양한 선수들을 지목한 점. NGO, 교회, 그 동네 약사, 의사, 이런 다양한 직업/계층의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지역사회가 폭염에 희생되는 정도가 달랐어. 중국말에 국가의 흥망에 필부도 책임이 있다고, 정부나 미디어 탓을 하고 있을게 아니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 또는 작은 단체 하나하나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따라서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 이 점 자세히 파고든 것 아주 좋음!
  • 3) 소위 '없는자'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니야. 아프리칸 아메리칸 커뮤니티와 라틴 아메리칸 커뮤니티. 둘다 소득 수준 비슷한데 왜 폭염에 희생된 정도는 그렇게 다른가? 전통이든 아니면, 젠더 라인에 의한 것이든, 아니면 새로운 사회적 필요에 의한 것이든, 서로를 케어하는 문화가 작동하는 사회에서는 폭염에 의한 희생자가 놀라울 정도로 적었어! 없이 살아도 생존을 뒷받침 해주는 공동체의 문화가 있다면 사람 쉽게 죽지 않아.
  • 한국말에서 흔히 '천재냐 인재냐?'고 묻지만 이때의 인재, 즉 맨-메이드는 공사 기술자, 또는 담당 공무원 같은 특정 관련자들의 태만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잖아. 반면 이 책은 폭염이 natural만도 아니고 man-maid 만도 아니고 진짜, 근본적으로, social한 것임을 보여줌. 이 재난의 social한 층위만 우리가 잘 잡아도 웬만한 기후변화에 우리 쉽게 희생되지 않을 거라는 거, 나아가 폭염이 아닌 어떤 다른 종류의 충격에도 잘 버티게 될 것이라는 거, 이 책이 공들여 주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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